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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담다 - 프란츠 슈베르트: 세레나데

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웹출고시간2022.12.12 16:16:15
  • 최종수정2022.12.12 16:16:15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충북일보] 아파트 산책길을 걷는다. 찬바람이 불고 입김이 나며 손이 시리다. 한 여인이 하얀 강아지를 안고 반대편에서 나를 향해 오고 있다. 강아지가 달빛에 비추어 더욱 더 희고 아름답다. 마치 겨울 보석 흰 눈처럼. 갑자기 강아지가 힘없이 계속 짖어댄다. 소리가 임을 향한 사랑의 세레나데로 처연하게 들려오니 어찌하랴. 짝짓기의 사랑은 삼라만상 우주의 섭리가 아닌가. 강아지의 자태를 보며, 사랑 노래 '슈베르트 세레나데'가락이 떠오른다.

세레나데는 달이 환하게 비추는 밤에 연인의 창가를 바라보며 부르는 사랑의 노래로 알려진다. 대부분 성악, 관악, 현악을 위해 소규모의 곡으로 간단히 구성된다. '슈베르트 세레나데'는 그 성격이 다른 작곡자 세레나데와는 다른 느낌이다. 대부분 작곡자가 사랑스러운 세레나데를 썼다면 그의 곡은 애달프게 흐른다. L. P로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를 찾아 4번째 곡을 들어본다. 일과를 마치고 연인에게 달려가 창 아래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모습도 상상해본다. 이 노래는 독일 시인 렐슈타프의 시에 곡을 붙인 작품이다. 첫사랑을 잊지 못한 애잔하고 슬픈 감정이 담긴 곡이라고 품으며 꺼내 본다.
여고 시절 음악시간에 테너로 선창 하시며 '슈베르트 세레나데'를 가르쳐주신, 음악 선생님 모습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대학에서 그 선생님이 음악과 교수로 계셔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항상 웃으시던 C 교수님이 들려주신 슈베르트 이야기를 곱씹어 본다.

'슈베르트가 교외로 나가 산책했다. 산책길에 있는 술집에 들러 맥주를 마셨다. 그때 렐슈타프의 시를 본 그는 즉석에서 악상을 얻었다. 친구가 오선을 메뉴판 뒷면에 그려주어 세레나데를 작곡했다.'라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슈베르트는 접하는 모든 것이 음악으로 작곡되었다. 순수로 물들인 마음이 감성을 건드리며 찬란한 선율로 피어났으리라.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를 표현할 때 '천상의 방랑자' '순결한 천년의 영혼'으로 그린다. 그에게는 별명이 있다. '슈밤메를'이다.

'슈밤메를'은 작은 버섯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작은 키에 배불뚝이인 그의 모습을 빗댄 별명이리라. 얼마나 작고 볼품없는 외모였을까 상상해본다.

독일 낭만파의 대표적인 작곡가 슈베르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음악의 천재도 예술가도 아니었다. 아버지의 권유로 아버지가 경영하는 학교에서 음악교사직을 맡기도 했다.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무람없이 본격적으로 작곡에만 몰두했다. 슈밤메를이 후세까지 위대한 음악가로 불림은 친구들의 덕분이었다. 시인 쇼버는 가출 후 갈 곳 없는 그를 자기 집에 묵게 하며 여러 작가와 접하도록 도와주었다. 아홉 살 많은 친구 슈파운은 오페라 극장에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는 친구들과 '슈베르티아제Schubertide(슈베르트의 밤)'라는 작은 음악회를 열어, 작곡한 곡을 연주하고 듣는 모임을 가졌다. 그곳은 시, 문학, 미술 이야기까지 나누는 예술의 장이 되며, 알록달록 삶의 빛을 담소로 나누는 장소가 되었으리라.

슈베르트는 짧은 일생에 '들장미' '마왕'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백조의 노래'등 명작을 포함하여 630여 곡의 가곡과 수많은 실내악을 만들었다. 따라서 후세 사람들에게'가곡의 왕'으로 존경받고 있다. 세레나데는 연가곡'백조의 노래 D. 957'중 네 번째의 곡이다. 이 연가곡집은 모두 14곡으로, 죽기 전 1년 전에 완성되었다.'백조의 노래'는 그가 31세의 아까운 나이로 죽은 후에 친구들이 악보를 모아 빈의 악보 출판가 핫즈 링거가 출판했다.

학원 수업으로 피아노 교재에 수록된 '슈베르트 세레나데'를 지도한다. 셋잇단음표가 많이 나와 서정적으로 흐르는 느낌이 든다. 가락이 먼저 나온다. 이어 반복된 가락이 옥타브를 올려, 간주가 그 멜로디를 반복하며 선율의 미를 보여준다. 수강생들이 셋잇단음표를 재미있게 연주한다. 그들은 곡의 특성을 알고, 리듬과 멜로디, 템포의 변화까지도 표현하며 피아노 건반을 누른다. 꼬마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하는 모습이 귀엽고 대견스럽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야곡消夜曲이라 부르기도 한다.

노랫말을 스스럽게 읊조려본다.

명랑한 저 달빛 아래 들리는 소리/ 무슨비밀 여기 있어 소근 거리나/ 만날 언약 맺은 우리/ 달 밝은 오늘 달 밝은 오늘/ 우리서로 잠시라도 잊지 못하여 잊지 못하여/ 수풀 사이 덮인 곳에 따뜻한 사랑/ 적막한 밤 달빛 아래 꿈을 꾸었다. 중략

이 곡은 대화식으로 노래하면서 극적으로 표현한 시에 가락과 반주가 잘 어울린 가곡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사랑 노래 부르는 연인을 상상해본다. 또한 한밤중에 달빛 받으며, 임에게 시끄러울 정도로 세레나데를 부르는 개구리도 떠올린다. 누구나 달 밝는 밤에 사랑 찾아 애절하게 노래하는 개들의 소리를 들었으리라. 그 소리는 도둑을 지키는 개의 임무를 다하는 소리라고만 할 수 있을까. 사랑의 소야곡으로 개 짖는 소리를 그려본다. 그 이외에 고양이, 쥐, 귀뚜라미, 모두가 야밤에 짝을 찾아 부르는 사랑 노래로 이어질 테다. 지혜로운 우리 인간도 깊은 사랑을 더 없는 세레나데로 담으리라. 나 또한, 흰 눈이 사각사각 내리는 날에 피아노 연주로 옛사랑을 담아보련다.

슈밤메를(작은 버섯) 이라는 별명을 지닌 왜소한 배불뚝이가 사랑 찾는 세레나데를 연인들에게 안겨주었다. 그의 작품들은 보이는 것, 듣는 것, 오소소한 생활 모두가 음악이 되었다. 사랑을 담고, 치유하는 가곡의 왕 프란츠 슈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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