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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7.22 15:39:58
  • 최종수정2024.07.22 15:40:11

김승호

서원고 교사

얼마 전 초등학교 선생님들과 대화 중, 초등학교에서 겪고 있는 문제라며 서로 다른 두 가지 문제를 들었다. 하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덧셈을 못하고, 자를 대도 길이를 읽을 줄 모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벌써부터 수업 시간에 중학교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었다.

전자는 기초학력 미달, 후자는 선행학습 또는 사교육 문제다. 현상은 달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문제다.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위권은 하위권대로 못 따라오고 상위권은 상위권대로 외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준별 반 편성은 이에 대한 대책이었다. 그러나 수준별 반 편성은 상위권 학생들은 모두 비슷한 실력이고, 하위권 학생들 역시 모두 비슷한 실력일 것이라는 전제를 담고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위권도 격차가 있고, 하위권도 격차가 있다.

학교에서 이 기초학력 미달 문제와 선행학습 문제, 이 두 가지를 해결한다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할까. 나는 전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니버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제품이나 시설,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성별이나 나이, 장애나 언어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니버셜 디자인은 결국 모두를 위한 것이다. 휠체어가 이동하기 좋게 길을 만들면 그것이 휠체어 이용자들에게만 혜택을 주지 않고 자전거나,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기초학력에 초점을 둔 교육도 결코 하위권만의 것이 아니다. 기초학력지원을 위한 정책과 수업들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하위권을 위한 지원이 정말 상위권에게도 도움이 될까. 오히려 상위권을 배제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사교육을 통한 공부의 상당수는 사상누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중적 문제풀이나 요령에 대한 학습을 통해 쉽게 답을 찾아내지만 진짜 이해를 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최근 논란이 되는 '문해력'과 '어휘력'도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전반, 아니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하위권 학생들은 단어를 전혀 모르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추측으로 알 뿐이지, 제대로 모르는 것은 매한가지다. 모르는 것 위에 쌓은 공부들이 제대로 된 것이기 어렵다. 그래서 재미없는 공부가 이어지는 것이다.

수업으로 따지면, 교사는 기초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 수업의 본질을 고민하고 가르쳐야 할 내용의 핵심 아이디어를 탐구하게 된다. 한 가지 방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기에 여러 방식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교사들은 익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전통적 방식의 숙제를, 또 필요하다면 토론식이나 참여형 수업을 할 수 있다.

정책으로 따지면, 교육부와 교육청은 이러한 교사들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가 되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여야 한다. 수업을 잘 하는 교사를 발굴하여 학습연구년으로 선발하여 곳곳에 컨설팅을 보내면 어떨까. 학교를 돌아다니며 수업을 참관하고 피드백을 하며 1년을 경험한 연구년 교사를 교수가 연구대상자로 삼아 정책보고서를 작성하여 교육청이나 교육부, 혹은 법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교육이란 결국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기초에 대해 제대로 학습하는 것은, 사상누각이었던 지식의 체계와 틀을 다시 다져나가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교육과 문제 풀이를 대응하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진짜 공부하는 맛을 알게 해야 한다. 내가 공식만 외웠던 것들이 사실은 어떤 논리가 있는지, 내가 문제로만 풀었던 사상가들의 주장이 담고 있는 실제 의미가 무엇인지를 천천히 스텝 바이 스텝으로 익히는 버릇을 학교에서 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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