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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는 절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케어라벨 속 불투명한 제조국

  • 웹출고시간2024.10.13 14:42:05
  • 최종수정2024.10.13 14:42:04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여러분이 번화가의 매장에서 티셔츠를 하나 구입했다. 그 티셔츠 안쪽 제조국이 표시되어 있는 케어라벨에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 혹은 그 밖의 여러 다른 국가 중 하나로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옷에 꿰매져 있는 라벨에 기재된 제조국 한 곳의 이 이름은 환상에 불과하다. 사실 기재되어 있는 제조국의 이름은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생산을 배척할 뿐 아니라 기후 위기에 맞서는 우리의 싸움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이다.

최근 인권 관련 문제가 제기된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면화 생산 강제 노역 사건이 있었다. 중국 신장지구에서 생산되는 면화 대부분이 위구르 소수민족의 강제노동 착취에 의존해왔다는 사실이 2020년에 드러난 것이다. 전 세계 면화 생산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은 세계 최대 면화 생산국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약 85%)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여기, 신장 위구르 자치구다.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 최대 면화 생산지에서 소수민족인 위구르인의 강제노동 착취에 의존하고 있었다. 또 일부 면화농장은 위구르 내 설치된 수용소 부근에 위치해 있어 수감자들의 면화 농장 강제동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중국의 공급사들이 국제 공급망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반제품 면화를 공정 중간 과정에서 외국회사에 팔아 완제품 면화로 둔갑시킨 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수 백여 개 업체에 공급했기에 가능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강제노동을 다룬 보고서가 쏟아지자, 수많은 브랜드들은 매년 면화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묵인 아래 이뤄지는 조직적인 강압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신장산 면화의 사용 중단을 시도했다. 베터 코튼 이니셔브가 자체 승인 목록에서 신장산 면화를 제외하자, 유니클로와 캘빈클라인을 비롯한 여러 브랜드들은 이 지역에서 어떠한 원료도 공급받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반전이 있다. 의류 공급망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그런 성명을 이행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면화 생산량의 20%라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데 이는 특히 중국산 면화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동남아시아의 중간 제조업체들이 신장산 면화 사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임을 의미한다. 캄보디아는 이웃 국가인 베트남처럼 국내에서 면화 산업을 거의 영위하지 않기 때문에 면직물 소재 의류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반드시 해외로부터 수입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캄보디아가 수입하는 면화의 약 80%는 중국에서 직접 들여오고, 5%는 홍콩을 경유해 들어온다. 즉 캄보디아에서 사용되는 면화의 총 약 85%가 직간접적으로 중국에서 들어온다. 중국이 자국 평균과 동일한 비율로 면화를 생산 및 수입해 수출한다고 추정하면, 영국으로 수출되는 면직물 소재 의류를 비롯해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면직물 소재 의류의 약 70%에 논란이 되고 있는 신장산 면화가 사용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수치는 영국의 주요 의류 회사들이 자가가 내세우는 윤리적 약속을 이양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지라도 매우 어려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장된 공급망의 모호성으로 인해 영국 같은 국가의 최종 소매업체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 같은 지역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거나 반대로 연관성이 없음을 입증하기란 스텔라 매카트니의 말마따나 "극히 어렵다".

그리고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공급망의 모호성은 윤리적 문제를 포함할 뿐 아니라 원료의 출처를 추적하기 매우 어렵게 만들어 탄소 비용을 손쉽게 감출 수 있도록 한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면직물 원단 롤이 캄보디아, 베트남 또는 라오스의 공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평균 1만4천㎞를 이동했다는 의미이고, 심지어 완성된 제품이 영국의 어느 번화가에 도달하기 위해 1만8천㎞의 여정이 시작된다. 영국의 번화가 매장에서 면직물 티셔츠를 구입할 무렵에는 이미 지구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3만2천㎞를 이동한 것이다. 즉 운동 과정에서 티셔츠 1장당 127g의 탄소를 배출한 것인데 이 수치를 캄보디아에서 영국으로 운송되는 모든 의류에 적용한다면 거의 최대 3만867t에 달한다. 이제 이런 숫자의 규모를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확대했다고 상상해보면 매우 어마어마한 숫자로 불어날 것이다.

의류 산업의 규모 및 복잡성으로 최종 단계인 구매자가 이 내용과 범위를 규정하는 공급망이 얼마나 불투명한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의류 산업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과소평가되어 있을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은 세밀한 분석을 어렵게 만들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상당한 탄소 배출량을 대중의 시야에서 은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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