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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5.30 18:28:00
  • 최종수정2018.05.30 18:28:00

맹은영

충북도 바이오정책과장

몇 달 전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생명, 건강을 다루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이자 최근 투자와 창업 붐을 일으키고 있는 바이오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최근 만났던 모 교수님께서는 본인의 목표가 '인류의 무병장수'라고 비장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예전 같았더라면 농담으로 넘겼겠지만, 자리를 옮기고 나니 그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자율 주행차 개발로 고령운전자의 돌발 사고를 막고, 스마트워치를 통해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며 질병을 사전 예방하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요즘, 생명시간을 연장하고자 하는 전문가들의 노력은 '인류애'라는 다소 거창한 단어를 들어서라도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오늘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죽음'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이어 여름으로 넘어가는 지금, 생(生)을 이야기하기에도 모자랄 상황에 갑작 '죽음'이라니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무병장수도 결국엔 노화와 죽음을 늦추고자 하는 노력이고, 누구나 맞이할 미래이기에 죽음에 대해 관심을 한번 가져보는 게 어떨까.

작년 우연한 기회에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는 책을 접했다. 외과의사인 저자는 의사로서 환자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아들로서 아버지의 임종을 직접 겪으면서 생명연장을 위한 과도한 수술과 고립된 죽음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즉, 질병과 노화가 단지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가 포함되어 있어 환자들은 일상의 작은 일들에 대해 직접 선택하고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의사에게 맡겨야 하고, 집이 아닌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적으로는 불가피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저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우선 의료계는 환자와 죽음에 대해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환자의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요양시설을 소개했다. 요양원에서 동·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 사립학교와 마당을 같이 사용하면서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한 '뉴브리지 온 더 찰스', 협동조합을 구성하여 노인들이 계속 본인의 집에서 생활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받는 '비콘 힐 빌리지' 등의 사례가 제시되었다. 기존 요양시설의 무료함, 외로움,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 사생활을 보호받으면서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우리에게 전하는 시사점이 크겠다.

올해 초 한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했는데, 다른 시설과 다르게 바닥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유를 여쭤보니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이라면 침대보다는 조금이라도 거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바닥을 선호하며 입소 이후 건강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들이 신경 써야 할 일이 더 많아졌지만 노인 분들이 자발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의학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바이오산업뿐만 아니라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명연장을 넘어 각 개인의 행복과 존엄성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1년을 낭비한 걸까?" "괜찮아. 1년 더 살면 돼." 낭비한 시간은 무병장수로 메워보자.'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에 나오는 내용이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끝내보려 한다. 지금까지의 시간보다는 내가 나로써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 앞으로의 시간을 고민해보자. 우리들의 자발적인 무병장수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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