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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바닥은 낙엽으로 폭신했다. 가을 햇살이 숲속으로 빗금을 그며 떨어진다. 빨간 단풍나무, 벚나무,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잎들이 가마발갛거나 노라발갛게 길을 냈다. 봉학골 산책로를 걷는다. 산과 접한 오솔길로 들어서니 돌탑들이 나타났다. 견고하고 거대한 돌탑은 군에서 조성을 했을 것이고 비뚤배뚤하거나 엉성한 돌탑들은 지나는 이들이 하나 둘 얹었을 테다. 제법 어른 허리만큼 쌓은 것도 있고, 쌓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돌탑들도 보인다. 오종종하니 정답다. 몇 달 전 여름에도 이 길을 걸었다. 그때는 눈에 띠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돌탑을 곁에 두고 걷다보니 가슴이 잉큼잉큼 뛰었다. 도리반댔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고, 모나지도 않은 넓적한 돌이어야 했다. 앞으로 한 발, 두 발, 다시 옆으로 주변을 휘휘 살폈다. 굴참나무 밑에 돌멩이가 보였다. 손바닥에 올려보았다. 뾰족하지 않으니 올리기도 좋고, 또 다른 이가 쌓기도 어렵지 않은 받침에 좋은 넓적한 돌이다. 누군가 쌓은 돌 위에 숙고해 고른돌을 올리고 합장 했다. 특별히 원은 없다. 내 작은 돌 하나가 또 한 층이 되었다. 누군가 이 위에 천천히 돌을 올리다 보면 탑이 만들어 질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느리게 높아지고 많아져 흔흔해지리라.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산길이 고적하다. 들썽들썽할 때면 오는 곳이다. 글을 짓다 풀리지 않을 때, 인연을 잘못 지어 마음이 신산할 때, 욕심으로 마음이 들끓을 때 찾아온다. 천천히 걷는다. 뒷짐을 지고 슬렁슬렁, 어깨도 좌우로 살살 흔들었다. 가을이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파고든다. 가끔 높거나 먼 곳 나무위에서 우는 새들의 소리도 오늘따라 더 애잔하다.

11월, 가을이 깊었다. 얼마 전에는 된서리도 내렸다. 길 위로 낙엽들이 많이도 누웠다. 색도 제각각이어서 살피는 재미가 쑬하다. 손바닥 반절만한 떡갈나무 잎을 집었다. 노라발갛거나 가마발갛게 물들었다. 떨어질 때가 된 것이다. 헌데 온전한 잎보다 벌레 먹은 잎이 더 흔하다. 벌레들도 겨울잠을 위한 갈무리를 한 모양이다.

산을 높이 오르다보니 낙엽 층이 두껍다. 내리막길, 오르막길이 미끄러워 조심하며 걷는다. 자연의 경고다. 아름답다고 취하면 낭패다. 벌써 산꼭대기 나무들은 잎들을 모두 떨궜다. 산 아래 나무들도 시나브로 한 해를 매듭지으며 내년을 위한 휴식에 들어가리라.

짓다, 어떠한 재료나 말로 만들거나 이루다. 가만 생각해 보면 짓는다는 표현이 이리도 많은 줄 몰랐다. 이름 짓다, 관계 짓다, 밥 짓다, 농사짓다, 인연 짓다, 집 짓다, 죄 짓다, 원한 짓다, 한숨짓다, 눈물짓다….

짓는 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하나, 하루, 조금, 천천히 모여 만들고 이루어진다. 시작과 끝의 또 다른 연결 고리를 짓는 일이다. 그리하여 다음으로 이어지고 넘어가게 된다. 빠르거나 서둘러도 안 된다. 짓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생명을 만드는 일도 이어가는 일도 그렇다.

가을 산이 참 곱다, 가을 길이 참 고맙다. 돌을 쌓고 낙엽을 줍고, 길을 걸으며 글 하나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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