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3℃
  • 구름조금강릉 3.0℃
  • 서울 0.1℃
  • 흐림충주 1.2℃
  • 흐림서산 6.0℃
  • 청주 1.6℃
  • 비 또는 눈대전 2.6℃
  • 구름많음추풍령 0.6℃
  • 맑음대구 3.0℃
  • 맑음울산 2.7℃
  • 구름많음광주 5.4℃
  • 맑음부산 4.0℃
  • 구름많음고창 6.3℃
  • 홍성(예) 5.4℃
  • 구름조금제주 9.3℃
  • 구름많음고산 9.3℃
  • 구름많음강화 -1.9℃
  • 흐림제천 -0.8℃
  • 구름많음보은 1.2℃
  • 흐림천안 0.5℃
  • 구름조금보령 7.2℃
  • 구름조금부여 2.5℃
  • 구름많음금산 3.4℃
  • 맑음강진군 3.0℃
  • 맑음경주시 2.2℃
  • 맑음거제 5.2℃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4.10.28 15:07:04
  • 최종수정2024.10.28 15:07:03

박영희

수필가

햇살이 머물다간 자리마다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아름답다. 창 너머 다 익은 마로니에 잎이 금빛 웃음 날리며 바람 따라 살랑 인다. 그 빛 하도 고와 내 맘의 강물에 띄워 본다.

외손녀가 반짇고리를 꺼내 놓고 나를 부른다. 그새 바늘귀에 실을 꿰고 실 끝을 당겨 매듭을 짓고 있었다. "할미, 여기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지금껏 의지해온 애착 인형이 실밥이 풀려 솜이 빠져나온다며 옆구리를 꿰매 달라는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인가. 여기저기 여러 번 기운 흔적이 남루하다. 그만 버리자고 타일러도 봤으나 정이 깊이 든 탓에 막무가내다. 얼마 전 아이 몰래 인형을 버리려다 들통이 나는 바람에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다. 오래돼 누추해 보이는 것을 옆에 누이고서야 안도하다니 애착 인형이 주는 안정감이 있나 보다. '노엘'이라 부르는 이 인형은 첫 손주를 본다는 기쁨에 준비한 선물이었다. 갓난아기 때부터 동고동락(?)했으니 어느덧 동갑내기 아홉 살인 셈이다. 돌아보면 커다란 여자아이 인형은 엄마가 되었다가, 친구도 되고 동생 역할을 했다. 지금은 헤져서 허름하고 너절해도 온갖 정성을 쏟던 기억이 난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한 땀 한 땀 헤진 솔기마다 꿰맸다. 어여쁜 소녀이던 인형은 외손녀보다 작아졌고 이미 형체가 일그러져 얼마 못 갈 것같다. 비록 겉모양은 볼품없어도 인형에 스며든 엄마 냄새, 아기 냄새가 좋다며 코를 대고 흡흡거렸다. 그간 케케묵은 추억이라 치부했는데 아이의 맑은 영혼에서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잎을 본다.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엄마의 젖 냄새 보드라운 살 냄새가 잊힐세라 다시 꼭 안아 준다.

내가 아홉 살이던 1960년대 초, 보릿고개를 지난 어머니의 부엌은 황토를 바른 흙 부뚜막이었다. 얼마나 열악하고 궁색한 환경이던가, 가물거리는 흐릿한 등잔불 아래 저녁이면 양반전 허생전 별주부전을 읽어 주시던 아버지의 구성진 목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인형이나 장난감은 이름조차 생소했고 가난한 살림살이엔 사치에 불과했다. 당시 놀잇감도 변변치 못했으나 땅따먹기 놀이 고무줄놀이 공깃돌 놀이를 하는 우리에겐 어쩌면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가을이면 개울가에 나가 치마폭에 작은 조약돌을 줍던 어린 날의 풍경이 한 장의 수채화 그림처럼 떠오른다. 동글동글 동그란 돌멩이들과 길 다란 검정 고무줄은 그 시절 내가 유일한 놀잇감이었다. 사금파리 조각으로 길바닥에 금을 긋고 놀던 땅따먹기 놀이, 구전동요를 부르며 동무들과 고무줄을 넘던 고무줄놀이,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 봉" 잊혀진 시절 불렀던 소싯적 가사 한 줄이 가끔 찾아와 마음을 건드리고 간다.

'노엘'이 만을 고집하던 외손녀가 무슨 마음에서인지 애착 인형을 놓아주기로 했단다. 얼마나 애달팠을까, 고이고이 천으로 감싸주다 어루만지며 작별 인사를 했다. 내 마음도 괜스레 허전하다. 문득 옛 시절 우묵한 손등에 올려놓은 조그만 조약돌, 마당 끝 대추나무에 매어놓은 검정 고무줄 그리고 마을 어귀 흩어진 사금파리 조각들이 자꾸만 말을 건넨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정대철 헌정회장 "개헌 방향 '정쟁 해소'에 초점"

[충북일보]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헌정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조문을 만들었다. 이 연구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도 참여했다. 정대철 회장은 "정쟁을 해소하는데 개헌의 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헌정회가 개헌안 마련에 나서게 된 배경은. "헌정회는 오늘날 국민적 소망인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해소와 지방소멸·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시키는 장치인 내각불신임·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정쟁을 중재·조정하는 장치인 국회 상원제도 없다보니, 대통령 임기 5년·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헌법이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서 헌정회가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헌법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