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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3.02 16:21:50
  • 최종수정2023.03.02 16:21:50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거안제미란 한 글자씩 직역하면 "든다-밥상을-가지런하게-눈썹과"로서, 밥상을 눈썹까지 높이 받들어 올린다는 것인데, 상당히 특이하게 보이는 이런 행동은 부녀자들이 남편에 대한 공경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것 떠나서 이처럼 밥상을 높이 들고 다니는 것이 가능할 것일까? 까딱 잘못해서 뜨거운 국이며 반찬들이 미끄럼 타서 쏟아진다면 그건 정말 대형사고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어려운 동작이므로 김홍도의 <후원유연> 등 지금 남아있는 그림들을 보면 눈썹과 나란한 정도는 아니고 상당히 높게 든다는 성의를 보이는 선에서 타협을 보았을 듯하다.

우리는 '거안제미'의 역사적 전고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상차림의 일반 분류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상차림의 분류에는 크게 두 가지 기준이 있는데, 첫째로 1인이 독상 받는 분찬제,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하나의 요리를 공유하는 합찬제가 있고, 둘째로 처음부터 모든 음식을 상에 차려 두는 공간전개형, 코스요리처럼 차례로 내어오는 시계열형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고대로부터 조선말까지 분찬제+공간전개형이 유지되어왔다. 그런데 중국은 고대에는 분찬제였다가 동한~송대까지의 과도기를 거쳐 송대 이후로는 합찬제가 정착된다. 반면에 상차림 순서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시계열형을 따른다. 즉 중국은 원래가 요리를 차례대로 내어오기 때문에 한 번에 음식 한두 가지를 쟁반에 담아 내어 왔는데, 쟁반을 높이 드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다. 즉, 애당초 거안제미는 시계열형 상차림을 문화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거안제미를 소재로 하는 수많은 그림이 있는데 모두 쟁반을 들고 있는 것이지 우리나라처럼 소반을 들고 있는 경우는 없다.

더하여 여기에는 두 가지 반전이 있다. '거안제미' 고사의 주인공은 <후한서·양홍전(梁鴻傳)>에 보이는 양홍의 아내 '맹광'인데, 이 여성은 원래가 "돌절구를 들 정도로 힘이 쎈" 여장부였다. 따라서 쟁반 하나쯤 높이 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양홍전>의 원문을 분석해 보면, 맹광이 보인 '거안제미' 행위는 "감히 남편과 눈을 맞추지 않고 머리를 숙이는 것"이었다. 즉 핵심은 반상을 눈썹까지 들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눈썹을 반상까지 내려서 맞추는 것이었다. 결국 반상의 높이 보다는 고개를 숙이는 행위에서 공경이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중국에서는 '거안제미'가 얼마나 행해졌을까? 왕런샹이라는 학자가 고대 중국에서 "거안제미가 통상적인 하나의 예절"이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그다지 믿기 어렵다. 이 사람이 제시한 사례들은 '맹광'의 고사를 제외하면 원문을 조작적으로 해석하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는 한나라 때의 허황후를 예로 들면서, "직접 밥상을 높이 들고 음식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고 했는데, "높이 들고"는 <한서> 원문에 없는 말을 자기가 끼워 넣은 것이다. 즉, 거안제미란 중국에서도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기 어려운 '엄친아'같은 존재였을 뿐이다.

거안제미의 주인공인 맹광은 그냥 남편이 사랑스러워서 한 행동이 천년도 더 지난 뒤 조선의 부녀자들을 힘들게 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거안제미는 남성들에게도 그다지 이득이 없는 행위이다. 거안제미가 가능하려면 소반 위에 차릴 음식의 양이 한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난한 시대에는 이것이 차라리 많이 차려내지 못하는 핑계가 될 수도 있었겠으나 이런 문화는 우리나라의 음식 발전에 부정적임은 분명하다. 이제 와서 이 사례를 두고 조선의 성리학을 비판할 필요까진 없지만 외부의 문화란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수용해야 하는 것임은 교훈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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