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3℃
  • 흐림강릉 21.9℃
  • 구름조금서울 21.0℃
  • 맑음충주 21.3℃
  • 맑음서산 15.1℃
  • 맑음청주 24.0℃
  • 맑음대전 23.2℃
  • 맑음추풍령 23.6℃
  • 맑음대구 25.0℃
  • 맑음울산 23.0℃
  • 맑음광주 21.1℃
  • 맑음부산 18.2℃
  • 맑음고창 21.0℃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2℃
  • 흐림고산 16.5℃
  • 맑음강화 14.4℃
  • 맑음제천 22.2℃
  • 맑음보은 23.0℃
  • 맑음천안 21.5℃
  • 맑음보령 14.5℃
  • 맑음부여 19.0℃
  • 맑음금산 22.6℃
  • 맑음강진군 17.0℃
  • 맑음경주시 23.4℃
  • 맑음거제 18.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박영희

수필가

점점 차가워지는 날씨에 어린 외손녀가 언제쯤 눈이 오느냐고 묻는다. 대입 예비고사 날 시험을 마치고 나오던 길에 살포시 내리던 첫눈과의 추억이 먼 기억 속으로 떠오른다. 아마도 수능 날 눈이 올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이는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고는 요 며칠 눈을 기다렸다. 하교 시간이 되어 외손녀와 손을 잡고 아파트 숲을 지나는데 마침 눈발이 흩날린다. 눈이 오기를 고대하던 아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양손을 펼쳐 눈송이를 모으려 하건만 눈발은 가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저녁에 눈발이 제법 굵게 날리더니 아파트 단지를 금세 하얗게 물들였다. 외손주 셋이 "와, 눈사람" 하며 밖으로 나갔다. 맑은 동심은 저마다 조막만 한 눈사람을 만들어 접시에 올려놓고 행복한 첫눈 맞이를 한다. 아이들의 함박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는 듯하다.

늘 한가롭던 우리 집이 북적거린다. 갑자기 한 지붕 세 가족이 되었다. 큰딸은 고3 담임에 야간자율학습 감독이라며 퇴근 시간이 때로 밤중이다. 출근할 때 우리 집에 맡기는 초등학교 일 학년과 유치원생 손녀 둘은 전적으로 내 몫의 육아다. 등하교와 등 하원 그리고 다시 학원 보내기까지 나만의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마침내 숙식을 반복하더니 방학 때까지만 봐 달라며 슬그머니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주말이면 큰사위까지 덤으로 온다. 외면만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따금 부아가 치밀다가도 엄마라는 이름에 안쓰러워 묵묵히 감내하는 중이다.

며칠 전 작은사위가 2개월간 캐나다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작은딸도 외로워 당분간 우리와 같이 지내겠다고 한다. 딸은 예쁜 도둑이라지 않던가. 마음 약한 나는 두 딸과 손주들의 급거 입주를 받아들였다. 새벽부터 할미의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아이들도 헤헤거리며 아침을 맞는다. 눈을 마주 보며 식탁을 나누는 일도 한 지붕 세 가족의 즐거움이다. 사촌지간인 손주들은 "우리는 삼 남매" 하며 서열을 정하고 아주 끈끈하다. 핏줄이 뭐라고 힘이 들어도 손주들에 대한 사랑은 극진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며, 할미의 경륜과 우리의 소소한 일상이 아이들에게 착하고 따스한 선물이 되길 소망한다.

어릴 적 겨울은 눈이 많이 유난히 추웠다. 부모님과 우리 육 남매 그리고 새언니와 조카 셋까지 열두 식구가 한집에 살던 시절, 저녁이면 아버지가 왕겨를 뿌리며 풍구 불에 쇠죽을 끓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가마솥 언저리에 촘촘히 양말을 말리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솥 가로 발꿈치를 기운 양말들이 서러운 눈물을 흘리듯 하얗게 서린 김이 서글퍼 보였다. 비록 가난하고 학식이 높지 않았으나 따스한 가족애에 결핍도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오빠들은 새 덫을 만들어 담장 이엉 위에 올려놓고 참새가 오기를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새는 오지 않고 덫에 달아 놓은 벼 이삭만 바람에 꿈질거렸다. 온종일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참새 몰이를 하던 추억에 살며시 웃음이 난다.

먼 훗날 우리 손주들이 기억할 한 지붕 세 가족의 풍경은 어떤 그림일까. 토드락토드락 재잘거리던 아이들은 어느새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충북일보·KLJC 대선 주자 공동인터뷰③김동연 경기도지사

[충북일보] 김동연 경기지사는 "'당당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울어진 경선 룰을 확정했지만 국민과 당원만 바라보고 당당히 경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아닌 '어대국'(어차피 대통령은 국민)을 강조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회·입법·사법부를 세종·충청으로 이전하고 대통령 임기 단축의 지방분권형 개헌과 50조 슈퍼 추경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도 했다. ◇6·3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민생경제의 위기에 더해 정치권에서 촉발된 분열과 적대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내란과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과 확고한 비전, 실행력으로 경제위기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재도약을 이룰 리더십이 절실하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필수다. 다음 대통령은 임기 단축이라는 희생을 결단하고, 동시에 일관된 비전과 정책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 국민통합의 마중물이 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 ◇김동연 후보의 강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