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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요즘 '꽃중년'이란 말이 유행한다. 모 종편채널에서 방영하는 '아빠는 꽃중년'이란 예능 프로가 인기를 모으기도 한다. 꽃중년이란 자기 외모를 가꾸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려 노력하는 40대 중년을 말한다. 50~60대도 자기 관리를 잘함으로써 남한테도 멋지게 보이려고 한다는 의미에서 꽃중년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노년도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려고 노력하면 '꽃노년'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꽃중년, 꽃노년은 좀 외모에 치우치는 느낌을 준다. 아무리 노년에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한다 해도 외형적인 멋을 가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늙음에 따라 자연히 따라오는 흰 머리칼과 주름살, 어눌해지는 말투와 구부정해지는 어깨 등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반백인 머리칼을 이발할 때마다 그렇게 늙어 보이지 않게 하려고 검은색으로 염색한다. 염색을 자주 하면 머리카락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강의하는 처지가 되면서부터 계속 염색 한다. 처음부터 젊은 외모처럼 검은 머리로 섰는데 점점 반백으로 보여 늙은 본색이 드러나는 것 같아 싫고, 보는 사람이 늙은 사람을 좋아할 리 없다는 선입견도 작용해서다.

주름살이 늘면 는 대로, 머리가 희어지면 흰 대로 그대로 남 앞에 서면 안 될까. 언제까지 늙었는데 안 늙은 것처럼 치장해야 하나. 남 앞에 서는 일을 한다고 사교상, 직업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것이 얼마나 갈지 모른다. 어찌 보면 자신을 속이는 일 같아 찜찜하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다는 점이 문제다. 다 그렇게 약속이나 한 듯 어떻게든 젊어 보이려고 꽃중년 꽃노년으로 보이려고 발버둥 아닌 발버둥을 친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와 같은데 나 혼자만 '늙음'을 나타내며 살기도 어렵다. 독불장군처럼 살지 말고 그저 같이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좋고 무난하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이 되고 마음의 찜찜함도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나는 외모 관리만으로 꽃중년 꽃노년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육체적이며 정신적인 면을 동시에 다 갖고 있는 존재다. 육체도 건강하고 아름다워야 하지만 정신도 정상으로 빛나야 한다. 오히려 노년에 들수록 육체의 노화는 필연적이어서 정신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더불어 마음의 평안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노년의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노년의 풍요로운 취미생활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그 취미의 하나로 시와 시낭송을 일 순위로 하고 있다. 시를 가까이하고 시를 써온 세월이 오래되었지만, 최근 5년간 시낭송을 접하고서는 더욱 시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시를 낭송하려면 우선 사를 완벽하게 암기하여야 한다. 머리로 생각해서 나오는 시가 아니라 입에서 줄줄 나와야 자기의 감정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외우는 과정이 꽤나 힘들기도 하지만 외우는 그 자체를 즐거움으로 삼으면 활발한 뇌 활동과 감성도 훈련이 되어 건강에 좋다.

글로 쓰인 시를 눈으로 보고 느끼다가 소리로 표현하는 느낌은 또 다른 차원의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남의 낭송을 듣고 느끼는 감동도 좋지만 내가 내 낭송을 듣고 느끼는 즐거움이 너무 좋다. 나는 아침 산책길에 자연스레 나오는 시를 낭송하는 행복감에 빠져있다. 내 마음 저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감성이 내 좋아하는 시를 타고 나오는 소리를 듣는 그 울림이 난 너무 좋다. 이제 이 시낭송은 나의 취미를 넘어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나는 노년을 시낭송으로 꽃 피는 꽃노년으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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