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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사막을 건너다' ⑦해외 선진사례: 일본 나고야시 '미나미의료생활협동조합'

**충북형 식품·의료 사막을 현명하게 건너는 방법**
의료 서비스에 질병 예방·정서 지원 등 돌봄 기능 갖춰
韓 초고령사회 진입 앞두고 노인 의료 수요 대응책 논의

생협 선진지 日 내에서도 다양한 소모임 활동으로 주목
출범 조합원 308명서 300배 이상 성장… 협동·교류의 힘

  • 웹출고시간2024.10.10 15:26:20
  • 최종수정2024.10.10 16: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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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고야시에 위치한 미나미의료생협 병원 전경.

ⓒ 성지연 기자
[충북일보] "내 병원이 있는데 왜 다른 병원을 찾겠습니까? 내가 직접 의견을 내고 내가 직접 사람을 모으고 나와 동료들, 즉 우리의 의견이 반영돼 지어진 병원이 편하고 믿음직스럽기 마련입니다."

미나미의료생활협동조합 병원에 대한 나고야 시민들의 신뢰는 '내 병원'이라는 인식에서 온다.

의료협동조합은 주민의 건강과 의료문제를 지역 단위에서 해결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조합원들 스스로가 주인이 돼 지역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돈(출자금)을 모아 병원, 요양원 같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공동체 활동을 통한 정서 지원, 질병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 노인·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돌봄(community care) 영역까지도 확장성을 갖는다. 지역민의 다양한 의료욕구 해결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의 기회까지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의 초고령사회 진입이 가시화된 현 시점에서 의료협동조합은 향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고령층 의료·돌봄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이야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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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의료생협 병원 로비. 여행사와 헬스장 등 조합원들의 요구로 설치된 다양한 시설이 특징이다.

ⓒ 성지연 기자
2025년부터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2017년 14%를 넘겨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8년 만이다.

고령화 흐름도 거세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간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고령 인구 비율은 올해 19.2%에서 오는 2072년 47.7%로 급증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과 가까이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얻는 빈도수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고령층이 원하는 지역에서 살면서 필요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고령층이 많이 주거하는 농산어촌 지역은 민간 소규모 병·의원조차 없는 곳이 있고 원거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주거지도 많다.

농산어촌은 교육·문화·교통·복지 등 생활 인프라 대부분의 분야에서 부실을 겪고 있는데 의료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문제다.

의료사막 한가운데서 불편을 겪는 주민들이 찾아낸 자구책이 의료협동조합이다.

한국에서 의료기관의 설립은 원칙적으로 의료인만이 할 수 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을 결성하면 주민들이 직접 병·의원을 열고 운영할 수 있다.

지난 1994년 경기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의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약 30개의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지역 주민과 의료진이 힘을 합쳐 지역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 우리나라의 1세대 의료생협들은 주로 일본의 의료생협을 모델로 했다.

일본의 의료생활협동조합 역사는 70년이 넘어가고 100여 개 의료생협, 290만여 명의 조합원이 활동 중이다. 이는 일본 전체 국민의 약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의료생협 활동이 활발한 일본에서도 나고야시의 미나미의료생활협동조합(南医療生活協同組合)은 우수한 조직 활동과 체계적인 노인 돌봄으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미나미의료생협은 65년의 세월 동안 지역이 당면한 보건·의료 과제를 해결해오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59년 이세만(베라) 태풍으로 나고야시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시작됐다.

태풍이 휩쓸고 간 곳의 환자 돌봄과 보건 관리가 필요했고, 공장이 많았던 당시 지역 특성상 스모그로 인한 천식 환자가 많아 진료소 운영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미나미의료생협은 누구라도 부담 없이 함께 할 수 있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조합원들의 니즈에 맞춰 사업소를 신설하는 등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작은 진료소에서 종합병원까지 성장해왔다.

1961년 조합 출범을 함께했던 구성원들이 30년쯤 지나자 실버케어 서비스가 필요한 나이가 됐다.

1990년대 미나미의료생협은 조합원들의 말기 암 환자를 위한 완화 케어, 방문 진료 등에 대한 요구에 맞춰 관련 의료 서비스들을 시작했고, 2000년이 넘어서면서부터는 고령자들이 생활 전반에서 겪는 불편에 공감하며 환자들의 병원 밖 생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집중하고 있다.

미나미의료생협은 현재 64곳의 사업소와 103개의 지부를 운영하며 치료와 보건, 복지가 통합된 의료서비스로 지역의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범 당시 308명이었던 조합원 숫자가 60여 년 만에 9만7천198명(2024년 3월 기준)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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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에 히로유키(長江 浩幸) 미나미의료생협 이사장이 미나미의료생협 병원을 소개하고 있다.

ⓒ 성지연 기자
나가에 히로유키(長江 浩幸) 미나미의료생협 이사장은 300배가 넘는 조합 성장 비결로 활발한 조합원 교류를 꼽았다.

나가에 이사장은 "현재 연 2회 이상 모임을 개최하는 반(班, 소모임)이 1천344개고 연간 반 모임 개최 수가 1만3천599회"라며 "이는 일본 내에서도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반 모임은 쉽게 말하자면 조합원 3명 이상이 모여 만들어지는 반 조직이 각자 동아리처럼 즐거운 활동을 하는 소모임이자 지역 교류의 장이다.

일상의 즐거운 모임이 축적되며 마을을 건강하게 만들고 여러 활동의 추진력을 모으는 자리가 된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반 모임에 각자 원하는 안건을 가지고 와서 토론하며 이 자리를 요구사항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첫 번째 단계로 활용한다.

이와 함께 건강 관련 주제를 다루는 미나미의료생협 신문 배부도 조합원들의 신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가에 이사장은 "이 신문은 한 달에 한 번 조합원 5만 명 가량에게 전달하고 있는데 웬만하면 모두 손으로 직접 전달하려고 노력한다"며 "이를 통해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의 안부도 함께 확인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활동은 미나미의료생협의 기본 이념인 '모두가 달라 모두가 좋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빛나는 마을 만들기'가 바탕이 된다.

그는 "일본에는 서로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문화가 있는데 미나미의료생협은 '인간은 서로 민폐를 끼치면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반 모임 등 서로 돕고 교류하며 점점 유연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서로 교류하며 신뢰 자본을 쌓으면서 미나미의료생협 조직은 더욱 견고해지고 커졌다. 의료, 복지는 물론 생활과 문화까지도 협동의 힘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1976년 설립되고 1992년 종합병원이 된 미나미의료생협 병원은 2010년 현재 자리로 신축 이전했다.

병원 건물 신축에서도 협동의 힘이 빛났다.

나가에 이사장은 "의료 관계자와 조합원 그리고 건설업자를 모아서 4년간 45회의 '천인회의'를 열어 병원의 위치부터 건축 디자인, 재원 마련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며 "단순히 아이디어만 제시하는 회의가 아니라 애정을 갖고 정보를 공유하며 조합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조합원인 요시미 히사에씨의 경우에는 '내 병원을 차린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한다"며 "요시미씨는 조합원이었지만 신축 병원 취재 자리에서 병원 이사장 혹은 이사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내용도 직접 설명할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이 천인회의가 조합원 가입으로 이어지고 건설 자원을 모으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회의 릴레이가 펼쳐진 4년 동안 신규 조합원 1만6천 명, 증자액 120억 엔, 28개 지부 증설, 264개 활동반 증가 등 수치상으로도 시민 협동이 확연히 늘었다.

나가에 이사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 지어진 병원이다 보니 지역민의 신뢰가 두텁다"며 "말기 암 환자 등이 도쿄의 유명 병원을 가지 않고 미나미의료생협 병원을 찾는 이유는 '내 병원이 있다'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임선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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