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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위에 선 충북도정을 기대한다

생각의 생각

  • 웹출고시간2024.08.20 15:46:58
  • 최종수정2024.08.20 15:46:58

정초시

전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소크라테스의 친구이자 제자였던 카에레폰이 델포이 신전에서 아폴론 신에게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누굽니까?"라고 질문을 하였는데, 받은 신탁은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은 없다"는 답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오직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뿐이며, 스스로 지혜롭다는 자들과의 논쟁으로 그들이 무지를 깨우치려 하였다. 민주주의자였던 아위토스와 멜레토스는 소크라테스를 신에 대한 불경죄와 청년들을 타락시킨 죄로 고소하였고, BC399년 민주주의 종주국이었던 아테네에서 500명의 배심원은 유죄판결을 내리고 사형을 확정하였다.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나, 그의 친구였던 크리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탈옥을 권한다. 이때 소크라테스는 친구에게 "탈옥이 과연 정의로운가?"라고 묻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질적 질문을 할 수 있는 힘을 인문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고 인문의 지향은 인간다움(Humanitas)일 것이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당시 로마의 야만성을 목도하면서 인간다움을 갖춘 인간이 가져야할 덕목으로 "온건함, 수양, 명예, 정의로움, 위엄, 덕, 세련됨, 지혜, 절제, 겸손, 형평성, 측은지심, 선의, 베풀기를 좋아함" 등을 제시하였다. 아마도 모든 인간이 이러한 덕목을 갖춘다면 우리 사회는 이상향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현실은 매우 비관적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로 생존위기에 내몰린 인간들, 부와 자원 뿐 아니라 의식에서의 극심한 양극화, 경제성장에 대한 강박증, 공동체성의 상실로 인한 각자도생 생존원칙의 보편화, 폭력과 전쟁의 위기, 낡은 이념 갈등의 심화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 등은 어쩌면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난제이며 인간다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기초로 한 문명의 발전은 과잉 욕망을 부추기고, 이를 충족하기 위하여 "수요"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과연 올바른가에 대한 궁극적 질문은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다양한 학문과 과학기술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가 무엇을,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야하는지에 대한 거대 담론이 사라지고 있다. 즉 인문의 실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북은 작은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즉, "충북도정 후마니타스 포럼(가칭)"을 설립하여 인문적 바탕위에 도정운영을 시도하는 것이다. 충북도는 중부내륙발전 특별법 제정,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영상자서전, 도시농부 및 도시근로자, 어쩌다 못난이 농산물, 시니어 자원봉사대, 의료비 후불제, K-유학생, 청주국제공항 민간 활주로 추진, 문화의 바다 일환으로 추진되는 도청의 획기적 변환 등 수많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안정된 정책으로 성장하고 정착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문적 접근의 부족이 원인이라고 진단하였으며, 다소 늦었지만 "인문적 바탕 위에 선 도정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인간다움의 방향성을 가지고 정책의 대상이 되는 도민들의 공감을 구하고 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하며, 참여자들이 어떤 혜택을 얻게 되어 궁극적으로 충북 발전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이해 등을 사업시행과 병행적으로 수행해야 정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 지식을 인문적 바탕의 토론으로 지식의 융합이 선결되어야 하고, 여기에서 제안된 많은 내용들을 도정에 적극 반영하는 구조이다. 잘만 운영된다면 지식인과 도정운영자들 간 생각의 간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경기연구원에서 철학 전공자를 모든 정책보고서 심의과정에 참석시켜 인문적 당위성을 체크하려고 했던 사례는 본받을 만하다.

새롭게 시도하는 실험적 방법인 만큼, 긴 호흡과 긴 안목으로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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