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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7.19 17:09:12
  • 최종수정2021.07.19 17:09:12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커피인문학 저자

며칠 전 "커피를 마시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10% 줄일 수 있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정보의 신선함 때문이 아니라 '말장난이 지나치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억지다", "믿어도 되냐", 심지어 "더러운 기사광고다"는 힐난성 댓글이 이어졌다.

정보의 근원지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지난 6월 20일 게재된 논문이다. 제목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자료분석을 통해 본 식생활 습관과 코로나19 발병(Dietary Behaviors and Incident COVID-19 in the UK Biobank)'이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의 마릴린 코넬리스(Marilyn C. Cornelis) 박사팀은 초록에 "인간의 영양 상태는 면역력에 영향을 미치지만 코로나 19 민감성과는 구체적인 연관성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면서 "특정 식이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 19와의 연관성을 조사했다"고 적었다.

연구팀은 40~70세 3만7천988명의 식단 자료와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비교 분석하면서 당사자들의 식습관을 추적했다. 여러 개연성들 가운데 커피의 경우 하루 커피 섭취량이 1잔, 2~3잔, 4잔인 그룹이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은 그룹과 비교할 때 코로나 양성 판정률이 각각 10%, 10%, 8%가량 낮은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뿐 아니라 채소를 하루 0.67인분 이상 꾸준히 섭취하는 그룹이나 어릴 때 모유를 섭취한 그룹은 코로나19 감염 확률이 떨어졌다. 반면 가공육은 매일 0.43인분 이상 먹을 경우에 감염 확률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요인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커피, 채소, 모유 수유 등 식습관이 각각 독립적으로 코로나 19 감염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지만 영국의 코로나 발병률을 고려할 때 이런 연관성은 약화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접근한 학술내용이 어떻게 '커피가 백신 효과를 내는 양' 탈바꿈했을까?

한마디로 '한국의 기사 베껴 쓰기 관행'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 언론이 연구결과를 다룬 폭스 뉴스를 인용하면서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그에 부합하는 내용만 골라 적었다. 인터넷 공간에서 기사가 주목을 끌자 토씨만 조금 바꾼 기사들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어떤 언론은 뉴욕 포스트로 인용하는 출처를 바꿔, 베껴 쓰기라는 비난을 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독자들로서도 폭스 뉴스 뿐 아니라 뉴욕 포스트도 이 뉴스를 보도했으니 신뢰감을 가졌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두 언론사는 주인이 같고 기사 역시 카일라 리바스(Kayla Rivas)라는 같은 기자가 쓴 것이다.

리바스 기자의 기사는 제목이 "커피 소비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Coffee consumption linked to lower risk of COVID-19 infection)"는 정도로 차분했다. 이 기사는 마치 커피 부분이 악용될 소지를 예측한 양, 뒷부분에 연구결과들을 별도의 연구로 재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과 현재로서는 특정 식생활 습관을 준수하는 것이 코로나 확산을 저지하는 추가적인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 기사의 의미에 선을 긋는 연구팀의 견해를 적었다.

커피애호가로서 커피의 효용성을 빛내는 기사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이 달린 정보를 두고 클릭수 경쟁을 벌이느라 위험한 기사를 양산한 이번의 행태는 안타깝다 못해 부아가 치민다. 어엿한 언론사의 뉴스마저 잡음이 낀다면 우린 어디서 올바른 정보를 구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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