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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2.20 16:37:30
  • 최종수정2023.01.25 16:33:29

박영희

수필가

누가 보내는 겨울편지일까? 하얀 눈송이가 창문을 톡톡 두드린다. 올해 들어 처음 오는 눈이다. 왠지 어디선가 좋은 소식이 올 것 같은 설래임이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은 그리움을 싣고 오는지 산과 들 그리고 내 가슴에 흩뿌리며 온다. 곰삭은 삶의 궤적들이 눈발 사이로 허우적대다 이내 순하게 사라져간다. 탐스럽게 오는 함박눈은 나목에 눈꽃을 피우고 내 영혼의 묵은 때를 씻기며 온통 하얀빛으로 물들여 간다.

오래전 외국으로 이민 간 친구가 한국에 들어온다며 만나자는 기별이 왔다. 딸에게 아빠 친구가 미국에서 오신다고 하였더니 유치원 다니는 외손녀가 미국 사람이면 영어를 할 텐데 할미는 영어가 되느냐고 걱정을 했다. 아이에게 할아버지와 학창시절부터 단짝 친구이며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자 그제야 안심을 한다.

사십여 년 만에 해후라니, 들뜬 마음에 친구와 같이했던 추억들을 하나둘 되 내어본다. 남편과는 대학 동기이고 나와는 오빠 동생 하며 호형호제하던 사이다. 몇 해 전 남편의 부음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에 오지 못한 것이 마음이 걸렸다며 나를 먼저 봐야겠다고 했다. 고국을 떠나 이민자로 사는 삶이 그리 녹록지 않았을 텐데 그간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다.

만나기로 약속한 중앙 공원으로 향했다. 수많은 세월, 많은 이들의 숱한 이야기를 간직한 공원은 스산했다. 젊은 날 우리가 앉아 고뇌하던 벤치는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빈 의자에 아스라한 추억이 쓸쓸히 지나간다. 고적하다. 고목이 된 수령 깊은 은행나무 아래 희끗희끗 흰 머리를 하고 서 있는 할아버지가 눈에 띈다. 큰 키와 두툼한 안경을 낀 모습이 먼발치로도 단번에 그 친구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그 친구도 나를 금방 알아봤다. 대뜸 내 이름을 부르며 "영희야! 오랜만이다." 악수를 청한다. 아마도 둘이서 만나는 상황이 멋쩍은 모양이다. 남편 대신 나간 자리니 나도 어색함을 감추고 우정을 앞세우고 나갔다. 그리고는 호칭을 정리하자며 이 장로와 박 권사로 부르자고 한다. 고희를 바라보는 우리가 낄낄거리며 추억의 자리에서 옛 시절을 회상하다니 만남은 축복이요 선물이다. 혹시 가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곡선이라는 우리의 정체성 때문인지 아주 사소한 자리를 말했다.

초로에 선 남녀가 본정길을 간다. 한때는 가장 번화하고 유행을 선도하던 거리가 아닌가, 성탄절이 있는 12월이면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거리는 활기차고 시끄러웠다. 남문로라고 불렀던가,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해버린 시간에 그때 그 시절의 낭만과 운치는 세월의 때만 낀 채 초라하고 쇠락한 풍경이다. 이 장로는 가느다란 기억을 더듬어가며 낯설어했다. 경제순위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을 직접 본다며 흐뭇해하다가도 홀로 간직한 기억들을 아쉬워했다. 사거리에 번화가에 있던 "청주 베카리"라는 제과점은 그 시절 청춘들의 아지트였다. 특별한 약속이 없이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던 장소이다. 1970년대 말, 청바지 통기타 팝송이라는 문화가 유행을 했다. 마침 그곳에는 작은 뮤직박스 안에 신청곡과 짧은 사연을 소개하는 디스크자키가 있었다. 지직거리며 돌아가던 낡은 Lp 판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팝을 틀어주던 DJ의 모습이 이제는 희뿌옇다.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 꿈속에서도 고향을 떠올리며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친구의 고백이 안타깝게 들렸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고향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머나먼 이국땅에 살며 모국의 작은 길목까지도 소중히 간직한 친구의 애향심이 존경스러웠다. 하는 수없이 공원 앞에서 지금도 영업을 하는 우동 집에 들러 젊은 날의 향수에 젖어본다. 친구는 옛날에 먹던 그 맛이라며 또 하나의 추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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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헌정회장 "개헌 방향 '정쟁 해소'에 초점"

[충북일보]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헌정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조문을 만들었다. 이 연구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도 참여했다. 정대철 회장은 "정쟁을 해소하는데 개헌의 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헌정회가 개헌안 마련에 나서게 된 배경은. "헌정회는 오늘날 국민적 소망인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해소와 지방소멸·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시키는 장치인 내각불신임·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정쟁을 중재·조정하는 장치인 국회 상원제도 없다보니, 대통령 임기 5년·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헌법이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서 헌정회가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헌법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