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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코시코스의 우편 마차

헤르만 네케 : 치코시포슈트

  • 웹출고시간2024.08.21 17:18:19
  • 최종수정2024.08.21 17:18:19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음악학원 출근을 위해 차 시동을 건다. 피아노 음악이 경쾌하게 꽂힌다. 잠시 후 '코시코스의 우편 마차'가 나온다. 운전대를 잡은 내 마음도 음악과 함께 달린다.

우편 마차는 1895년 독일 음악가 '헤르만 네케'가 작곡한 밝고 경쾌한 춤곡이다. 이 곡은 피아노 소품으로 편곡돼 연주한다. 빠르게 연주하면 듣는 이, 연주하는 이가 흥겨워지는 곡이다. 휴대전화 벨소리 '생쥐 송'으로도 유명하며 광고 음악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헤르만 네케(Hermann Necke)'는 독일 비헤(Wiehe)에서 태어나 라이프치히에서 생을 마감한 음악가다. 그가 작곡한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은 알레그로의 빠른 갤럽 풍의 춤곡 '우편 마차'로 알려진다. 서주에 마부의 나팔 소리가 한 옥타브 올려 스타카토로 힘차게 시작된다. 원래 제목 '치코시포슈트(Csikos Post)'는 헝가리어로 카우보이의 우편 마차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문학가 어효선이 이 곡에 노랫말을 붙여 3부 합창곡으로 편곡돼 불리고 있다. 이 곡은 클라이맥스에 화음과 함께 마차가 힘차게 달리는 모습이 특별하다.
피아노 교습으로 이 곡을 가르치다 보면 쉬운 듯하며 난해한 부분이 많다. 피아노 건반의 모든 영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강생들은 어려워한다. 임시표가 연주 도중에 나와 손가락 연습하기에는 좋은 곡이다. 뭔가 방정맞은 기분의 폴카 리듬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 있는 곡이다. 통통통통 거리는 느낌을 살려 빠르게 연주하면 재미있기도 하다. 이 곡을 만든 '네케'는 독일의 음악 감독으로 피아노 소품곡을 많이 남겼다. 그 중 '우편 마차'는 후세까지 가장 많이 알려진 곡으로 사랑을 받는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며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은 말했다. 피아노 연주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약한 음치기'라고. 이어 그는 "사람들은 빠른 템포의 곡에 감동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약한 음을 어떻게 치느냐에 달렸다"라고 했다. 나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신 고(故) L 교수님이 생각난다. 힘을 빼고 연주하면, 약한 음 센 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터치 법을 알려 주셨다. 이 곡 '우편 마차'는 달리는 소리와 모습을 표현할 때, 센 음과 약한 음치기를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 곡이다.

학교 음악 담당 교사로 근무할 때 '달려라 우편 마차'라는 제목으로 3부 합창을 지도해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노랫말이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며 편안해 펼쳐본다.

'들길을 지나 저 멀리 고개 넘고 내를 건너서

비바람 부는 날에도 달려간다 달려간다 우편~ 마차

달려라 달려라 나팔을 드높이 울리며 떠난다

달려라 달려라 말발굽 소리도 가볍게 랄라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달려간다

랄랄 랄랄~ 랄랄 랄랄~ 랄랄랄랄 랄랄라…(후략)'

서정이 넘치는 부분이 빠르게 표현된다. 마부가 우편물을 싣고 흥겹게 노래하는 듯하다.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달려간다'가 고음으로, 포르테로 진행된다. 따닥따닥 말발굽 소리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이 곡의 맛이 달라진다. 특히 중간 부분에 마차가 달리는 소리의 표현이 매력적이다. 임시표가 많이 붙어 음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곡의 절정을 표현한다. 끝부분 또한 안정된 화음과 함께 마차가 도착하는 모습이 잘 나타낸 곡이다.

기악 합주곡으로도 유명한 곡이다. 서주 부분은 바이올린 소리로 서정적인 들길을 표현한다. 마차가 힘차게 달리는 부분은 나무로 만든 마림바가 제격이다. 단원들이 가진 모든 악기가 같이 연주하며 달린다. 현악기, 금관, 목관, 타악기까지 신나게 달리며 끝을 맺는다. 나 자신도 지휘하며 연주자들과 함께 신나게 달린 추억이 아련하게 남아있다. 어찌 그 시절을 잊을 수 있을까.

출근길에 마음으로 악보를 읽으며 음악과 함께 달린다. 햇살 가득 기분 좋은 아침을 음악으로 맞이하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우편 마차'를 그리며 요즘 집배원을 떠올린다. 그들은 이십 년 전만 해도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전해줬다. 이 마을, 저 마을, 섬마을까지 아름답고 정다운 풍경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오토바이로 우편물을 전해준다. 또한 우체국 업무가 택배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택배 차량이 다니고 있다. 우편 마차가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바뀌며 바쁜 시대의 흐름을 알려준다. 옛 추억이 간절하다.

'우편 마차'를 들으며 운전하다 보니 우리의 삶이 보인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은 누구나 있다. 그러나 삶의 싱싱함과 아름다움이 같이 한다는 것을 이 곡의 흐름에서 느끼게 해준다. 삶에 대한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길을 찾아 달려가는 기분이 든다. 또한 새로운 길을 찾아 달려가는 마음이 톡톡 튀며 즐겁다. 또한 이 곡을 듣다 보면 지친 일상에서 악장치며 지낸 사람도 위로받는 순간이 되리라. 모두에게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치유의 곡이라고 할 터이다. 마음이 하늘도 만들고 지옥도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마음의 주인이 되어 달려보자.

인생을 돌아본다. 황혼기가 됐지만, 젊은이들처럼 달리고 싶다. '화엄경'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일체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법문을 떠올려본다. 지금 듣고 있는 '우편 마차' 음악이 내 마음에 환희의 순간을 가져다준다고 상상하니 절로 행복하다. 이러한 소소한 기쁨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참다운 행복이 아닐까.

문득,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명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가 떠오른다. 황혼기를 잊고 힘차게 달려보리라. '코시코스의 우편 마차'처럼.

참고문헌

'세광합창곡집' 김규환 엮음, 세광출판사.
'음악대사전' 세광음악출판사
'관현악곡 명곡집' 성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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