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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서인문도(書人問道) - 보좌의 정치학

국회서 보좌진 생활 20년 이상… 선거·정치·보좌 이야기 담아
대부분 국회의원은 선수 쌓이면 나태해져 지역군 관리만 힘써
선거운동 영향력은 3% 내외… 가장 중요한 것 팀워크·계획

  • 웹출고시간2015.10.01 17:16:43
  • 최종수정2015.10.01 17:16:38
훈수를 하는 사람이 판을 더 잘 볼 때가 있다. 정치에 대한 훈수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의 보좌진이다. 이 책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 풀어내는 선거, 정치, 보좌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점에서 책을 발견하고 바로 출판사를 통해 저자와 통화했다. 나와 다른 각도, 참모의 입장에서 정치를 관찰해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보좌의 정치학

저자 : 이진수, 출판 : 호두나무, 출간 : 2015.08.20

- 정치인이 초심을 유지하려면 야심을 가져야 한다고 쓴 것이 흥미로운데?

"모든 국회의원은 선수가 쌓이면 나태해진다. 진보적이든, 사회운동 출신이든 마찬가지다. 자기발전이 없이 점점 누리게 된다. 특히 재선을 위해 지역구관리에 빠져드는 것이 문제다. 지역구관리가 일의 80프로가 되고, 심지어 보좌관 9명 중 6-7명이 지역관리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국회의원을 국민이 이름도 모른다. 그런 의원생활이 국민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역구 선거 외에 원내대표 선거든 당 지도부 선거 등에 나가기로 마음을 먹으면, 자기만의 정책브랜드를 갖추고, 다른 의원들과도 소통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 선거에 나가보면 자신이 동네에선 대단하지만 막상 큰 판에 나가니 아무도 안 알아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분발하게 된다. 그래서 정치인은 권력의지를 가지고 노력할 때만 초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 의원들이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는데?

"왜 여야를 막론하고 19대 국회에는 소장개혁파 모임이 없을까· 과거에는 각 분야의 고수들이 정치에 진입해서 지도부와 싸우기도 하고, 정풍운동도 했다. 지금은 그런 것은 없이 그저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만 있다. 그런 것은 국민과는 상관없이 의원들이 공천받기 위해 줄 서는 구분일 따름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났을까· 여야를 막론하고 '튀면 정치 팔자가 험난'해지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보좌의 정치학 저자 이진수

- 국회에서 보좌진 생활을 하는 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

"내 경우는 20년을 넘겼다. 5년만 하면 더 배울 게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변호사, 회계사 등 자격증을 갖춘 정책전문가로서의 보좌진이 늘어나는 추세다. 보좌진들이 정치와 선거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명성을 쌓는 미국처럼 하나의 전문직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좋은 정치인을 보좌해서 키워내는'숨은 정치인'으로서의 자기실현도 무시할 수 없다. 대통령 감을 돕고 키워내려면 최소 20년 이상은 걸릴 것이다."

- 국회의원 숫자, 그리고 보좌진 숫자는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는가?

"국회의원은 더 늘리고, 대우는 더 낮추는 것이 좋다. 변호사가 과거와 달리 특권적 직업이 아니라, 하나의 서비스직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현재 9명인 국회보좌진의 상당수가 지역구관리에 쓰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원래 취지에 맞는 정책보좌진의 숫자는 더 줄어도 상관없다. 차라리 서너 명이라도 확실히 정책보좌로 고정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 보좌진에게 필요한 전문성은?

"고기를 낚는 어부의 전문성이다.'내가 보건복지나 국방을 공부했으니 그 분야의 전문보좌관이 되자'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어장에서 갈치나 멸치만 잡는 건 아니지 않는가· 노련한 어부는 시기와 방법을 달리 하여 다양한 고기를 잡는다. 논리적 사고력, 핵심을 요약하는 능력, 문장력 등 어찌 보면 기자에게 요구됨직한 능력들이 보좌진에겐 꼭 필요하다. 국회 보좌진으로 들어와 정치, 정책, 입법, 지역구관리, 의원과의 관계 등을 배우고 지방자치선거에도 진출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인터뷰 하고 있는 이진수 저자

- 주로 야당의원 보좌관을 해왔다. 지금 야당을 어찌 보나?

"현재 제1야당인 새정련의 의원구조는 3~4선이 더 많고 초재선이 적은 역피라미드 구조이다. 야당은 마치 지력이 쇠한 논밭, 작물이 안 나오는 황무지가 된 느낌이다. 과거에는 호남과 운동권이 주요기반이었는데. 90년대를 지나면서 새로운 민생운동세력과 맥이 끊어졌고, 국민을 참여시키기 위해 만든 국민참여경선이 외려 일반국민을 당으로 유인하지 못하고 당 밖에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다 보니 당원은 노쇠화하고, 지지자는 당외의 비판세력으로 고착되고, 사실상 사조직인 종이당원이 양산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 오픈프라이머리는 어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반대다. 그것이 생산적으로 작동되던 시기가 있었다. 2002년에 노무현을 만들어낸 것처럼.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귤이 탱자가 되어버렸다. 오픈프라이머리를 악용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야당의 내부경선문화 곳곳에 경기동부연합의 악폐와 유사한 문제가스며들었다."

- 선거에 승리하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 뭐라고 보나?

"선거운동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3프로 내외이다.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정당지지도 등 많은 것이 결정된다. 그런 전제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와 계획이다. 후보와 참모가 서로의 능력과 할 일을 존중하고, 미리 계획을 잘 정해 그것을 흔들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 질문으로 유권자가 어떤 정치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가 물었다. 국민들은 정치인이 생활상의 다양한 요구를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되어주기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정치인에게 '표상'을 바란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렇게 못 살지만, 당신은 이렇게 살아줬으면"하는 메시아의 모습과도 같은 자기희생과 감동을 원한다는 것이다. 훈수도 오래 하면 고수가 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인터뷰였다.

△ 저자 이진수는?

저자 이진수는 1961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강의실보다 학보사를 더 많이 '다니며'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 마포 도화동 철거촌에서 빈민운동을 시작했다. 그때 인연을 맺은 고(故) 제정구 선생이 국회의원이 된 후 1994년에 보좌진 생활을 시작, 1999년부터 김부겸, 2012년부터는 최원식 의원실에서 일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3선이던 김부겸 의원과 대구로 내려가 지역주의의 벽을 넘기 위해 애썼지만 40.4% 득표로 패배했다. 그 패배의 책임을 마저 지기 위해 최근 22년간의 보좌관 생활을 접고, 다시 김부겸 전 의원의 선거를 준비 중이다. 보좌관을 하면서 시작한 늦깎이 공부로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석사를 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경향신문,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국회 의회발전연구회 등에서 국회 보좌관의 역할과 현실정치에 관해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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