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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이 칼럼은 아침을 열지만 오늘은 술 이야기이니 저녁에 읽기 좋을 듯하다. 옛 그림이나 문헌을 보면 옛 사람들은 술을 꼭 데워 먹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고대에는 발효기술이 좋지 않았으므로 술 도수가 2.5~3도 쯤 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도수가 낮은 술은 데워주면 맛도 좋아지고 알콜 확산 효과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청주를 데워 마시는 것은 주로 이 첫 번째 이유 때문이다. 둘째는 고대의 술에는 기타 불순물이 많았기 때문인데, 특히 음용 해서는 안 되는 메틸 알콜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메탄올은 64.6도에서 기화되지만, 술로 마시는 에탄올은 78.3도에서 기화되므로 김이 살살 나면서 뜨겁다 싶은 정도가 되어야 음용 가능한 술이 되는 셈이다. 당나라 때의 대시인 두보는 이태백을 두고 "술 한 말 마시고 시를 백 편 쓴다"라고 했는데, 물론 과장법이긴 하지만 당나라 때까지만 해도 술은 모두 도수가 낮은 발효주였으므로 밤새 퍼마신다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늘날 중국 술을 대표하는 '빼갈'이라는 것은 몽골인들이 세운 원나라 때 아랍에서 증류 기술이 전래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빼갈'이란 한자로 '白乾兒(백건아)'라고 쓰는데, 세 번째 글자인 '兒(아)'는 앞 글자에 'ㄹ' 받침을 넣으라는 표시이다. 그래서 중국어 발음으로 읽으면 '빠이까알'이 되고, 한국식으로 조금 빨리 읽어서 '빼갈'이 된 것이다. '白乾兒(백건아)'의 '백'은 '희다'는 뜻이니 물같이 투명한 색깔을 '희다'라고 표현한 것이다. 술은 액체인데 '마르다' 의미의 '乾(건)'자를 쓰는 것은 알콜 성분이 높아 수분이 적다는 의미이다. 현재 알콜 도수가 가장 높은 것은 '헝수이 라오빠이깔(衡水 老白乾兒)'이라는 술인데 78도나 된다. 그런데 세상에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게 마련이어서, 알콜 도수 96도의 폴란드 보드카 '스피리투스'에 비하면 많이 순한 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보드카는 칵테일로, 또는 물을 섞어 마시는 반면 빼갈은 그대로 한 잔 톡 털어 넣는 것이므로 실제 음용할 때 체감 도수는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빼갈'이라 부르지만, 중국에서는 술의 종류를 분류할 때는 빼갈류의 술을 '白酒(백주, 빠이지우)'라 부른다. 이러한 백주들 중에는 남의 곡물을 훔쳐다 만들어도 이 가격에 만들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저렴한 술이 있는가 하면 술 한 병에 경차 한 대 가격은 우습게 나오는 고가의 백주들도 있다. 왜 이렇게 많은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까.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재료나 장인의 인건비, 인기도 등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증류기에서 몇 번째 내린 것인가, 몇 년간 숙성시킨 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며, 그 외에 누룩의 종류도 영향을 끼친다. 증류기에서 처음 내린 술은 '특국(特麴, 터취)'이라 하는데, 이것은 태생부터 귀한 몸이어서 항아리에 담아 최소 3년에서 길게는 15년 정도 숙성시킨다. 두 번째 내린 것부터는 이미 기본 품질이 한계가 있으니 오래 보존한다고 해서 맛이 더 좋아지지 않으므로 짧은 시간 숙성시켜 판매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몇 번째 내렸든 즐겁게 마시고 실수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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