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4.06.18 14:55:24
  • 최종수정2024.06.18 14:55:24

정초시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과거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집의 담을 높게 쌓아 자신의 부를 과시하곤 했다. 높은 담은 자신과 타자를 완전히 구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배제하여 자신은 전혀 다른 존재임을 부각시키려는 자기과시의 표현이었다. 높은 담 안에서 사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까라는 궁금증이 있지만 그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길이라고는 그들이 비리를 저질렀을 때 언론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한편 필자는 1980년대 초에 봉명동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근처에 담이 없이 단지 낮은 꽃나무로 경계를 만든 예쁜 집이 있었다. 그 집을 지날 때마다 집주인의 삶이 궁금하고 친근감이 들어 방문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났는데, 그들은 나그네를 극진히 환대해줄 것이라는 기대까지 하게 만들었다. 담의 형태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고 배제하기도 한다.

담은 경계에 대한 물리적 조형물에 불과하다. 경계(境界)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해 구별되는 한계"라고 정의한다. 우리는 매일 선택의 과정에서 산다는 의미에서, 선택은 선택지와 비선택지 간의 경계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에서 수없이 많은 경계를 안고 살아간다. 또한 일상적으로 당면하는 많은 분야는 나름의 경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는 사회구성의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계의 구조와 견고함이다. 경계가 타인을 배제할 목적으로 설정될 경우, 경계는 경직되고 견고하여 경계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사회적 소통과 융합은 불가능해진다. 역사는 경계를 허물려고 하는 노력과 경계를 더욱 견고하게 하려는 투쟁의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연결과 속도인데, 연결은 결국 모든 분야의 융합을 통해 기존의 산업 및 업종 간 경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져 1차·2차·3차 산업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민족주의 성향이 더욱 강화되어 국가 간 물리적, 혹은 심리적 장벽은 더욱 높아져 경계가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또한 높은 진입장벽이 있는 분야의 전문직, 예를 들면 의사, 법조인, 공인회계사 등 소위 사(士)들의 경계의 담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각종 사회적 이해관계 집단의 경계도 심화되는 추세이다. 아파트 삶 자체가 나와 타자의 삶을 구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이웃 간의 소통이 거의 없으며, 고급 아파트일수록 들어가기가 까다로워 입주민과 외부인을 철저하게 구별한다.

경계는 필요하지만, 경계의 넘나듦이 자유로울 때 비로소 사회는 진보한다. 경계의 넘나듦을 만들어주는 것이 문이다. 문은 공간을 구별하기도 하지만 들어오고 나감을 통해 다른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문턱이 낮을수록 경계간의 이동이 자유로워 융합이 활발해지고 사회는 진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턱이 높으면 다른 경계로의 이동이 어려워져 사회는 정체하고 만다. 문은 필요하지만 문턱이 낮아야하는 이유이다.

최근 충북도청은 과감한 시도를 하였다. 도청의 담을 모두 없애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이미 남문 담은 모두 없애고 인도와 도청 간의 경계를 허물었다. 남문의 담은 철제로 만들어져 도청이 차갑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주었으나, 2010년 민선 5기 들어 나지막한 시멘트벽돌 담으로 개조했다가, 민선8기 들어 완전히 없앤 것이다. 최근 서문의 담도 모두 헐었으며, 장차 동문의 담도 모두 헐어 도청과 도민과의 경계를 낮춰 소통과 참여를 높이겠다는 의도이다. 더 나아가 도청 본관은 미술관 등의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하여 도민들에게 돌려주고, 도청 전체를 하나의 정원처럼 꾸며 행정과 도민 간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매우 바람직한 계획이다. 그러나 남은 과제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경계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물리적 담을 없애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동안 관행적으로 축적되었던 행정과 도민 간의 고정관념을 넘어서 새로움을 향한 시도에 도민들을 동참하게 만드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임호선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