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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14 13:49:47
  • 최종수정2015.09.14 13:49:39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언어는 그 민족의 정서를 조성하고 삶의 가치관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성싶다.

우리민족의 어법은 무척 다양하다. 다양성은 곧 우리말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은 때로 한 가지를 보고 하는 말이 얼마나 다양한가? 그러고 보면 어렵고 복잡한 우리말이 아니라 어느 나라 말보다도 우리민족의 온정적이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다양성을 먼저 생각해야 옳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우리말이 지나칠 정도로 까다롭고 어렵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판국이다. 더군다나 다문화 가족들이 우리말을 배우면서 많이 힘들어 하는 편이다. 다문화 인들에게 더 빠른 우리말을 가르치려는 마음에서 그런지 외곬 수 적인 표현이 부쩍 늘어가고만 있는 형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자칫 그들을 잘못 인도하는 일이 되려니와 우리말의 특징마저도 훼손될 게 무척 우려스럽다.

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젊은이들은 혹여 외국어의 성향에 적응돼서 그런지 근간 우리말의 다양성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단순화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표현어의 단순성이 부쩍 눈에 뜨인다.

우리말은 자신을 낮추는 겸허함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를테면 '나'를 가리켜 '저'라고 함은 상대를 되도록 높이는 경향이 짙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일지라도 처음 통성명을 한 사람의 성씨 뒤에 '형'이란 존칭을 부쳐서 '김 형' 또는 '김 씨께서는…' 등으로 호칭한다. 물론 첫 인사의 경우에도 '형씨께서는 존함이 어떻게 되시나요?'로 존칭을 하는 게 도리다.

관광을 할 때 '무엇 무엇을 봤냐?'고 하지만, 아버지를 보았느냐고 물을 땐 반드시 '아버지 뵈웠니?'라고 묻는 것은 자신을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느냐는 뜻이다. 뿐만이 아니라 '성씨가 어떻게 되시나요?'라 물으면 자기의 성 뒤에 자신을 낮추는 의미에서 '씨'가 아니라 성을 나타내는 '가'로 답하는 게 겸손함의 우리식 어법이 된다. 즉, '예, 박가입니다.' 또는 상대가 나보다 나이 적을 경우에도 '박가일세.'로 답함이 공손한 우리 어법이다.

통성명을 할 때 자신의 성명을 한 자 한 자 또박 또박 말하느라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홍길동이라면 '홍 자, 길 자, 동 자'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는데 그런 식은 우리 어법으로 그리 탐탁지 않다는 생각이다. 상대가 '춘부장님 함자가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물어오면 나의 아버지 성함을 답할 때 '홍(성은 그냥 말한다.) 길할 길, 아이 동 자 되십니다.(또는 이십니다.)'로 그 글자의 한자 뜻을 앞에 부쳐서 말할 때 사용하는 경우인데 혹여 한자의 뜻을 모를 경우라면 '홍, 길 자, 동 자.'로 아버지의 성함을 높이는 자세로 답할 때 그리 한다.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 무슨 자 무슨 자 식으로 말한다는 건 자칫 자신을 스스로 높이려는 모양새로 비치기 십상이다.

앞에서 춘부장이란 말도 상대를 나의 친구로 대하는 것은 상대는 물론 상대의 부친을 한껏 높여드리는 극진함에서다. 혹여 같은 성을 지녔을 경우 관향(본관)을 물을 때도 조심스레 '본관이, 또는 관향을 어찌 쓰시나요?'라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를 분명히 함이 우리 어법이고 예절이다.

우리말의 다양성과 상대를 극진히 높여서 대함은 우리말만이 지니는 특성이자 민족의 정서를 아우르는 독특성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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