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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23 14:43:28
  • 최종수정2024.12.23 14:43:34

김승호

서원고 교사

고등학교 교사로서 곤란할 때가 고3 학생들의 12월 진학 상담이다. 수시나 정시에 두 개 이상 합격한 친구들이 어느 곳에 가면 좋을지 묻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내 대답이 이 학생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보통은 학생의 얘기를 먼저 듣는 것이 좋다. 실제로는 답을 얻기보다는 공감이 필요한 학생들이 많기도 하고, 대개는 그렇게 말하다 보면 자신의 본심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담감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조언이 앞서게 된다. 한참 조언이라고 하다 보면, 내가 더 많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떤 것이라도 도움이 되어보려는 마음이 오히려 일을 망치기도 한다.

한 학생이 상담을 청해서 듣다 보니, 지난 달에 내가 이미 했던 얘기다. '내가 너 고민하게 될거라고 했잖아.' 하면서 웃으니, 학생도 '그 때는 진짜 그럴 줄 몰랐어요.'라며 웃는다. 맞다. 원래 겪어야 알 수 있는 일들이다. 어떨 땐 교사들은 예언하는 능력을 가졌으되 설득력은 빼앗긴 예언자, 카산드라가 아닌가 싶을 때도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깨닫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카산드라의 입장에서 한 마디 하자면, 지금도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자신의 삶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보낸만큼 이제는 안전한 선택과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삶은 밖에서 보는 결과일 뿐, 모든 이들의 삶은 늘 가능성의 소용돌이 속과 선택의 기로에 있다.

삶은 아직 뒤집지 않은 카드에 비유되곤 한다. 뒤집지 않은 카드는 가능성이다. 다이아몬드 6이 나올 수도 있고, 스페이드 A가 나올 수도 있다. 무엇이든지 나올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뒤집는 순간 하나씩 현실이 된다. 우리는 가능성이 사라지고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뒤집는 것을 종종 미루려 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결정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시기의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카드를 한 장 뒤집는 것과 같다. 그러니 신중해지기도 하고 그 결정이 매우 괴롭고 불안해 미루고 싶기도 하다. 사르트르가 말하길, 삶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는 선택이고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깨달을 때 오히려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은 어떤 선택이 곧 모든 것을 결정지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데 이 시기 학생들의 마음이 그렇다.

선택 전에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필요하다. 적어도 이 순간에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미래의 나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후회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선택 그 자체보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록 지금의 결정이 스페이드 A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이후에 따라 '다이아몬드 6'이 '진짜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예측 불가능한 인생의 가능성이다. 나는 상담의 끝에 항상 '어떤 결정을 하였든 그것이 최선이라고 믿고, 최선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선택의 기로에서 이미 선택한 사람, 아직 선택하지 못한 사람, 선택의 기회를 받지 못해서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 모두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또 한 걸음 나아가길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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