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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옥 작가

심혈을 기울여 나름 탈고한 나의 글에 독자 두 명의 반응이 갈라졌다. 한 사람은 어색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며 칭찬했다. 그런데 한사람은 이런 부분이 어색하다며 지적을 했는데, 편안하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심을 비수처럼 느끼게 했다. 전자로 인해 기분이 좋았는데, 후자로 인하여 자존심 상함을 넘어 아프기까지 했다.

아프게 한 말들이 마음에 상처가 됐다. 소질도 없으면서 무슨 글을 쓴다고…. 의기소침해서 그 글에 정이 떨어져 휙 던져두었다. 당신이 함 써봐 그리 만만한가, 하고 반발심마저 들었다. 같은 말을 해도 조따위로 긁을 것이 뭐냐면서 인격적 모독이 느껴지게 평을 했던 언사들을 되씹었다. 당신이 그런 평을 해도 내 스타일의 글 세계를 고집할 거라면서 자신을 다독였지만 울근불근한 속이 가라앉질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차를 두고 밀쳐두었던 글을 꺼냈다. 그리고 아프게 지적한 부분들을 수정했다. 탈고하고 읽어보니 훨씬 발전해 있는 것을 확인하곤 뿌듯했었다. 칭찬을 들으면 힘이 난다. 그 격려로 인하여 다작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건 아픈 혹평이다. 나는 후자를 '정직한 적'이라 표현한다.

삶을 전쟁이라고 볼 때, 사방이 적에게 둘러싸여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엔 정직한 적과 정직하지 않은 적이 있다.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세력이 우는 사자와 같이, 삼킬 자를 두루 찾으러 다니는 것처럼 삶은 치열하다. 깨어 대처하지 않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해 오는 적에게 깨져 실패한 인생을 살 수 밖에 없게 된다.

칭찬하는 정직하지 않은 적, 아프게 하는 정직한 적, 그 둘을 분별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달콤하여 이로운 줄 알았는데 해가 되고, 쓰고 아파 해로운 줄 알았는데 이롭기도하다. 또한 칭찬이 격려의 약이 되기도 하고 쓴 것에 주눅 들어 넘어지기도 한다. 세상논리가 양면으로 선명히 구분된다면 좋으련만, 이 둘을 잘 구별하여 우리 삶에 적용하여 늘 상 승리를 쟁취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장자'와 '혜시'는 사상과 논리를 서로 신랄하게 비판하던 적(敵)으로 유명하다. 그들의 제자들까지 스승들의 논쟁승패에 지대한 관심을 두며 전쟁에서 자신들이 패하기라도 한 듯 울근불근했다. 박학능변 했던 혜시는 형식논리를 구사하여 상대이론을 굴복시키려 했고, 장자역시 혜시학문에 비판을 가하여 늘 토론의 적수였다.

장자는 미학표현상 감상에 치우쳤고, 혜시는 지식론의 판단을 강조했다. 예술가의 풍모와 논리가의 개성, 현격히 다른 인지태도와 기본관점의 차이로 토론할 때마다 치열한 언쟁은 전쟁을 불사했다. 그러나 혜시가 죽자 장자는 심히 슬픔에 빠졌다. 혜시무덤가에서 자신의 무디어진 도끼날을 빗댄 우화를 들며 의기소침을 피력했다.

나를 아프게 하는 이가 있는가? 격려와 칭찬이 좋다지만, 초보를 벗어나 발전하려면 정직한 적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모두에겐 보통으로 말해선 고집을 꺾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하여, 신랄하고 아프게 지적하면서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정직한 적을 하늘이 붙여준 축복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일은 복을 당기는 거다.

니체는 말하기를 아교를 억지로 같다 붙인 우정보다는 정직한 적이 낫다고 했다.

진심어린 칭찬이 달콤하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의상 보내는 칭찬의 말도 많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말에 넘어져 자고(自高)하는 건 정직하지 않은 적에게 패하는 일이다. 산다는 건 우리를 넘어뜨리려하는 내안의 적들과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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