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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7.07 14:33:07
  • 최종수정2024.07.07 14:33:07

박주영

시인·수필가

여린 소나무 묘목을 산밭 귀퉁이에 심는다. 소나무 사랑에 빠진 내게 지인이 몇 백 그루를 안겨주고 다녀갔다.

묘목들이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든든한 힘을 키워낸다. 겨우 잔뿌리를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그곳에는 도처에 가득 깔려있는 풀들도 제 키를 키우고있었다. 그늘로 자기만의 성을 만들며 땅을 점령하고, 꼿꼿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한다. 가시돗힌 쐐기 풀과, 서로 엉켜 힘을 키워내는 환선 덩쿨들… 그 성깔 알만하다.

어린 소나무들은 그와 맞서 치열하게 잔뿌리를 보호하고 있지만, 잡풀들의 공격으로 "후~우" 더운 숨소리를 내쉬고있다.

"하이고~저걸 어쩌나!"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풀뽑는 시기를 놓쳐버린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풀에 묻혀버려서 흔적도 보이지않는 어린소나무들. 나는 기를 쓰며 올라오는 잡풀들로 기진맥진하며 혀를 끌끌찬다. "소나무들이 주인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날마다 과수원과 고추밭을 서성이다가 때를 놓쳐버렸는데 온갖 에너지를 동원해서라도 풀과 이겨보겠다는 열정으로 소나무 풀밭에 앉았다.

소나무 묘목을 전해준 손길의 깊은 의미를 져버릴수 없고, 잘 키워보겠노라고 장담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새벽 아침마다 서슬 푸르게 일어서는 그들과 맞서 싸우기로 결심했다.

키가 제일 큰 풀들은 발로 제키며 쓰러뜨리고, 뿌리 하나라도 놓치지않으려는 분노의 호밋자루가 억센 풀뿌리와 전쟁 중이다. 그러나 어림도없다. 이미 내 허리 높이로 자라버린 풀들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견고한 마음의 중심을 잡아 지구력을 키워내던 어느 날, 키 크고 억센것들이 드러누운 채 힘을 잃어 죽어갔다. 그러나 키작은 풀들은 호미에 뽑히고 발로 밟혀도 다시 고개를 쳐들고 일어선다.

나는 다시 용기를 내었다. 겁없이 일어서는 잡풀들 앞에서 온갖힘을 부활시켜 손작두를 동원시켰다. 주인 발걸음이 사라졌던 이곳에서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 생각하면서 풀들과 전쟁을 치루고있는 내 자신에게 묻는다. "무모한 도전은 아닐까"

그러나 풀약을 뿌리기에는 이미 늦어버렸고 어린소나무들이 혹시 피해를 볼것같은 염려 때문에 한가지 생각에만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다. 일단 소나무들에게 하늘을 보여주고 싶은 맘 뿐이였다.

드디어 여린 소나무가 한그루 두그루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늘 속에서도 지조를 잃지않고 작은키를 키우며, 고고한 자태로 나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지난 날, 햇볕 언덕에서 마음이 흔들릴때마다 열심히 일 한자들에게만 누리는 호사마저 포기하고 싶었는데 소나무밭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붙들면서 생각해본다. "어린 소나무들이 하늘의 신선함을 받아 숨을 쉴수 있을때까지 참아내자" 오직 그런 일념으로 풀과의 전쟁을 포기하지않았다.

문득 뒤돌아 회상한다. 산노을 등지고 밭에 머무르던 내 어머니의 뒷모습, 마음을 펑퍼짐하게 내려놓고 태풍과 맞서던 그 지혜를 .

새벽아침마다 며칠째 이곳에 정성을 다했더니, 500여 평에 심었던 여린 소나무 몇 백그루가 모두 하늘을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나무들아 고맙다. 살아있어줘서~"

"주인님 고맙습니다. 우리가 숨을 쉬게 해주셔서~"

소나무들도 그렇게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다.

매일 고달픔을 등에 업고 사는 시골살이. 밤이면 몸살로 무릎이 아파도, 모진 시간 견딘 만큼 뚜렷하게 내린 붉은 열정은 오늘도 쉬지않는다.

도심의 끝자리에서 속으로 눈물 흘리며 살아온 지난날들… 오늘은 산그늘 아래서 찾은 삶의 여유로 내 마음속에 푸른 희망의 날개를 달아준다. 오늘도 나는 제법 자란 소나무의 정기를 꼭 안으며, 낮은산 숲에서 꽃눈같은 마음으로 멀리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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