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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4.03 14:16:46
  • 최종수정2025.04.03 14:16:46

박영순

'파란만장한 커피사' 저자

최근 1년간 커피 생두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며 기후변화가 농업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실감케 하고 있다. 폭등의 주요인이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가뭄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이다. 세계적으로 매일 20억 잔의 커피가 소비되기 때문에 커피 원료의 원활한 조달은 가히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라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메마른 환경을 견디어 내면서도 향미가 로부스타종 보다 뛰어나 고급 아라비카종에 견줄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코페아 스테노필라(Coffea stenophylla)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최신 호(4/5월호)에서 "스테노필라 8000그루가 시에라리온에서 자라고 있으며, 빠르면 올해 첫 수확이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전해 커피애호가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스페노필라는 1834년 시에라리온에서 활발하게 재배됐다. 그러나 1890년대에 생산성이 뛰어난 로부스타가 등장하면서 점점 재배지가 축소되더니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스테노필라를 다시 찾아낸 것은 영국 런던의 큐 왕립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의 커피 연구 책임자인 아론 데이비스(Aaron Davis)였다. 그는 미국의 생물학자 랄프 홀트 체니(Ralph Holt Cheney)가 1925년에 쓴 논문에서 스테노필라를 찾아냈고, 바로 아프리카 서부의 야생 숲으로 날아가 시에라리온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찾아냈다. 이때가 1994년이다.

30여 년 만에 스테노필라는 8천그루까지 늘어나 생물학적 특성과 향미의 잠재력까지 검증이 끝난 상태다. 스테노필라의 향미에 관해서는 대체로 르완다의 버번 커피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미의 정체성은 복숭아, 재스민, 초콜릿의 느낌과 엘더플라워 시럽의 묵직한 단맛이 뛰어나다. 맛이 고급 아라비카 커피와 비슷하면서도 가뭄을 극복하는 능력이 로부스타보다 뛰어나다 보니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촌에서 미래의 커피로 주목받는다.

스테노필라는 그리스어로 '좁은'을 의미하는 스테노(stenos)와 '잎'을 뜻하는 필론(phyllon)에서 유래했다. 잘 익은 열매가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보라색으로, 빨갛게 여무는 아라비카와 대조적이다. 무엇보다 스테노필라의 매력은 아라비카(섭씨 18~19도)와 로부스타(23도 안팎)보다 25도에 달하는 높은 연평균 기온에서도 생육할 수 있다는데 있다. 2024년 시에라리온에서 진행한 실험 재배에서 59일간 40도 이상의 불볕더위 속에서도 80% 생존율을 기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예측한 2050년까지의 기온상승 시나리오(2.0-2.7°C)를 상회하는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함을 보여줬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는 최근 "스테노필라 생두에서 아라비카와 유사한 시트르산, 트리고넬린 함량을 확인했다"고 밝혀 아라비카를 대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여줬다. 앞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는 전문가의 81%가 아라비카와 맛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인스턴트커피로 주로 쓰이는 로부스타에 비해 쓴맛 유발 물질이 절반에 그쳐 상업적인 품질 상승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테노필라는 단순히 새로운 품종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 커피 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한다. 현재 전 세계 커피 생산은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품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만, 이들 품종은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반면 스테노필라는 내열성과 내건성뿐 아니라 향미까지 갖춘 희귀 야생종이다.

물론 상업적 활용에는 과제가 남아 있다. 스테노필라는 수확량이 적고 재배 기술 표준화가 부족해 대규모 상업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브라질 농업연구청(EMBRAPA)을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들이 스테노필라를 활용한 교잡종 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속속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상업적으로 실용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일상과 연결된 문화이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산물이다. 스테노필라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커피 산업의 미래를 밝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올해 스테노필라가 나온다면 냉큼 달려가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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