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0.6℃
  • 구름많음강릉 6.3℃
  • 구름많음서울 2.5℃
  • 흐림충주 0.3℃
  • 구름많음서산 4.8℃
  • 청주 4.8℃
  • 흐림대전 8.1℃
  • 구름많음추풍령 5.5℃
  • 구름조금대구 8.9℃
  • 맑음울산 8.3℃
  • 광주 9.0℃
  • 구름조금부산 10.0℃
  • 흐림고창 8.6℃
  • 홍성(예) 4.8℃
  • 구름많음제주 9.6℃
  • 흐림고산 10.7℃
  • 구름조금강화 2.9℃
  • 흐림제천 0.9℃
  • 흐림보은 4.7℃
  • 흐림천안 3.5℃
  • 구름많음보령 8.2℃
  • 흐림부여 7.3℃
  • 구름많음금산 7.3℃
  • 흐림강진군 7.6℃
  • 맑음경주시 9.1℃
  • 구름조금거제 9.6℃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03.29 16:22:58
  • 최종수정2023.03.29 16:22:58
딸이 엄마에게 드리는 선물이라며 화분을 들고 왔다. 긴 줄기 끝에 넓은 잎새를 활짝 펼치고 있는 모양이 이국적이다. 이파리가 갈라졌고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다. 모양이 신비로워 이름을 물어보니 몬스테라라고 한다. 카스테라 빵과 한 글자가 틀리니 기억하기 쉬울 거라고 덧붙였다. 공간을 화사하게 연출할 수 있어 요즘 카페나 식당 같은 장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뿌리가 흙 위로 나와 공중에서 자라는 모양도 특이하다. 우리 집 거실 귀퉁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찢어진 몸과 뚫린 구멍을 하고 햇볕을 쬐며 끈질기게 생존해가는 몬스테라는 생명력이 뛰어나다.

대체 어떤 굴곡진 사연이 있기에 저토록 상처가 많은 걸까? 가만히 그 옆을 서성여본다. 비스듬히 뻗어가는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새순을 잉태한 것처럼 볼록하니 줄기가 돋아나 있다. 며칠이 지나자 돌돌 감은 잎이 옆 줄기 가지의 잎새 위에 천연덕스럽게 걸 터 앉아있다. 귀엽고 앙증스러운 자태에 한참을 쳐다보니 돌돌 만 새잎 끝에 콩알만 한 물방울이 맺혀 있다. 식물의 세계에도 엄연히 해산의 고통이 따르는가 보다. 줄기 하나 가지 하나를 낳기까지 남몰래 흘리는 몬스테라의 눈물에 숙연하다. 이튿날 또 이튿날 연하디연한 새 줄기가 조금씩 입을 벌리더니 마침내 손바닥만 한 이파리를 펼쳐 보였다. 새로 나온 잎은 여전히 찢어지고 구멍이 뚫린 채 맨 끝에 방울방울 눈물이 맺혀 있다. 몬스테라를 보며 갈기갈기 찢기고 멍 뚫린 슬픔을 견디던 사무친 시간들이 떠오른다.

어느 날 밤 갑자기 조카한테서 아빠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전화가 왔다. 대학병원으로 후송하고 나니 심장마비란다. 망연자실 나는 고아가 되어버린 두 조카와 함께 신을 원망하며 몸부림쳤다. 별안간 하늘나라로 떠난 동생과 사별의 슬픔을 삭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약사였던 남동생은 남을 먼저 배려하고 가난한 이웃에게 온정을 베풀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성품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덕망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약국을 운영했다. 매일매일 약국에서 동생과 함께하며 온유한 아우는 나의 스승이고 친구이며 멘토였다. 우리 가족 가운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는데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한 것은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었다. 하늘도 무심하지, 하필 왜 아우같이 착한 사람을 데려간단 말인가, 동생의 죽음이 더욱 가련한 것은 십 년 전 사고로 올케를 잃고 홀로 가정을 추스르던 가여움 때문이다. 단란하고 행복하던 가정에 갑작스러운 엄마와 아내의 부재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아내를 잃고 홀로된 남자의 뒷모습은 너무 슬프게 보였다. 동생의 가정을 살려야 했기에 나는 서럽고 비통한 마음을 억누르며 아우네 살림을 도맡게 된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어둠을 헤치며 동생 집으로 향했다. 엄마 잃은 어린 조카들과 동생 앞에서 씩씩한 척 눈물을 감추며 헛웃음을 날리던 일. 조제실 안에서 간간이 올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다 끝내 눈물을 쏟던 아우, 어린 딸들을 위해 슬픔을 삭이던 동생에게 나는 엄마가 되고 친구가 되고 부인이 되었다 누나로 살아온 셈이다. 어느덧 두 조카 딸도 대학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며 서서히 슬픔이 가시는 듯했다. 그것도 잠시 인명재천 이랬던가, 웬 청천벽력인가, 험난하고 고단한 삶을 살던 아우가 어느 날 밤 말없이 하늘로 떠났다. 비운의 삶을 살다간 동생이 아픔도 없고 슬픔이 없는 천국으로 가는 길엔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앞이 보이지 않던 마음에도 봄이 찾아 왔다. 슬픔 대신 화관을 씌워준다는 성서의 말씀처럼 조카딸도 좋은 배필을 만나 봄의 신부가 된다. 동생 대신 상견례를 하고 혼수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더 단단해져 있음을 본다. 조카의 새 보금자리에 어떤 시련이 온다 해도 능히 이겨내길 빌며….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정대철 헌정회장 "개헌 방향 '정쟁 해소'에 초점"

[충북일보]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헌정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조문을 만들었다. 이 연구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도 참여했다. 정대철 회장은 "정쟁을 해소하는데 개헌의 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헌정회가 개헌안 마련에 나서게 된 배경은. "헌정회는 오늘날 국민적 소망인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해소와 지방소멸·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시키는 장치인 내각불신임·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정쟁을 중재·조정하는 장치인 국회 상원제도 없다보니, 대통령 임기 5년·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헌법이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서 헌정회가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헌법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