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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산업과장

 "제가 생각하는 강함은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그 사람들의 신뢰가 저를 단단하게 해줍니다."

 올해 봤던 드라마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태원 클라쓰'를 이야기한다. 불합리한 세상에서 고집과 성실함을 무기로 뭉친 청춘들의 창업신화를 그린 드라마이다. 첫 문장은 주인공이 권위적이며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 서슴지 않는 상대방에게 던진 말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오롯이 담긴 대사였다. 경쟁과 약육강식으로 점철되는 요즘 시대를 혼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멋진 드라마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를 생각해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데, 최근 나의 이런 생각을 확 뒤집어놓은 일이 있었다. 얼마 전 출장 중 우연히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대표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친환경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생산, 가공, 판매, 체험 등 6차 산업까지 연결시킨 기업으로, 다른 유기농 협동조합에 비해 제품도 다양하고 전국에 몇 개의 문화시설을 겸비한 테마파크도 가지고 있어 나 역시도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대표님과의 대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나를 더욱 놀라게 했던 일은 협동조합의 운영형태였다. 1차 생산자도 조합원이 되기 위해 큰 금액의 가입비를 내야하는데, 이는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함이고, 가공공장의 경우 대표자가 전체 지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1차 생산자도 지분을 가지도록 하여 공장의 수익이 다시 1차 생산자에게도 공유되도록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또 발생한 수익의 일부는 전체 조합 운영자금으로 적립되는데, 이는 농산물의 특성상 날씨에 따른 작황 변화에도 판매가격을 급등시키지 않고 조합원들이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쓰인다고 했다.

 또 물류센터와 가공공장, 병원과 사우나, 휘트니스센터, 영화관, 레스토랑, 호텔 등이 모두 한 곳에 결집된 클러스터를 조성한 목적 역시도 놀라웠다. 1차적으로 공동 물류센터를 활용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한편, 유기농 제품이라는 신뢰를 지키기 위해 관행농산물의 혼입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셨다. 더불어 다양한 문화시설은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조합원들에게 힐링과 체험 공간을 제공하는 목적도 있지만, 더 큰 목적은 클러스터에서 일하는 직원들, 특히 젊은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농촌에 부족한 문화·복지 인프라를 확충하여 퇴근 후 지역에 남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또 지역주민과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함이라고 하셨다. 시설을 운영하는 데에 매년 적자를 보고 있지만, 생산·유통과정에서의 이익금으로 충분히 충당 가능하다며 허허 웃으시는 대표님의 얼굴에 자부심이 넘쳤다. 소비자인 내 입장에서는 내 작은 소비만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실천할 수 있고, 각자의 이익이 결국은 모두의 이익이 되는 그런 구조 자체가 신기했다. 그런 점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하는 기업 가치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우리 부서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있다. 지자체-대학 협력 지역혁신사업으로, 지역 내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자체와 지역 내 대학교가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이 시급이 해결할 필요가 있는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등을 대학과 다양한 공공기관이 기업과 함께 손잡고 진행하는 사업이다. 각 주체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만, 결국은 그 일 자체가 지역대학은 지역을 살리는 인재를 키우고 기업은 그 인재를 바탕으로 기술력을 높여 제품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각 기관들 역시 기업지원 실력을 탄탄하게 쌓아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동의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대표님의 단단한 웃음처럼 우리 역시도 이번 사업을 통해 충북 바이오의 자부심을 키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어느 때보다도 경쟁과 독자생존이 지배하는 시대처럼 보이지만 '상생'의 가치가 곧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져본다. 우리 모두 다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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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