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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일한다는 것의 의미… '일하는 밥 퍼'의 정치경제학

생각의 생각

  • 웹출고시간2024.12.03 14:50:06
  • 최종수정2024.12.03 14:50:06

정초시

후마니타스 포럼 대표

일과 노동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은 인간이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행하는 모든 활동을 총칭한다고 한다면, 노동은 이에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은 일의 부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노동이 자신의 노동력을 판매하여 임금이라는 화폐적 보상을 전제로 행해지고, 이것이 생계를 위한 소득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임금을 둘러싸고 갈등이 상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일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그만둘 수도 있지만, 노동은 그럴 수가 없다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대략 60세 전후에 생산가능인구에서 벗어나면서 자율 반 타율 반으로 노동시장으로부터 퇴출되어 연금 및 국가주도의 사회보장제도, 혹은 그간 개인적으로 축적한 자산에 의존하여 노년의 삶을 보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약 6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노년의 삶을 보내기 위한 수단들이 절대적으로 취약하여 노인빈곤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내년 65세 인구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충북은 이미 작년 1월에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올 10월 기준 21.7%에 달하고 있고, 보은·옥천·영동·단양·괴산 5개 군 평균은 38.4%에 이르고 있어 고령화율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높은 고령화율은 노인빈곤을 유발하는데, 2023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에 이르고 있어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이다. 그런데 노인빈곤현상은 고령일수록 더욱 심각한 상황이어서 향후 고령화 사회가 진척될수록 노인빈곤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적인 노동시장의 관점에서 노인층은 사회가 부양해야 할 존재로 규정되면서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으로 보았으며, 부양의무가 있는(?) 생산가능인구나 부양받는 고령층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심화되는 형국이다. 이는 최근 연금개혁을 둘러싸고 세대 간 갈등의 양상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충북에서 전개하고 있는 '일하는 밥 퍼' 사업은 노동이라는 개념과 인간의 보편적 활동으로서의 일을 적절히 결합한 형태이다. 예를 들어 다일공동체가 주관하는 '밥퍼나눔운동'은 끼니를 잇지 못하는 빈곤층에 대한 동정과 공감으로 무상의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충북의 '일하는 밥퍼' 사업은 일에 참여하여 받은 정당한 봉사료를 가지고 일정부분 자신의 식사 및 생계를 스스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자기긍정적이다.

일과 노동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되는데,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생계소득의 원천을 상실했다는 경제적 관점 뿐 아니라, 사회 일원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에서 소외당하고 있다는 좌절이 훨씬 크다. 자신이 사회의 무가치한 존재라는 자존감 결여가 사회성 상실로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우울감이 심해지고 건강을 해치게 되어 궁극적으로 사회가 부담해야 할 몫이 증가한다.

'일하는 밥 퍼' 사업에 참여했던 68세의 어는 할머니가 보낸 손 편지가 감동을 불러온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TV를 보면서 우울하고 몸이 많이 아파하던 중 여기 와서 일을 하다 보니 너무 행복합니다."

'일하는 밥 퍼' 사업은 단순하게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고령자들이 일을 통한 소통의 기회가 확대되고 스스로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존감의 회복을 상징한다. 그리고 지혜의 상징인 고령층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의 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수록, 노인빈곤 및 노인우울증 등을 해결하고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이 사업은 청주를 중심으로 시행되지만, 고령화율이 높은 군 단위에 우선적으로 시행되고 궁극적으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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