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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26 15:13:24
  • 최종수정2024.12.26 15:13:24

김승호

서원고 교사

교육예산이 넘친다는 지적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학생 수는 감소하는데 교육예산은 점점 증가한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교육청은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서는 예산 운용이 어려울 정도였다. 2016년 당시 충북교육청이 발행한 지방채는 6618억에 달했다. 연평균 이자만 126억이라는 추정이 나왔었다.

갑작스럽게 교육예산 살림이 좋아진 것은 국가 살림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국가 세금은 교육예산과 연동되어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교육청들이 지방채를 다 갚고 기금을 축적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금이 있다고 해서 넉넉하지 않다.

실제로 충북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에 기존 기금을 반영하여 편성했다. 정부 다른 부처들은 '교육청에 쌓아놓은 기금이 많다.'고 비판하지만, 지방채를 발행해야 했던 교육청 입장에서는 일종의 돼지 저금통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해부터 저금통이 깨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청 예산은 계속해서 빼앗기거나 지출될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달, 고등학교 무상교육 예산 지원이 중단된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다만 무상교육 예산을 갑자기 교육청에 부담시킬 수 없으니 교육부가 한시적으로 분담하는 법안의 시효가 만료되었고, 이에 따라 기존 분담금을 교육청으로 전액 이관하겠다면서 생긴 문제였다.

다행히 국회에서 정부 분담율을 현재 수준으로 3년 더 연장하자는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있는 상황이다. 또 담배소비세에서 지방교육세로 전입되던 예산도 일몰될 위기에 처했지만, 연장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넘어갔다.

교육 예산으로 전입되는 금액이 줄어들 위기와 별개로 지출도 늘어났다. AI 디지털교과서와 관련하여 충북교육청은 2025년도 예산에 약 57억 원을 편성하였다. 이 돈은 주로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구독료로 지불될 예정이다.

그런데 교육청 예산은 인건비나 최소한의 학교 운영비 등 경직성 예산이 약 70% 이상에 달한다. 2025년부터 도입될 AI 디지털교과서,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의 예산을 교육청이 고스란히 떠맡게 될 경우, 이 금액도 앞으로 꾸준히 지출될 경직성 예산이 된다.

이처럼 교육청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가 공교육을 운영하는 것은 더 많은 예산을 들여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학생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돕고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아직 교육에 미흡한 점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예산이 줄어들면 그 미흡함을 메울 기회조차 사라진다.

교육은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와 같은 산술적 지표가 아니라, 전체 교육에 대한 큰 그림을 바탕으로 예산이 운용되어야 한다. 교육예산을 세우고 집행할 철학과 아이디어를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 교육감이 선출직인 이유도 이러한 상상력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와 지지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경직성 예산이 늘어나면 상상력이 개입할 공간이 줄어든다. 교육예산, 그 중에서도 지방교육 예산을 지켜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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