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3.06.01 18:03:20
  • 최종수정2023.06.01 18:03:20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지난 토요일인 5월 27일은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이었다. 마침 대체 공휴일도 생겨서 월요병 없는 한 주를 맞게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혹시 '불기'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다면 "불기 제 몇 년, 부처님 오신날"은 잘 못 된 명칭이라 하는 말을 들어 보았을 수 있겠다. 우리나라와 같이 여름, 겨울이 뚜렷한 지역은 동안거와 하안거로 일 년에 두 번의 안거기간이 있지만, 인도는 여름 우기에 한 번 안거를 하게 된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열반에 든 다음 해에 제자들이 여름 안거를 끝내면서 "부처님 없이 우리끼리 여름 안거를 보낸 첫 번째 해" 이런 식으로 세기 시작한 것이 불기이다. 스님들이 승려가 된 이후의 나이, 즉 출가한 햇수를 '하랍(夏臘)'이라 하여 '여름 하(夏)'를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애당초 불기는 부처님 오신 해가 기준이 아니라 열반에 든 해가 기준이었다. 다만 이것은 기원이 이렇다는 것이고, 실제 이렇게 '기년' 즉 해를 센 것이 남아 있지 않으므로 불기는 부처님의 탄생과 입멸 연도를 어떻게 추정하느냐에 따라 아주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한편, 부처님 오신날짜에 대해서도 음력 2월 8일, 음력 4월 8일, 음력 4월 보름 등 여러 주장이 있는데, 1998년 세계불교도회의에서는 양력 5월 중에 들어있는 보름날로 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복잡하게 된 것은 경전에 따른 기록의 차이라거나 역법의 계산법 차이 등 여러 가지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불기는 부처님이 기원전 624년에 태어나 기원전 544년에 입적하셨다는 설에 따라 1956년 네팔에서 제4차 세계불교도회의를 하면서 그 해를 불기 2500년으로 정한 것에서 비롯된다. 물론 1956년에 세계불교대회를 하다 보니 마침 불기 2500년이었던 것이 아니라, 2500주년에 맞추어서 그 해에 개최한 것이었다. 따라서 부처님이 80년 정도 세상에 계셨다고 보면 2567년에 80을 더해, "불기 2647년 부처님오신날"이라 해야 한다거나 또는 "불기 2567년 부처님열반일"이라 하는 것이 논리적이라는 말이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갑자기 '부처님 열반일'이 등장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부처님오신날과 열반일을 각각 달리 쇠고 있지만, 여러 경전에서 부처님은 탄신일과 성도일, 열반일이 모두 동일 날짜로 서술 되고 있으므로, 4월초파일이 부처님오신날이라면 열반일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기 2567년"과 "부처님오신날"은 모순 되는 표현은 아니다. '불기'는 부처님 입멸 후 지금까지의 햇수이고, 부처님오신날은 그 해 달력에 포함된 5월 27일과 같이 어느 하루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2567년 전에 부처님이 오셨다"거나 "2567번째 부처님오신날"이라고 말해선 안 된다는 것만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어떤 기념일의 날짜를 정확히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그 기념일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다. 이번 부처님오신날에는 기독교계의 한 목사가 "부처님오신날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외쳤던 것이 눈길을 끈다. 이것은 인명진이라는 분이 부천 석왕사의 봉축법회에 참석하여 했던 말인데, 그 강연 요지는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받들고 자비를 잘 실천하였다면 부처님이 매년 오실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가 더 잘하자"는 것이다. 인목사는 다소 정치색이 있는 인물이므로 혹 호오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 강연 자체는 부처님오신날의 정신을 잘 표현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정당, 계층, 성별, 세대, 지역… 갈등의 원인은 별 것 아닌데, 혐오는 너무나 거대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혐오는 나의 마음을 힘들게 할 뿐이지 아무런 실익도 없는 것이지 않은가. 혐오의 마음이 조금씩만이라도 줄어가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