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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8월 23일 전후해 태풍 '솔릭'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이라며 온 국민들을 긴장케 했다. 천만 다행스럽게도 아무런 피해 없이 '솔릭'은 지나갔다.

충주를 강타하고 지나간 태풍으로는 1959년 '사라'호를 잊을 수 없다. 어지간한 고목들은 맥없이 부러지고 뿌리 채 뽑혀 통행로를 가로 막고 누어버린 터였으니 그 참상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1972년 8. 19.수해는 충주를 물바다로 연상케 한 재해였다. 당시 필자는 충주고등학교에 근무할 때였는데, 며칠간 학생들과 함께 수해복구에 나서서 학생들과 함께 땀 흘렸던 기억이 또렷하다.

태풍 매미 때도 상당한 기세를 보여줬으나 충주는 과히 피해 없이 지나갔다. 필자는 매미가 지나간 후 2005년 중국에서 태풍 매미에 의한 피해를 복구하지 못한 처참한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산악지대이기에 태풍의 경로가 막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아주 적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무려 7시간 넘도록 버스로 달려도 산이 전혀 안 보이는 풍광을 보며 태풍 피해가 중국은 극심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저기에 철제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널브러져 있고 웬만한 건물들은 아예 복구하지 못한 채 흉물처럼 보여서 우리나라 산야에 대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릭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무슨 기상대가 아니라 현장 중계소라느니 심지어 일본의 예보를 인용했기에 예보가 전혀 맞지 않았다고도 했다.

우리나라는 기상관측을 위한 위성보유국이다. 위성에서 전해오는 온갖 정보를 다른 국가와 서로 공유하기도 하니까 기상예보에 관한 많은 정보와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 오보를 한다는 말 자체가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 된다.

필자는 이러한 생각에 이르렀다. 혹시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태풍피해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기상대를 향해 온갖 간섭과 책임추궁을 거론하며 닦달한 건 아닐지· 그렇다면 나부터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존심을 주장하기 전에 눈치나 살피며 그럭저럭 좋은 방향으로 대응해온 결과는 아닐지· 결국 전문인의 시각으로서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게 맞는데, 자칫 조금이라도 잘못돼 문책을 당할지 모른다는 점에 경직돼 전문가적 자세가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 눈치나 살핀 결과였다면 이야말로 오히려 더욱 책임을 추궁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생활에서 기상대의 일기예보를 무수히 접해본 결과로는 거개의 태풍들은 우리나라에 다다르면 그 기세가 꺾이는 경우가 많았다. 태풍이 한 번 지나가면 우리의 이웃나라 일본의 피해소식을 들으며 상대적 안도감에 위안을 받곤 해왔다.

필리핀 근해에서 생성되는 태풍은 머나먼 거리를 진행해 오며 계량이 불가한 자연의 변화에 의해 무수한 변화를 일으킬 게다. 특히 이번 태풍 솔릭은 필자가 언급한 바와 같게 진로에 따라 그 기세가 꺾이는 변화를 일으켰나 본데 기상대는 수시로 변화무쌍한 사실을 오로지 문책을 피하기 위해 우유부단한 자세로 임했던 것은 아니길 바란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자존심을 걸고 자신의 소임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무엇보다 대자연을 상대로 인간은 나약하기에 순응할 뿐이다.

2018. 8. 27. 충주 정 태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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