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0.1℃
  • 구름많음강릉 4.3℃
  • 박무서울 1.5℃
  • 흐림충주 1.1℃
  • 흐림서산 3.5℃
  • 구름조금청주 4.5℃
  • 대전 6.7℃
  • 구름많음추풍령 4.5℃
  • 구름많음대구 6.9℃
  • 맑음울산 7.5℃
  • 구름조금광주 7.0℃
  • 구름조금부산 7.9℃
  • 흐림고창 6.8℃
  • 홍성(예) 5.8℃
  • 구름조금제주 8.0℃
  • 구름조금고산 12.6℃
  • 구름조금강화 0.9℃
  • 흐림제천 0.6℃
  • 구름많음보은 4.1℃
  • 구름많음천안 2.1℃
  • 구름많음보령 8.2℃
  • 구름많음부여 7.9℃
  • 흐림금산 7.3℃
  • 흐림강진군 5.8℃
  • 맑음경주시 8.0℃
  • 구름많음거제 8.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창틀에 놓인 아기자기한 다육식물을 바라본다. 병뚜껑부터 작은 토분이며 소라껍데기까지 모양이 제각각이다. 주인의 섬세함과 정성으로 꽃이 핀 화초가 조화로운 공간이다. 창밖은 솔잎의 흔들림으로 바람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웃도는 연휴 마지막 날 카페에 앉아 있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창문 넘어 하늘과 산을 마주한다. 어느 순간, 음악 소리를 덮어 버리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커졌다. '자리를 옮길까?' 망설이다가 혼자 있는 자리가 마음에 들었다. 등 뒤로 들리는 그들이 이야기를 본의 아니게 엿듣는다. 사람들로 인해 지루하지 않다. 아들과 둘만의 오붓한 점심을 즐기고, 혼자 찾은 이곳이 좋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힐링의 시간이 달라졌다. 일 년에 한 번씩 한가한 2월이면 어김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오곤 했는데 2년 정도 가지를 못했다. 그러면서 예쁜 카페에 앉아서 차 한잔 마시는 시간이 좋아졌다. 나름대로 휴식을 찾은 셈이다.

얼마 전에는 다행히도 일본으로 큰아들과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도심 속 숙소는 깔끔하고 소박했다. 그곳에서 삼 년 전에 마지막으로 다녀온 터키의 숙소가 그리웠다.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 동굴 호텔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가장 좋은 스위트룸이었다. 운 좋게도 나와 지인이 함께 쓰는 방은 대형 월풀 욕조가 있는 커다란 방이었다. 동굴 숙소는 특이하고 산과 하늘이 맞닿은 자연미가 돋보였다. 특히 유명한 여행지보다 가장 기억에 선명한 것은 '동굴'안에 있을 때의 편안함과 안도감 때문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남녀의 차이를 화성과 금성으로 비유한 명징한 이야기다. 그 책에서 남자들은 기분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말을 하지 않게 되고 자기만의 동굴에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 동굴에는 절대로 따라 들어가서는 안 되고, 만약 따라 들어가게 되면 용이 뿜어내는 불에 데고 만다. 남자는 자신만의 '동굴'에 있기를 좋아한다. 때로는 혼자 방에 있거나, TV를 보거나, 아니면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도 일종의 '동굴'로 피신하는 거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공감했던 부분이다.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자신만의 동굴'은 필요하다.

코로나 이전 나의 동굴은 먼 곳에 있었다. 일 년을 열심히 주말 없이 일하고 2월이면 어김없이 지인들과 여행을 떠났다. 낯선 땅에서 고단한 몸과 마음을 아무 생각없이 풀어낸다. 공간 이동의 자유로움은 비행기표를 끊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혼자 떠나는 것은 두렵고 함께 하는 이들과는 여행궁합이 맞아서 좋다. 함께 하지만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 주기에 가능한 일일테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시기에 우울감은 최고조였다. 그때 숨어든 장소가 남편이 마련한 농막이었다. 들판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농막에서 자연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 뒤로 나의 공간은 여러 곳 생겼다. 혼자서 맛있는 밥을 먹거나 카페에 들르는 시간도 그러하다. 지난 번 남편과의 여행에서 두 시간 정도 따로 시간을 보냈다. 함께 한 여행에서 모든 걸 똑같이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좋았다. 그 시간에 나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오롯이 혼자일 수 있는 공간을 찾은 일은 다행이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이 틈이 없었다면 얼마나 숨이 막혔을까? 고단한 삶과 사람들과 부딪힘을 이겨낼 수 있는 비법을 발견한다는 것은 치열한 일상을 회복할 힘을 준다.

카페 안은 사람들 소리가 음악 소리인 듯 화음처럼 소곤거린다. 하염없이 바라보는 창밖은 여전히 바람이 분다. 창을 사이에 두고 다육식물은 미동 없이 그대로다. 문득 흙 속에 뿌리내린 다육식물의 은밀한 공간이 궁금해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정대철 헌정회장 "개헌 방향 '정쟁 해소'에 초점"

[충북일보]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는 2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헌정회는 지난해 11월부터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개헌의 방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가 100년 대계 차원의 조문을 만들었다. 이 연구에 이시종 전 충북지사도 참여했다. 정대철 회장은 "정쟁을 해소하는데 개헌의 방향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헌정회가 개헌안 마련에 나서게 된 배경은. "헌정회는 오늘날 국민적 소망인 정치권의 소모적 정쟁 해소와 지방소멸·저출생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에는 이러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시키는 장치인 내각불신임·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정쟁을 중재·조정하는 장치인 국회 상원제도 없다보니, 대통령 임기 5년·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헌법이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서 헌정회가 헌법개정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동안 헌법개정은 여러 차례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