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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순

교통대 커뮤니티센터 글쓰기 강사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글을 쓰다 적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았다. 궁리를 해봐도 묘안이 없다. 그러니 그 글은 며칠째 답보 상태였다. 꿈속에서조차 글을 쓰곤 했지만 해결은 요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내 글에 안부를 묻는 글이 올라 왔다. 우리 집을 새로 지은 해 뵙고 못 뵈었으니 10년도 훨씬 지난 세월이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다음날 만나자고 내가 먼저 제의를 했다.

그 분을 알게 된 것은 20년도 훨씬 전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수필 창작 교실 모임에 동석하게 된 그분은 수맥을 보는 분이셨다. 그분은 수맥이 흐르는 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몸 이곳저곳이 아플 것이며 조상의 묘를 잘못 써도 후손에게 그 영향이 미친다고도 했다. 순간 그 말이 귀에 솔깃했다. 남편은 그때 30대 중반이었는데 허리가 아파 좋다는 병원을 수소문해 여러 곳을 다니던 중이었다. 그 말이 쉽게 믿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며칠 후 남편과 함께 그분을 모시고 시댁 종중산으로 갔다. 그 분은 시댁 조상님들의 묘소를 차례로 돌며 수맥을 진단하시더니 좋은 묘가 없다고 하셨다. 수맥이 시신을 가로지르거나 겹치기도 해 아마도 시신들이 온전한 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남편의 허리가 그리 아픈 것은 시아버님의 시신 가운데로 수맥이 강하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니 우리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좋은 날을 택해 조상들의 묘를 이장하기로 했다. 10월의 어느 날, 큰댁 가족들과 두 분의 시고모님 내외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드디어 아침 일찍 이장을 시작했다. 먼저 산신께 제사를 드린 후 시아버님의 묘가 파헤쳐 졌다. 관 뚜껑이 열렸다. 시신을 보는 순간 우리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지 2년 반 만이었다. 만약 땅도 좋고 수맥이 흐르지 않았다면 시신이 잘 썩어 뼈만 남았어야 했다. 하지만 시신의 중간 부위인 가슴과 복부만은 하나도 썩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방금 전 물이 고였다 빠진 것처럼 쌓인 흙도 촉촉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다른 윗대 조상님들의 시신 중 온전한 분은 하나도 없었다.

N선생님을 만나니 그날의 일들이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우리는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토록 풀리지 않던 내 글에 들어갈 표현도 해결된 건 물론이다. 전국으로 수맥에 대한 강의는 물론이고 수맥진단으로 돌아치는 분이었다. 요즘은 장마철이라 요 며칠 시간이 나셨다 하셨다. 그 분과 헤어지고 돌아오는 데 그분의 한마디가 가슴에서 떠나질 않았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하더니, 못생긴 자신이 고향에 남아 조상의 묘를 지키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나또한 못생긴 덕에 지금 이렇게 고향에 남아 음성을 지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아름드리나무였다면 지금 나는 이곳에 없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늘 보다는 땅을 보는 날이 많았고 몸은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다. 때로는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기를 수없이 했으니 올바른 재목도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세월만큼 뿌리는 아래로 깊게 내렸으니 어떠한 바람에도 뽑히지 않을 만큼 단단해 지지 않았을까 싶다. 못생긴 남자, 그 분 덕에 오늘은 내 못생김도 되룽되룽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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