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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청명한 하늘 아래 낮은 지붕의 건물이 잘 어울리는 시골길을 걷는다. 종종거리지 않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젯밤 료칸에서 온천욕을 하고 잠을 잘 자서 한결 몸이 편해졌다. 후쿠오카의 도시 중심부를 벗어나 작고 아담한 규슈 유후인을 돌아볼 시간이 짧아서 아쉽다.

이곳이 일본인지 모를 정도로 자유여행을 온 많은 한국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아들이 손잡고 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늘 그들의 무리에 속했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곳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구경했다. 줄이 길게 늘어선 곳은 유명하다는 것을 짐작으로 알 수 있었다. 중심거리를 지나 새벽 물안개가 아름답다는 호수로 향했다.

호수 바닥 일부에서 온천과 맑은 물이 솟는 신기한 호수로 일교차가 큰 계절에는 호수 주변에 물안개가 자욱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한다. 호수 주변을 따라 걸으며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와 물새를 바라봤다. 호수의 물고기가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모습이 석양에 비쳐 그 비늘이 금빛으로 보인다고 해서 '긴린코 호수(金鱗湖)'라고 명명했다고 전해져 온다. 호수 끝으로 오니 얕은 물에 선명한 색의 커다란 비단잉어가 대 여섯 마리 모여 있었다. 물고기의 동선대로 눈을 움직이다 보니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다른 하늘 아래에서 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여행을 같이 왔지만, 혼자만의 상념에 빠질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아들이 고맙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과 차박 캠핑을 즐겼다. 지금 유행하는 차박의 낭만과 감성과는 거리가 먼 비용적인 문제가 큰 이유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족 여행으로 쌓은 추억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에 강원도 시댁 형님네로 남편과 둘이 갔을 때도 먼 곳에 있는 두 아들이 그곳까지 와서 새해를 함께 보냈다. 우리 부부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이다. 가족 사이의 관계도 노력 없이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병치레가 잦았던 큰아들은 유독 마음이 쓰인다. 어린 아들과 서울대학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면서 서울 구경을 했다. 진료의 불안보다는 여행의 기억으로 설렘을 안겨주고 싶었다.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인지 아니면 내게 맞추는 아들의 배려인지는 몰라도 함께 하는 일이 많았다. 2년 전에 제부도로 1박 2일 아들과 여행을 갔을 때도 그랬다. 그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카페에서 머문 것이다. 바다가 바라보이는 예쁜 카페에서 나란히 앉았다. 나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와 물새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글감을 찾으려고 생각에 잠겼다. 그 옆에서 아들은 노트북으로 일을 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호숫가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말을 건네는 한국인 노부부를 만났다. 일흔쯤 돼 보이는 두 분은 일주일 정도 자유여행을 왔다고 하신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서 등산로를 따라 걷고 있다. 유후인에 며칠 묵으며 산책과 온천을 즐길 거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 들어서 자유여행으로 오신 것도 대단했고, 부부가 함께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작은 시골 마을인 유후인에서 시간을 더 보내지 못해 아쉬웠다. 하카타로 와서도 근처 공원을 찾았다. 제주도의 겨울처럼 따뜻한 날씨로 꽃이 피어 있는 공원은 한적하고 조용했다. 같은 공간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바라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낯선 이의 시선도 아랑곳없이 광장을 유유히 거니는 비둘기의 여유로움이 전이된다. 서로의 생각은 달라도 구속하지 않는 자유가 하늘을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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