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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계절이 또 옷을 갈아입고 있다. 조석으로 불어오는 생경한 바람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옷장 정리를 한다. 반 팔은 깊숙한 곳에, 긴 팔은 손이 닿기 편안한 곳에 놓는다. 주말엔 내복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스카프를 정리한다. 분홍색 바탕에 기하학적인 무늬가 있는 스카프, 파란색 바탕에 꽃무늬가 그려진 스카프, 갈색 바탕에 검은 체크무늬가 수 놓여진 스카프, 초록색 민무늬 스카프…. 언제 이렇게 사 모았는지, 참 많이도 그러모았다. 세월이 쌓인다는 건 냄새가 쌓이는 것이라는데, 나에겐 어떤 냄새가 날까. 하늘거리는 스카프 속에서 내가 쌓은 욕심의 냄새가 스멀스멀 기어 나올 것 같아 멈칫한다. 물방울 스카프를 들고 냄새를 맡아 본다.

점·점·점

물방울 떨어진 자리

서릿발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하얀 날

장롱에 곱게 넣어둔 스카프를 꺼낸다

둘·둘·둘

감으면 파도 소리 목에 걸린다

폭풍이 밀려와 당신을 삼킨 새벽

바다의 고함을 뚫고 파도가 건넨 스카프

감는 건

사람의 체온을 데우는 일

사랑은 파도에 유영하듯 풀어주는 것

찬바람 일렁거리고 당신이 밀려오고

감기 위해

풀어야 했던 당신의 스카프

서리 내려 감기는 지금은 초겨울

저절로 스카프 감는 매큼한 계절이다

─ 김나비, 「물방울 스카프」전문 (시집 혼인 비행)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스카프를 자주 감는다. 감는다는 것은 사람의 체온을 데우는 일이다. 체온을 데운다는 것은 기억을 데우는 것이다. 창밖에 초겨울 바람이 일렁이며 춤을 추고 있다. 내게 남아있는 겨울은 얼마나 될까. 많아야 스무 번일 것이다. 사는 동안 다른 사람의 기억을 데워줄 수 있는, 따듯한 스카프 같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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