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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수

백두대간연구소 이사장

첫 수매를 했습니다. '물벼수매'입니다. '물벼수매'라 함은 '논에서 추수를 마치고 말리지 아니한 벼를 미곡종합처리장(RPC: Rice Processing Complex)으로 가져가 수매하는 것'입니다. 물벼는 수분량이 22~25%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를 약 16% 정도로 환산하고 이물질 등을 점검하여 실 중량을 맞춥니다. 농민들에게는 실 중량으로 환산된 가격에 맞추어 수매가를 지불합니다. 저는 1t 안 되는 물벼를 수매하였고, 약 850㎏을 인정받았습니다. 나머지 300㎏은 방아를 찧었습니다. 가족들이 나누어 먹기 위해서입니다.

반백 년을 훌쩍 넘겨 살면서 주식인 쌀을 모내기에서 탈곡까지 직접 했다는 뿌듯함은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밥만 먹어도 고소하고 찰집니다. 밥 한 공기로 아내와 행복한 소통의 공간이 마련되었습니다.

지난 5월 봄 로타리치고 논둑의 풀을 예초기로 깍았습니다. 지나가시던 주민께서 "힘들게 하지 말고 제초제 하면 편하다."고 하셨지만, 몇 차례 논둑깍기로 마무리 했습니다.

5월 18일 모내기를 했습니다. 어릴 적 기억 속의 모내기 풍경은 동네 어른들이 함께 모여 했던 풍경입니다. 논둑에 쭈그리고 앉으신 어르신이 못줄을 띄우는 것을 지휘하며 소리 하면, 모를 심던 어른들이 허리를 펴고 일어서 함께 창을 읊조리고 덩실 춤을 추며, 다시 허리 숙여 모내기하던 풍경이지요. 그리고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시면 논둑에 둘러앉아 참을 먹던 풍경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때 먹었던 장떡(고추장 빈대떡)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빈대떡입니다.

옛 기억이 갈무리 되어갈 쯤 이양기가 논으로 들어옵니다. 모판의 모가 기계를 통해 줄 맞추어 심겨지는 모습은 이채롭습니다. 살면서 많이 봤던 모습이지만 유심히 보지 않았던 탓에 참 신기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심는 것에 비하면 정겨움이 없지만 문명의 흐름을 거부할 수 없고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의 현실에서는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몇일지나 가지거름이라 하여 비료를 뿌렸습니다. 벼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물을 맞추어야 합니다. '비 오면 물 빼고 가물면 물 대고' 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반복 해야 합니다. 물 조절을 통해 논에 잡초를 잡고 미질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장마철 전 7월 초순이면 물을 빼고 논바닥을 바짝 말립니다. 뿌리가 땅에 깊게 내리게 하려는 것이지요. 그래야 가을 태풍을 이겨낼 수 있다 합니다.

이삭이 나옵니다. 그땐 다시 물을 넣어 이삭이 틈실하게 맺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삭 비료를 줍니다. 게으른 초보 농부는 이삭 비료 주는 시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벼는 황금빛으로 다가왔습니다.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 논에 물을 다 빼고 벼를 베었습니다. 콤바인이 들어와 벼를 베면서 바로 탈곡을 하고 트럭에 있는 바로 톤백에 실어주면 RPC로 가 수매를 합니다. 간단한 것 같지만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이룰 수 있는 성과입니다. 경험이 많은 박사 농부 어르신들의 조언을 들어가며 차분하게 벼농사를 마무리 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노력과 정성에도 수매가가 낮아질 것을 우려하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져만 갑니다. 이 땅을 지키는 진정한 애국자인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면 국가가 위태롭습니다. 잘 갈무리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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