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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3.22 14:48:35
  • 최종수정2022.04.26 13:57:33

조우연

시인

새의 언어를 가르치는 학원은 왜 없나

영국인들의 언어처럼 돈 내고 배울 텐데

구강구조의 차이를 극복할 만큼 발음 연습을 할 텐데

찌르륵과 치르릇의 미묘한 어감과 강약을 놓치지 않을 텐데

하아유 파인 땡큐 앤드유처럼 가벼운 안부를 묻고

그럴듯한 날갯짓을 해가며 대가리를 돌려가며

새스럽게 새답게 새들과 대화를 나눌 텐데

부전나비 애벌레와 호랑나비 애벌레 맛의 차이와

먹잇감을 발견하는 남다른 시력을 화제 삼아

자연스런 화법을 구사해볼 텐데

새로운 조어랍니다 거들먹대며

몇 마디 구사하면 입소문으로 전파를 탈 테고

조류독감 예방법 메시지를

서해안 철새도래지에 가서 직접 알리기도 할 테고

멸종된 마다가스카르 섬 마지막 도도새의 유언을 받아 적었을 텐데

새대가리 모인 국회에 가서

요란한 잡새 소리에 일침을 놓을 텐데

새의 말에 귀가 열린다면

봄날 새순 돋는 나뭇가지 사이사이 오목눈이 한 쌍

뭔 뜻인지 알지 못하는 데도

가슴 한편을 콕콕 찌르는 저 소리들을 알아들을 텐데

비 오던 그날 저녁 절망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비자나무 아래서 무어라 얘기해주던

찌르레기 속 깊은 위로를 알아들었을 텐데

고가의 특강으로만 개설한대도

새의 언어를 가르치는 학원에

제일 먼저 등록하고 싶다

말은 곧 정신이라 했는데

속성코스라면 더 좋겠다

―시 「조어학원」 전문



매화나무 가지에서 연두 동박새가 앉아 지저귀고 있다. 아직 꽃이 함박 피지 않았어도 봄이 온 것을 새소리로 알 수 있다. 겨울의 그 소리와는 사뭇 다르다. 좀 더 경쾌하고 요란스럽다. 이런 새소리를 듣고 나뭇가지에서 새 부리를 닮은 새순이 돋고 땅바닥에서도 새싹이 나오나 보다. 새소리는 봄의 시작인 것이다.

산책을 하다가 딱새, 종달새, 동박새, 휘파람새, 직박구리의 지저귐을 들을 때면 가끔 새들이 뭐라고 하는 걸까 궁금해진다. '조어학원' 시는 그런 궁금증에서 쓴 시였다. 짝 찾기 바쁘고 집 짓기 바쁜 봄에 지저귀는 새들의 말뜻은 대충 짐작은 간다. 반은 애절한 사랑의 세레나데일 것이고 반은 내 집 마련과 태어날 새끼에 대한 행복에 겨운 말들일 것이다. 새의 말을 못 알아들으니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새소리가 다양하게 들릴수록 사람들은 더 좋은 기분을 느낀다는데 다양한 새소리는 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감염병이 유행하는 요즈음 산책길에서 새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몸의 기운이 솟는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구온난화가 현 추세로 이어진다면 2100년까지 북미 조류 종의 3분의 2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한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새들은 더워지는 지구의 기후 탓에 날개는 길어지고 평균 몸무게는 줄어드는 체격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새의 소리가 사라진 침묵의 숲. 상상만으로도 참 무섭고 슬프다. 새를 부르고 싶다면 관상용 식물을 심기보다는 토종 나무와 꽃을 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아파트 화단의 꽃나무를 찾아왔는지 유리창 밖으로 빗겨 날아가는 새들과 전깃줄에 앉아있는 한 마리 텃새가 참 반갑다.

새의 말을 듣고 누구는 운다, 고 하고, 누구는 노래한다, 고 한다. 사람 마음의 희비(喜悲)에 따라 새의 말을 해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의 말을 가르치는 학원이라도 다녀서 그들의 말을 알아듣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듣게 될까? 부전나비 애벌레 하나를 물고 와서 노랗게 벌어진 새끼들의 입속에 넣어주고 맛있냐며 흐뭇한 담소를 나누는 동박새 부부의 대화를 듣게 되지 않을까? 물푸레나무에 걸터앉아 바람 소리를 반주 삼아 사랑가를 멋지게 부르는 휘파람새의 노래 가사를 알아듣게 되진 않을까? 그리고 TV에서 점점 길어졌다는 자신의 날개를 펼쳐 보이며 나무를 베지 말라고 하소연하는 아마존 굴뚝새의 사연을 눈물을 찔끔거리며 듣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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