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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아들이 태어난 날, 요즘 아들이 대신 살아내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엿보러 간다. 큰아들은 요즘 연극에 빠져 있다. 일 년 동안 연습하고 준비한 작품을 오늘 처음 올린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 오늘은 아들의 생일이다. 생일 밥을 먹자고 하자, 며칠 동안 공연이 연달아 있어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생일파티는 공연이 다 끝나는 날로 미뤘다. 공연 관람에 동행할 동생과 조카를 만나러 나가는데, 작은 아들의 전화가 온다. 공연을 보러 못갈 것 같다고 하더니 형의 공연에 불참하는 게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묻는다. 7시 공연이라 저녁을 먹고 가야 하기에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밥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동생과 작은 아들과 조카가 차례로 들어온다. 유치원에 다니는 조카가 선물이라며 작은 봉투를 내민다. 열어보니 팝콘이 들어있다. 이모 사랑한다는 편지도 함께 들어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팝콘을 달게 먹자 아이가 팝콘처럼 웃는다.

공연장으로 향했다. 유령이 되어 아들이 연기를 한다. 아들은 교통사고로 죽은 후 홀로 남은 연인을 돕기 위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동연의 역할로 나온다. 동연은 유령을 볼 수 있는 남자인 상우에게 접근한다. 동연은 상우에게 '고스트 컴퍼니'를 차리자고 제안한다. 예기치 못하게 죽은 사람들, 즉 유령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그들이 사전에 남긴 돈을 수임료로 받아 서로 나누기로 한다. 이런저런 사건을 거치고 결국 동연은 상우에게 자신의 연인을 부탁하며 저승으로 떠나는 줄거리이다. 연극을 보며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죽음은 삶의 일부다. 우리의 삶은 탄생에서 죽음으로 시간을 타고 가는 과정이다. "기독교에서는 죽음을 영원한 생명의 세계로 가는 구원의 길이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윤회(輪回)로 이어지는 인연의 고리라고 설명한다. 민간신앙인 무속에서 죽음은 저승세계, 즉 황천으로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에게 있어서 죽음은 무엇일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며 작품의 놀이터다. 작가는 글을 통해 죽음과 삶을 확인하고 그 죽음의 세계를 삶으로 초대해 탐색하며 함께 공존한다. 다른 예술작품에도 죽음은 종종 등장한다. 유한한 시간의 극복을 위한 무한한 상상을 통해 죽음을 초월한 영원한 삶을 작품으로 승화하여 고귀한 존재론적 삶과 죽음의 인식 문제를 형상화하는 작업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열연하는 아들의 모습에 몰입되어 눈물을 흘렸다. 공연이 끝난 뒤 배우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아들에게 재미있었다고 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이 세상의 영혼들이 옮아갔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깜깜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생처럼 하늘은 어둠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말없이 올려다 보는데, 조카가 눈이온다로 소리를 지른다. 팝콘 같은 눈이 하늘에서 쏟아졌다. 차깃하다*. 삶과 죽음을 가상으로 마주한 저녁, 아직 죽음은 잘 모르지만 살아있어서 좋다. 차가운 눈발을 가족들과 맞을 수 있어서 참 따듯하고 행복하다.

*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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