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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 첫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자리를 정하기 위해 각자 자기가 같이 앉고 싶은 사람 이름을 적어내라고 하셨다. 조건은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교실을 반으로 갈라 남자 여자가 따로 앉는 시절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서로들 얼굴을 쳐다보며 '누구를 써 내야 하지?' 하고 고민에 빠졌다. 내가 만일 여자 이름을 쓴다면 다른 얘들이 "쟤 누구랑 좋아한대."라고 놀릴 게 뻔해서 나는 눈 딱 감고 내 남자 친구 이름을 써냈다. 이윽고 선생님은 이름 쪽지를 걷어 발표하면서 차례로 자리를 정해 앉히었다. 선생님이 미소 지으시면서 맨 처음 부르는 이름이 "장현두, 김은숙"하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여학생이 남자인 나를 쓸 줄이야, 순간 나는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져 어쩔 줄 몰랐다. 그렇게 내 짝꿍은 여학생으로 정해져 부러움 반 놀림 반 하며 지냈다.

짝꿍은 단짝을 다정하게 부르는 말이다. 어느 교실이든 짝꿍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생의 짝이 되는 동무를 이르는 말로 반려(伴侶)가 있다. 반려자는 대개 인생의 동반자인 배우자를 의미한다. 요즘에는 혼자 사는 외로운 사람이 늘어나선지 개나 고양이 등의 동물을 단짝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런 추세를 반영하여 동물이 애완에서 사람 같은 반려로 격상되었다. 사람 아닌 동물에 정을 붙이고 마음으로 대화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나는 시골에 살아도 개나 고양이는 물론 닭도 키우지 않는다. 처음에는 닭을 키웠었다. 수탉이 늠름하게 암탉을 거느리며 노는 모습이 좋고 꼭꼭꼭 모이 쪼아대며 내는 소리며, 알을 낳고 꼬꼬댁하는 소리, 날이 밝으면 힘차게 울어대는 꼬끼오 소리가 좋았고 게다가 탐스러운 달걀 선물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 등으로 오래 집을 비울 때는 이를 돌봐 줄 이가 마땅치 않았고 무엇보다도 동물보다 사람이 더 그리워서 과감하게 닭기르기를 접었다. 동물에 관한 괸심을 인간 본연에 관한 관심으로 돌리니 자연이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누구나 다 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와 뜻이 비슷하고 감정의 소통이 되는 사람끼리 나누는 즐거움은 동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인간적인 소통과 교감의 대상 중에서 가장 최고의 파트너는 배우자다. 나는 무슨 일이든지 소소한 일이라도 아내와 얘기한다. 새로이 글을 쓰거나 시낭송을 연습하면 녹음해서 맨 먼저 아내한테 보여주거나 들어보라 한다. 그러면 아내는 아무런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자기 생각과 느낌을 말해 준다. 그런 솔직한 의견은 글쓰기나 시낭송에 큰 도움과 자극이 되며 부부 사이도 더 가까워지게 만드는 것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게 인생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 하니 보통은 80~90세까지는 산다. 그렇지만 우리 동네 노인 분들을 많이 보아온 내 눈에는 80대 중반을 넘어서는 그리 힘을 못 씀을 본다.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80 중반을 넘어 생의 마감까지는 10여 년에 불과하다. 그 마지막 황혼을 붉게 아름답게 물들이며 함께 손 집고 갈 짝꿍은 누구인가. 불행히 한쪽이 먼저 떠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이어서 생의 짝꿍은 당연히 배우자다.

길지만은 않은 인생길, 외롭지 않게 마음 편안하게 손잡고 갈 짝궁은 너무나 소중하다. 하루하루 뜨는 해와 지는 달 보듯 철 따라 피고 지는 꽃을 보듯 귀한 내 짝꿍의 손을 꼬옥 잡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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