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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영의 '음악이 흐르는 수필' - 소리 없는 스트리밍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 웹출고시간2024.10.16 17:17:54
  • 최종수정2024.10.16 17:17:54

김숙영

수필가·음악인

[충북일보] 청주예술의전당 옆길로 차를 운전한다. 길가 가로등에 '호두까기 인형' 뮤지컬 공연 깃발이 꽂혀 펄럭인다. 학원 수강생들에게 이 곡으로 감상 수업을 했다. 귀여운 유치부 꼬마들까지 줄거리를 들으며 초롱초롱 눈빛이 반짝이던 감상 시간이 추억으로 오버랩 된다.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와 발레리노가 함께하는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며, 아름답게 스트리밍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남녀 발레리노가 꽃의 왈츠 부분부터 함께 분위기를 맞추며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테마 별로 연주되는 순간은 황홀함을 맛보는 특별한 날이었다.

이 곡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으며 진행이 시작된다. 프랑스의 작가 뒤마가 이 원작을 각색하고, 안무가 프티파가 발레 대본으로 제작한 후에 차이코프스키가 발레곡으로 작곡해 완성됐다.
'호두까기 인형' 줄거리를 전개해 본다. 어느 가난한 집의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받고, 그날 밤 꿈을 꾼다. 꿈속에서 생쥐 떼가 쳐들어오자, 인형은 크리스마스에 장식된 과자며 장난감과 함께 싸워 막아보지만 위태롭게 된다. 이때 클라라가 뛰어들어 생쥐들을 쫓아버리고 위험에서 구하자, 호두까기 인형은 멋진 왕자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리고 클라라를 데리고 과자의 나라 꿈의 궁전으로 간다. 거기서 여왕인 별사탕 요정이 파티를 열어준다. 파티가 끝나자, 클라라는 꿈에서 깬다.

'호두까기 인형'은 호프만의 동화 '두까기 인형과 생쥐 임금'이라는 이야기를 15곡의 발레곡으로 작곡했다. 그중에 작은 서곡, 행진곡, 사탕 요정의 춤, 러시아 춤, 아라비아 춤, 중국의 춤, 갈잎 피리의 춤, 꽃의 왈츠 이렇게 8곡은 연주회용으로 모아 모음곡으로 연주된다. 이 곡은 크리스마스 날 저녁 이야기이므로 크리스마스에 연주하는 곡이다.

연주되는 곡 중에 메인 테마는 행진곡, 사탕요정의 꿈, 꽃의 왈츠다. 꽃의 왈츠에서 발레리노가 아름다운 공연의 그림을 그려준다. 더 없이 매력이 넘치고 눈부시다. 사람의 심성을 꽃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축제로 피어나고 있었다.

꽃의 왈츠는 가장 화려한 춤으로 사탕 요정 시녀들이 춤을 춘다. 호른이 우아한 주제 선율을 연주하면, 비올라와 하프가 선율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곡의 절정인 이 부분에는 많은 무용수가 등장해 춤을 춘다. 음악 또한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깊숙하게 흐르는 밝은 음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듣고 보는 이들의 감성을 스트리밍한다.

이 모음곡은 발레 상영 전에 작곡가 차이코프스키가 자신의 지휘로 연주회에서 청중들에게 미리 선보이면서 더욱 홍보됐다.

'호두까기 인형'은 어떤 인형인가 알아본다. 호두는 껍데기가 단단한 견과류다. 따라서 고소하고 맛있지만, 껍질을 벗기기가 힘들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이 호두를 쉽고 재미있게 깔 수 있는 나무 인형을 사용한다. 입을 쩍 벌린 인형 입에 호두를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호두가 으깨지는 재미있는 장난감 인형이다.

표르트 일리치 차이코프스키(Pyotr llyich Tchaikovsky, 1840-1893)는 러시아 킴스코 보트킨스크에서 태어났다. 법률학교를 졸업했으나, 20세가 넘은 나이에 다시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했다. 그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은 뛰어난 작곡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교향곡, 오페라, 발레 협주곡 등 많은 작품을 작곡했다. 대표작으로 교향곡 6번 '비창' 발레 모음곡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이 있다.

발레는 음악과 함께 몸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 때문에 음악의 역할은 전개를 돕기도 하고, 더 극적인 동작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차이코프스키 3대 발레곡은 춤을 추기 위한 반주곡이었으나, 오늘날은 연주 음악으로도 완벽하기에 공연 음악이 돼 전 세계적으로 연주되고 있다. 어린이의 감성을 잘 그려내어 다채롭게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로도 연주되는 매력적인 곡이라고 할 터이다.

누구나 본인이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를 기억하리라. 나 또한 일곱 살 때를 그려본다. 현악 중주 소리가 들리는 막내 고모 방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린 나는 바이올린 소리에 매료돼 그 음악이 끝날 때까지 고모 곁에 앉아 음악에 접했던 추억이 있다. 음악은 응달보다는 양달이라고 표현하련다. 마음이 어두운 사람이 곡을 연주하고 듣고 표현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할 터이다. 내가 고희를 넘어 황혼에도 음악을 접하는 일들이 어머니가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가르쳐주신 덕분이라고 하련다. 따라서 양지쪽 밝은 삶을 누리고 있다고 감히 읊조린다.

인류의 최초 악기는 목소리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멜로디를 익히다가 태어나며 울음소리를 '멜로디컬'하게 소리 낸다. 우리는 음악으로 하루를 시작하지 않는가. 아침 기상하는 알람을 보자. 노래를 듣고 잠이 깰 때 몸이 움직여지며 선율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처럼 음악은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련다.

연말이면 떠오르는 공연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과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이리라. 무엇보다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은 화려한 색감, 아름다운 음악, 역동적인 발레 춤으로 귀와 시선을 잡는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연주회에 즐겨 가면 좋겠다. 연주회에 가면 머릿속에서 선율이 온몸으로 전달된다고 할 터이다. 누구나 마음이 편해지며 복잡한 머리를 식힐 수 있다. 우리 뇌는 휴식이 필요하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연말에는 송년 음악회 연주회장을 찾아보자. 관객석에서 소리 없는 나만의 라이브로 스트리밍을 해보자. 음악적 스트리밍은 물론 만트라의 경지에 이르리라.
☞스트리밍(Streaming) : 음악을 굳이 저장, 다운하는 일 없이 그냥 듣거나 보거나 하는 것.
☞만트라(mantra) : 티베트어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깨달음의 지혜를 얻는 일.

참고문헌
-'학생 음악 감상' 삼호출판사.
-'위대한 음악가들' 종로서적.
-'The world of Classics' 세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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