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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9.04 13:58:15
  • 최종수정2024.09.04 13:58:15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우리나라에서 16년 만에 직선제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인 1987년 겨울, 당시 홍콩의 유명 배우 왕조현, 장국영 주연의 ≪천녀유혼≫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갈등을 만드는 한편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로 '연적하'라는 도사가 출연하는데, 이 인물은 물 위를 뛰어다니고, 손에서 폭발물을 마구 내쏘는 등 법력이 너무 뛰어나 황당한 요소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귀신과 마귀가 출현하는 영화임을 감안할 필요는 있겠다. 이 영화의 멋진 삽화 중 하나로, 도사역을 맡은 배우 우마가 야밤에 폐허가 된 사찰 뜰에서 칼을 휘두르고 노래하며 춤을 추는 장면이 있다. 이 때 노래의 첫 구절이 "도가도 비상도(道可道, 非常道)"이다. 이 여섯 글자는 누구나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한자인데, 이것은 심오한 철학으로 소문난 노자 ≪도덕경≫의 첫 구절이기도 하다. 이 여섯 글자의 글귀에서 '도'가 3번 나오는데, 첫 번째와 세 번째 '도(道)'는 명사로서 우리가 흔히 "도를 아십니까?"라고 할 때의 '도'이며, '진리'라는 의미이다. 두 번째 '도'는 동사로서 '말하다'라는 의미이다. 전체적으로는 "도라고 하는 것이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항상한 도가 아니다."가 된다. 진리란 어제 다르고 내일 달라선 안 되는 것이니 '항상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진리를 '상도(常道)'라고 표현한 것이다. ≪도덕경≫이 아무리 심오하다 해도 일단 첫 구절의 한자가 쉬우니 문턱이 상당히 낮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뒷 구절은 어떨까. "명가명, 비상명(名可名, 非常名)." 첫 구절에서 힌트를 보면 의미도 대략 파악이 된다. "이름이란 것은 이름 붙일 수 있으면 항상한 이름이 아니다." 어떤 대상에 대해 이름을 붙여 개념화하면 그 실체를 온전히 반영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은 결국 언어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밖에 없으나, 이것은 인간이 만든 개념일 뿐이므로 노자는 진리의 말을 풀어내기에 앞서 이렇게 진리란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우선 말해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12글자 뒤로부터는 본격적으로 진리에 대한 서술이 시작 되는데, 이젠 난이도가 어떨까. "무, 명천지지시, 유, 명만물지모. (無, 名天地之始, 有, 名萬物之母.)" 내용이 머리에 쏙 들어오지는 않지만 글자는 여전히 평이하다. 의미를 생각해보면 "'무'라는 말로 천지의 시작에 대해 이름을 짓고, '유'라는 것으로 만물의 생성을 이름 짓는다." 우리는 흔히 '무(無)'를 '없을 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는 '없다, 있다'를 떠나서 천지의 시작 및 그 직전의 상태에 대해 '무'라고 칭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 자세히 인용하기 어렵지만, 노자는 이들 '무'와 '유'가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인데 이름이 다를 뿐이어서, 둘 다 '현묘하다(玄)'고 일컫는다고 하였다.

동양철학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통된 인식 체계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동양의 사유체계에서는 흔히 말해서 '무'와 '유'라거나 '음(陰)'과 '양(陽)' 같이 상반된 존재의 조화 속에서 이 세상이 생성되어 나왔다고 갈파하고 있다. 다만 세상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는 별개로 인간 세상은 이러한 조화가 아득히 어려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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