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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7.25 17:30:11
  • 최종수정2018.07.25 17:30:11

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독자 여러분은 친구에게 절교를 선언했거나 절교를 당해본 아픈 기억이 있는지· 날도 더워 몸도 마음도 지치는 요즘 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느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3학년 이맘 때였다. 수능 D-100일이 곧 다가올 시점이라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는 수시원서를 어디에 쓸 것인가 또는 어떤 과목을 포기할까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 중 친구가 할 말이 있다며 밖으로 좀 나와 보라고 했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라 어두컴컴한 가운데 운동장 조회대 옆 계단에 앉자마자 친구는 대뜸 "이제 난 너랑 절교할꺼야"라고 했다. 머릿속도 눈앞의 어둠처럼 까매진 듯 뭐라고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세상에 절교라니, 더군다나 왜 하필 이 시점에. 정신을 차리고 이유를 물었다. 본인은 내가 단짝이라 생각하는데 나는 아닌 것 같다는 게 절교의 이유였다. 내가 너무 본인에게 관심은 없고 다른 친구들에게만 잘해준다는 것이다. 어떻게 풀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건 오해라고 이런저런 장황한 설명과 눈물콧물 끝에 우리 둘 다 그 어둠을 탈출했던 것 같다.

그 이후 그 친구에게 자의반 타의반 신경을 더 쓰게 되었고, 지역을 달리하던 대학 시절에도 서로 보지 못해 안달인 정말 말 그대로 '베프(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말이다.(여담이지만, 내 '베프'는 본인이 한 절교선언은 기억도 못한다. 이런 아픈 기억을 나만 하고 있다니 억울할 따름이다.)

오해와 이해, 그 사이의 간격을 설명하는 데에 '관심'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신뢰와 인정으로 이어지고, 또 서로를 지지해주는 '좋은 관계'가 되는 게 아닐까.

요 며칠 코스닥을 이끌던 바이오주들이 급락하면서 코스닥 시장 전체가 흔들거렸다. 코스피 시장도 마찬가지.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처리에 대한 특별 감리 문제와 이른바 '삼바 사태'로 불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에 이어 네이처셀 주가 조작 논란 등 연이은 악재들로 전체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위험에 처해 있다. 열린사이버대학교 이항영 교수의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코스피 의약품과 코스닥 제약업종 시가총액의 합이 올해 1월 141.6조원으로 시작해서 7월에는 127.5조원까지 하락하고 있어 수치적으로도 이러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기업 주가의 '흑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셀트리온의 공매도 논란과 알앤엘바이오의 상장폐지, 2015년 가짜 백수오 파문, 2016년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 등으로 주식시장에서 바이오주들은 수시로 조정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신약개발 과정은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시험을 거쳐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하고,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임상을 포함해 임상1~3상을 거치는 동안 신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은 평균 9.6%에 불과한 상황이다 보니 관련 기업들은 긴 시간을 버텨야 한다. 반면 그에 대한 정보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항들이 많다보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기업평가를 꺼릴 정도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투자자들은 기업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움직이면서 작은 이슈에도 쉽게 흔들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리스크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지난 5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 분야 관련 협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 대응과 관련해 소속 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투자 불확실성'을 꼽았다.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는 바이오주의 악재 원인에는 분명 관련 기업의 실수나 잘못도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규제기관이나 투자자들의 해당 업종의 현실에 대한 오해나 단기적인 시각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바이오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형 신산업으로 평가받으면서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7%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이오기업에 대한 '흑역사'는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정부나 공공기관에서는 기업의 입장에서 규제·애로사항을 개선해나가면서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바이오기업들이 새로운 모멘텀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지금, 바이오기업에 대한 '절교선언'보다는 이해와 관심을 우선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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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설립 초기 바이오산업 기반 조성과 인력양성에 집중하고, 이후 창업과 경영지원, 연구개발, 글로벌 협력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지역 바이오산업 핵심 지원기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난 2011년 충북도가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산업과 인력을 연결하기 위해 설립한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 올해로 설립 14년을 맞아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충북바이오산학융합원의 사령탑 이장희 원장은 충북바이오산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바이오산학융합원의 과거의 현재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야심찬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바이오 산업 산학협력과 연구개발 정보를 연결하는 허브기능을 수행하는 바이오통합정보플랫폼 '바이오션(BIOTION)'을 운영하며 청주 오송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며 "크게 기업지원과 인력양성 두 가지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산학융합원의 고유 목적인 산학융합촉진지원사업을 통해 오송바이오캠퍼스와 바이오기업간 협업을 위한 프로젝트LAB, 산학융합 R&D 지원, 시제품 제작지원 등 다양한 기업지원을 수행하고 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