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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8.30 17:41:11
  • 최종수정2023.08.30 17:41:11

박주영

시인·수필가

'심성특별수련' 이란 프로그램 중에서 나무와 대화하기 순서에 맞춰 숲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나무와 새들이 어우러져 마치 작은 음악회를 연출하고 있었다. 각자 몸짓으로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자 '툭' 어디선가 도토리 하나가 떨어져 가랑잎 속으로 굴러갔다.

담당교수 강의가 시작되었다. 미국의 백스터란 사람은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해 식물이나 나무에게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평생 오랜시간 나무를 연구하던 중 식물에게 불을 붙이자 거짓말 탐지기 바늘이 급작스럽게 요동치듯 움직였다. 그 실험을 통해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뜨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아냈다.

나는 대화의 상대나무를 찾다가 유난히 눈길을 끄는 붉은소나무가 있어 경건한 마음으로 다가갔다. 홀로 비바람 맞으며 희생의 아픔을 견디고 있는 소나무에게서 온기가 느껴졌다.

내 마음이 고요해져야 나무의 소리가 들릴 것 같아 모든 잡념을 버리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황토흙이 부드럽게 밟히는 그곳에서 오직 나무와 나만이 서로 교류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무와의 관계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나무 강의를 깊이 새기면서 스스럼없이 속 마음을 발가벗겼다.

지난 날 슬픔과 절망으로 세상을 원망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던 사업이 실패를 거듭 할 때마다 내게 상처를 준사람을 미워하고 원망하며 자신의 무능함을 탓했다. 스스로 마음속에 지옥을 만들어 놓고 자신을 학대 했다. 속으로 참아왔던 말들을 나무에게 조용히 쏟아냈다.

"소나무야~ 지금 몹시 힘이 들어, 두통이 심해서 모든 삶을 포기하고 싶어~. 사람에게서 상처받은 마음을 이겨낼수있는 긍정의 힘을 주렴. 앞으로 어떤 고난이 닥쳐도 스스로 참아 낼 수 있는 강한 용기를 주길 바라~"

기도하 듯 마음을 간절히 전했다. 그 순간 젖망울같은 꽃봉오리가 마음에서 피어났다. 나무와 내 마음의 고리가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다. 어깨가 들썩일 정도 설움이 북받쳤다. 그러나 그 눈물은 마치 배냇잠에서 깨어난 아기웃음처럼 서러운 내 마음을 녹아내렸다.

바로 그때였다. 몸이 자석에 끌리 듯 나무에게로 끌려갔다. 어떤 큰 힘이 느껴졌다. 그 느낌이 얼마나 포근하던지 눈을 뜨기가 싫었다.

'혹시 바람에 떠밀린 것은 아닐까?' 어지럼증 같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반복해서 위치를 바꿔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게 왠일인가? 내 몸이 다시 나무에게로 더욱 강하게 이끌리 듯 쏠렸다. 그렇게 여러번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쏟아낸 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바람 한 점 없는 그곳에 회원들은 숙소로 돌아가고 나 혼자 남아 있었다. 마치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포근히 나를 안아주는 것 같았다. 그 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면서 어떤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을 용기도 생겼다. 머리가 한층 맑아졌다.

그때 환청 같은 소리가 다시 내 귀에 들리는 듯 했다. 그 소리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이 가슴에 은은히 울려 퍼졌다.

"괜찮아 당신은 모두 해낼 수 있어, 마음 아파하지마, 다시 일어날 수 있어~"

내 깊은 속 마음을 알고 있기나 한 듯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 소리는 언어가 아닌 무언의 환청같은 느낌이었는데,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숙소로 돌아왔다. 회원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나무와 대화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먼저 돌아왔다면서 2시간이나 흘렀다고 했다.

'잠깐인가 싶었는데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다니…'

담당교수는 사람이 본성을 깨닫고 에너지가 내적으로부터 열리면 평생 병 없이 살 수 있다고했다. 또한 마음에 평화로운 기운이 넘쳐 스스로 몸은 치유 된다고한다. '나무와의 대화' 체험은 나무의 무한한 존재를 믿는 자에게만 가능하며 자신의 마음이 해낸거라면서 체험담을 회원들에게 발표하라고 했다. 그때서야 꿈을 꾼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믿음이 기적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다. 내가 체험했던 나무와의 대화도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일이었을까? 그 뒤 우울증이란 병은 자연스럽게 치유되었고 살아있는 것들을 마음으로 조용히 바라보는 습성이 생겼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겠다. 마음은 무의식의 존재이며 무한의 능력이 있다. 마음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 없다.

그 붉은소나무 곁에 가면 내게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 그리고 다정하게 이렇게 말해 줄것 같다.

"힘내세요!!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지금 나는 시골로 내려와 농부로써 행복한 삶을 누리고있다. 가끔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마음속에 심어놓은 붉은 소나무 한 그루를 생각하며 지난날을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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