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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08 14:08:46
  • 최종수정2015.06.08 14:08:44

임미옥

작가

동영상이 카톡으로 배달되어 왔다. '홀, 딱, 벗, 고-' '홀, 딱, 벗, 고-' 하고 우는 검은등뻐꾸기 소리니 들어보라 했다. 그런데, 산에 가면 자주 듣는 귀에 익숙한 동영상속의 새소리가 나의 귀엔 '카, 카, 카, 코-' '카, 카, 카, 코-' 하고 들리는 거다. '홀, 딱, 벗, 고' 라잖아. 하고 달팽이관채널을 '홀딱 벗고'에 고정한 뒤 리듬을 넣어 반복해 들었지만 역시 내 귀엔 '홀, 딱, 벗, 고-'가 아닌 '카, 카, 카, 코-'로 들렸다.

새소리를 듣노라니, 아득한 시간 저편의 기억들이 일어선다. 어릴 적에 어머니는 산밭에서 뽕잎을 따시고 나는 입술이 파래지도록 오디를 따먹었다. 그때 앞산 뒷산에서 '비오비오-' '카, 카, 카, 코-' '비오비오-' 카, 카, 카, 코-' 하는 새소리들이 들렸었다. 그중 '카, 카, 카, 코-' 하던 새의 이름이 '검은등뻐꾸기'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만 집에 가자고 내가 보채자 어머니는 뽕잎담은 바구니를 머리에 이면서

'카, 카, 카, 코-.' '집, 에, 간, 다-' '카, 카, 카, 코-.' '집, 에, 간, 다-' 이렇게 새와 주고받으셨다. 새소리를 흉내 내며 걸으면 발걸음 장단이 절로 맞춰졌다. 새는 어머니와 나를 배웅하듯 동네어귀에 들어설 때까지 쉬지 않고 '카, 카, 카, 코-.' 했다.

검은등뻐꾸기 소리가 '홀, 딱 벗, 고' 하고 운다고 전언한 것이 흥미로워 검색하니 재미있는 스토리를 달고 있어 소개한다. '한 스님이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번뇌를 떨쳐버리기 위해 쉼 없이 스스로를 다그쳤다. 사랑도 홀딱 벗고, 번뇌도 홀딱 벗고, 미련도 홀딱 벗고…. 열심히 이 말을 되뇌며 자신을 다잡았지만 일어난 정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스님은 끝내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스님의 모습을 매일 지켜본 검은등뻐꾸기가 그 소리를 따라하다 '홀, 딱, 벗, 고' 하고 울게 됐다. 스님이 검은등뻐꾸기로 환생하여 후배들에게 나처럼 되지 말고 더욱 도에 정진하라고 목이 쉬도록 밤낮 울어대는 거다.' 제법 그럴 듯한 이야기 아닌가.

숲에 사는 이로부터 산에 뻐꾸기가 울고 있다는 소식이 왔다.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라이브로 듣고 싶었다. 숲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짙어가며 여름이 온다고 알리는, 자연의 알람을 들으며 산길을 걸었다. 이따금 바람이 나뭇잎을 스친다. 하늘에 먹구름이 나지막이 끼었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 숲길을 이리저리 걸으며 스님처럼 '홀, 딱, 벗, 고-' 로 들어보려 귀를 기울였지만 여전히 '카, 카, 카, 코-로 들린다.

새는 우는 걸까 노래하는 걸까. 지저귀는 걸까. 밤을 지새우며 애타게 짝을 부르는 소리거나, 숲에 누군가 들어와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계주의보를 다른 새들에게 보내는 의미심장한 의사소통일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새의 입장이 아닌 자신들의 감정이나 정서대로 듣고 표현하다 보니 재밌고 엉뚱한 소리로 변형되어 흥미롭다. 메르스에 온통 혼이 빠져 떠는 작금의 사람들 정서대로 라면 '킥, 킥, 킥, 크-' '겁, 쟁, 이, 들-' '킥, 킥, 킥, 크-' '겁, 쟁, 이, 들-' 이렇게 들려질지도 모른다.

고운 휘파람소리 같은 4음절 검은등뻐꾸기 소리를 생각하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일정하게 쉬지 않고 토해내는 새소리의 리듬은 ♪♪♪♪·♪ - ♪♪♪♪·♪ 로 그릴 수 있다. 리듬에 멜로디를 얹어 건반을 눌러보았다. C코드엔 라, 솔, 솔, 미·미-, 시가 반음이 되는 F코드엔 도, 시, 시, 솔·솔-, G코드엔 미, 레, 레, 시·시-가 맞는다.

코드를 바꿔 가며 눈을 감고 반복해 건반을 눌렀다. 아, 드디어 소리가 열렸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풀, 빵, 사, 줘- 연인들에게는 사, 랑, 해, 요- 잔소리 듣기 싫은 이에겐 '그, 만, 해, 요-'…. 카, 카, 카, 코-' 만 고집하던 달팽이관이 고집을 포기했는가 보다. 4음절 독특한 검은등뻐꾸기 소리는 다양한 소리로 들려지는 자연의 소리인 것을, 상대방 입장이 되어 마음을 열고 귀를 열면 그대로 들리는 것을, 어릴 적에 들어 내안에 굳어진 그 소리만 고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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