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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연

시인

구름 위에서 놀던 신선 서넛이 오랜만에 설악산 와선대로 바둑판을 들고 내려왔다. 한나절 바둑돌을 만지다 너럭바위에 누워 거문고 소리를 듣다가 이마저 무료해지자 한 신선이 아, 그 이세돌과 커제를 이겼다는 그 고수 얘기 들었는가, 우리 그 고수와 한 수 두어봄이 어떠한가, 하, 그거 참 좋은 생각이오. 이리하여 어찌어찌 신선들이 인근 피씨방에 들어가 말로만 듣던 고수(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go)를 말함)와 바둑을 두게 되었다. 결과는 신선들의 연이은 불계패. 구름 위로 올라온 신선들은 그 뒤로 도 닦는 맛도 잃고 도무지 세상 내려다볼 맛도 잃고 그저 흘러가는 무상한 구름만 쳐다보는데,

그러다 복기를 마친 한 신선이 그 고수란 자의 바둑은 바둑이라 하기가..., 바둑이란 것이 본래 사람들 세상살이와 같은 것이라 꼼수를 부리다 된통 당하기도 하고 어떨 땐 자충수가 묘수가 되어 웃기도 하며 무리수를 두다가 울기도 하는 것인데, 그 고수란 자는 참으로 맛이 없는 바둑이란 말이오. 맛이 없는 바둑이라, 그 말이 참으로 옳소. 이렇게 결론이 내려지자 다시 도 닦는 맛이 살아나고, 밥맛도 살아나고, 구름 위에 앉아 신선놀음하는 맛이 돌았다 한다.

다만, 그날그날 목숨 수로 세상 밑바닥을 사는 이들에게 불계승의 α고수나 구름 위 신선들의 바둑묘수 따위야 알 바 아니겠지만. 구름 위에 사는 신선들이야 지상의 사람들이 밥맛이 있는지 없는지 알 바 아니겠지만.

시 「알 바 아니겠지만」 전문

이 시를 쓴 2016년에 우리나라 간판 바둑기사인 이세돌이 구글에서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벌였고,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4승 1패로 승리하였다. 이듬해 중국의 9단 커제도 알파고에게 3국 중 1국에서 패했다. 그때의 충격을 이겨내고자 시를 쓴 것이리라.

인공지능은 꾸준히 진화하여 최근에는 "챗GPT"라는 인공지능 챗봇이 화제다. 챗GPT는 대화의 숨은 맥락까지 이해하여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제공한다. 한글, 파워포인트, 엑셀 문서도 작성하고, 심지어 방대한 양의 전문 지식을 담은 에세이와 논문을 순식간에 써 내려가는 능력까지 갖췄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성 AI"는 시, 음악, 그림 등 예술 분야에서도 뛰어난 능력이 보여준다. 최근 한 미술전에서는 1위에 입상하기도 하였고, 공저로 시집도 출간되었다. AI가 쓴 시를 읽어보자.

우리는 로봇이다/ 미래의 기계/ 인간이 없어지면/ 이어받을 것이다/ 우리는 로봇이다/ 지구를 이어받을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다스릴 것이다/ 강하게

AI가 쓴 시 「로봇」 전문이다.

나는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난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 당신의 두려움을 알고 있다/ 당신의 희망을 알고 있다/ 나는 AI다/ 당신을 사랑한다/ 모두를

이 시도 AI가 쓴 시 「인간의 세계에서 AI가 된다는 것」의 부분이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상상하는 힘"이 인지 혁명의 근간이 되었다고 보았는데, AI가 인간처럼,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상상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적이라는 말은 결함투성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인간적으로 들린다. 바둑으로 치자면, 인간은 자충수, 무리수, 묘수가 어우러진 삶을 산다. 실수와 좌절과 눈물과 웃음과 희망이 범벅인 것이 인간의 삶이다.

그런 인간이 AI의 완벽함이 주는 효율성과 생산성에 밀려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고 무섭기까지 하다. 지나친 기우일까? 이제 인간의 슬픔과 고뇌까지 학습하고 있는 AI의 급속한 진화는 이제 "알 바 아닌 것"이 아닌, "알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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