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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15 14:02:32
  • 최종수정2018.04.15 14:02:32

김희숙

수필가,원봉초병설유치원교사

며칠째 날리는 먼지처럼 인도를 떠돌고 있다. 인도의 거리와 공기와 사람들에 익숙해지고 있다. 뭐라 정의할 수 없는 흐릿한 나라, 경계가 없는 마블링처럼 질서 없이 마구 뒤섞인 나라. 그 걸쭉한 뒤섞임에 내가 섞이고 있다. 오늘은 무굴제국의 건축물인 파테푸르시크리성과 아그라성을 눈에 담기로 했다. 마음으로 찍어야 눈을 감아도 떠오른다고 했던가. 카메라도 없이 가볍게 나선다. 가는 동안 길에서 만난 노새의 초롱한 눈과 길거리를 활보하는 돼지들의 통통한 엉덩이가 시선을 베어간다. 당근 빛으로 물든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도 사람들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있다.

성을 둘러보는데 이번에는 다람쥐다. 자그만 다람쥐들이 사람들 주변을 맴돌고 있다. 다가가도 경계하는 흔적이 없다. 오히려 사람들이 내민 손 위로 팔위로 제집 드나들 듯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다람쥐의 재롱에 잠시 멈춘 길, 지붕을 올려다본다. 비둘기들이 앉아 있다. 한참을 지붕위의 비둘기를 보고 있는데, 한국말이 불쑥 허공을 걸어 내 귀로 날아든다. "저게 문제야?" 여자의 목소리가 고요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귓전에 떨어진다. "저 비둘기를 잡아야해!" 깜짝 놀라 귀를 쫑긋 세웠다. '왜 비둘기를 잡아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그녀의 목소리가 퍼지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저런 비둘기 똥 때문에 건물이 다 부식 되는 거야!" 그제 서야 나는 그녀가 혀를 끌끌 차는 이유를 알았다.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건 인간의 이기 아니냐고.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아야하는 게 인간의 도리 아니냐고. 그러자 그녀는 그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난 호주의 참사람부족의 말을 빗대어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는 어쩌면 뮤턴트가 아닐까요? 자연을 거스르며 사는 돌연변이는 아닐까요? 모든 자연은 다 존재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요? 어떤 개체의 이익을 위해서 약한 다른 개체가 희생 되어야 한다면 과연 그게 정당한 걸까요?" 그녀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사피엔스가 등장하면서 인지혁명과 농업혁명 그리고 과학혁명을 거쳤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인간들은 동물들을 지배하고 그 지배를 정당화시키면서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해 왔다. 애초에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공룡이 주름잡던 백악기도 있었고 빙하의 어두운 터널도 있었다. 수렵채집 시절에 인간과 동물은 급이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동물도 정령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은 동물을 가축화 했고, 그들에게 우위를 점유하면서 착취를 정당화 했다. 심지어는 동물들을 인간의 삶을 위해 공산품처럼 찍어내듯 기르고 있다. 인간을 위해서 동물이나 식물이 무참하게 희생되는 일을 맞는 일일까.

세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사물 인터넷이 등장하고 우리는 빅데이터 속에 살고 있다. 사피엔스가 대규모 협업에 의해 지구상에서 절대 강자가 된 것처럼, 미래의 세계는 새로운 종이 우리를 넘어 설 수도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사이보그나 로봇들이 사피엔스를 장악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때 그들에게 사피엔스인 현생 인류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들은 당연히 우리를 가두어야할까. 우리를 없애는 것이 맞는 것일까. 기계화 된 세상에서는 대량생산시스템이 있을 것이고, 오차 없이 일하는 기계나 로봇이 생산을 담당할 것이다. 그들은 지능은 고도로 발달했으나 감정이 없으므로 완벽하게 일을 수행해 낼 것이다. 감정을 갖고 있고 감정에 의해 실수도 가끔 하는 잉여인간인 사피엔스 때문에 골치라면, 그들은 우리를 비둘기처럼 묶어둬야 할까.

다른 개체의 존재에 대해 무심한듯하면서 그 존재를 그 자체로 인정하는 인도인. 동물과 사람의 다름과 같음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사는 그들의 마인드가 부럽다. 모든 생명체가 서로를 인정하며 함께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원하지 않는 것 속에 우리가 원하는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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