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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실버 축제장

트로트: 박상철 빵빵

  • 웹출고시간2024.07.24 13:34:47
  • 최종수정2024.07.24 13:34:47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몸이 무겁고 아프다. 치유의 방법으로 건강 댄스를 배우러 왔다. 머리, 어깨, 무릎이 심상치 않다. 특히 엉덩이가 앉아있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병원과 한의원에서 치료해도 쉽게 좋아지지 않아 걱정된다. 탁구하다 넘어진 후유증일까, 세월의 흐름 때문일까, 친구의 권유로 아픔을 댄스로 치료하러 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흔히 쓰는 말을 반론하며 담아본다. 시간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마음에 근육이 생기고, 손가락 마디에 옹이가 생기며 이마는 고랑이 새겨진다. 나 또한, 사부작사부작 겨울 강가를 걷는 기분으로 암암하다.

노인 복지관 건강 댄스 강의실에 들어선다. '빵빵' 노래가 흘러나온다. 실버세대가 모여 어금버금한 동작으로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있다. 그들은 치유의 방법을 찾아 이곳에 모였다. 댄스로 신체 여행, 마음 여행을 하며 즐거워한다.

사람의 마음에는 본인만이 보고 있는 길이 있다. 그 길로 선하고, 악하고, 아름다운 길이 감정으로 떠오르며, 삶의 풍광을 그린다. 한 발짝씩 삶의 궤적을 이어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창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강의실 바닥에 쏟아지는 아지랑이 같은 여유로움이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다.

노랫말이 특별하게 들린다. 덜컹덜컹 달려가는 시골 버스가 삶의 길을 가는 어려움을 새겨준다. 기적을 울리며 추억이 숨 쉬는 정든 시골길을 간다. 인연으로 맺은 이들이 등장하고,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 본다, 누군가와 동행하며 세월을 가고 있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삶의 파노라마가 아닌가.

내 주변을 돌아본다. 감사한 일이 넘쳐난다. 볼 수 있는 눈이 있고,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말할 수 있는 입이 있으며, 걸을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지 않은가. 같이 춤추는 회원이 옆의 친구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오른쪽 귀가 안 들려 크게 말해"라며 어두운 얼굴이다. 나보다 조금 연장자이신 그 어른을 보며, 나 자신이 고맙다. 열 개의 손가락이 있고, 신체가 몹시 아프지 않아 스스럽게 행복하다고 더 없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어렵게 한 동작 한 동작 춤추시는 어르신들이 특별하다. 그들이 지금처럼 복지관에 오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하다. 이제부터 나 자신을 위해 몸과 마음에 시간을 쏟으련다. 쉬는 시간이다. 눈을 감고 내 가슴을 열어 본다. 어떻게, 어디가 아픈지 주의를 기울여 본다. 탐심일까, 욕심일까. 삶의 학교인 복지관 치유의 교실에서 내 마음을 살펴보며 습습하다.

법정스님은 "해는 지는 해. 달은 떠오르는 달이 좋다"고 법문하셨다.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된다. 이 모습에 인생의 황혼이 같이한다. 건강 댄스 회원들은 지는 해의 삶이지만 고샅길로 소풍 가듯 춤추며 즐거워한다. 지는 해, 떠오르는 달이 사랑스럽게 그들에게 다가오며, 치유의 축제를 열고 있다. 빵빵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덜컹덜컹 달려간다 시골 버스야 힘차게 달려간다-

빵빵빵빵 기적을 울리며 신나게 달려간다-

추억이 살아 숨 쉬는 이곳- 내 고향 정든 시골길-

옆집 뒷집 시골 아줌마 옆집 아저씨 언니 오빠들

다 태우고 달려간-다-

동쪽으로 가면 동해바다 서쪽엔 서해바다

남쪽에는 한라산 북쪽엔 백두산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려라 내 꿈도 싣고 달려라-

빵빵빵빵 기적을 울리며 시골 버스 달려간다 (후략)
이 가요는 박진복 작사 박상철 작곡의 트로트다. 노랫말 속에 리듬과 청각적 운율, 삶의 표현이 서려 있다. 이 곡을 부를 때 마음이 밝아지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꿈이 흐른다. 음악적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모든 것을 이야기하며 음악을 느끼고 누릴 권리가 있지 않은가. 참 좋은 작품이다.

그의 가요는 대부분 노랫말 한마디 한마디에 본인의 심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 노래로 살아 온 사연을 풀어 놓았으리라. 희망을 전하는 가수, 직접 작곡하고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다. '무조건'이라는 그의 트로트처럼 조건 없이 팬들에게 다가선다. '무조건'이라는 말은 최고의 배려와 속 깊은 의미를 상징한다고 느껴진다.

'빵빵' 노래 속에 인간관계의 원만함이 흐른다. 옆집, 뒷집, 시골 아줌마, 옆집 아저씨, 언니 오빠 다 태우고 달려가지 않는가. 또한 그들과 공감하며 꿈을 싣고 달린다. 이 곡은 일종의 에필로그 형식인 종결부 코다가 곡 전체를 다시 회상하며 마무리 짓는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 그대로 있는데 우리는 찾아 헤매고 있다.

TV에 방영되는 동물의 왕국이 생각난다. 그들은 생존경쟁을 위해 달리고 있다. 스스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은 더욱 안타깝다. 식물도 원하는 시기에 꽃피우고 열매 맺으며 좋은 환경 속에 살고 싶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인간의 손길과 자연 생태에 무조건 따라야 하지 않는가. 그에 비하면 인간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지혜의 힘이 있다. 고샅길도 잘 살피며 걷다 보면 목표에 도달해 꿈을 이루리라.

우선 내 주변에 있는 가족부터 살펴본다. '빵빵' 노래처럼 삶의 터전을 위해 수많은 인연과 힘든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삶의 고샅길까지도 달리다 보면 오소소한 행복이 사풋 찾아오리라. 내가 친구와 같이 찾은 실버 축제장, 건강 댄스 시간이 삶의 치유로 여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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