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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5.07 15:14:36
  • 최종수정2015.05.07 15:14:34

품격경영

저자 : 신성대, 출판 :동문선

"외교무대에서 지도자는 국가의 얼굴이자 국가 그 자체이다. 우리는 그에게 국민 망신시키지 말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

최근 칠레를 방문한 우리 대통령이 칠레의장대에 절하는 모습이 언뜻 화면에 비쳤던 것을 질타하는 대목에서 저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어느 나라 지도자도 사열을 받으며 절하는 경우는 없으며, 의전에도 나라마다 품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히 넘겨온 수많은 장면 중 어느 하나 저자의 날카로운 눈을 벗어나지 못한다.

'품격경영'은 품격 있는 글로벌매너를 다룬 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총천연색 옷차림과 '까딱' 인사, 받아쓰기 일제고사를 보는 듯한 국무회의 참석자들, 역대 대통령들의 한결같은 쩍벌남 포즈, 경건의 상징인 검정 추도리본의 일제잔재, 현충원 방명록에 너나없이 남겨놓는 휘호 쓰기에 사용되는 싸구려 수성펜,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자세로 사열할 때 허리를 굽히는 대한민국 의장대, 사열의 의미도 모르고 눈길 한번 안 준 채 사열대를 지나치는 우리 대통령들, 고개는 숙이고 손은 위로 뻗어 건배를 제창하는 장관들의 하인 건배, 공손히 몸을 숙여 대선후보와 악수한 어떤 대학교수의 모습, LPGA우승 후 한국골퍼들과 축하객들이 보이는 엉성한 세리머니 등 우리 사회 상층부의 다양한 실격 매너를 지적하며 'It's the Manners, Stupid(문제는 매너야, 이 바보야!)'를 외치는 저자를 찾아갔다.

신성대

-무예, 외항선원, 출판 등 독특한 이력을 관통하는 것은· 무예와 매너의 공통점은

"오기와 끈기, 경험 없는 일에 대한 겁 없는 선택이다. 무예와 매너 모두 핵심은 절제와 용기다"

-언제부터 품격매너에 관심을 가졌나

"수출입은행, OECD등에 오래 근무한 지인의 지적을 계기로 5년간 자료를 모으고 칼럼을 썼다"

-물건이나 음식이 아니라 사람을 보며 대화에 집중하는 것, 시선을 맞추고 경청하는 것, 인사든 건배든 바르고 꼿꼿한 자세로 하는 것, 요란함보다 절제를 중시하는 것 등이 중요해 보인다. 다양한 매너를 관통하는 원칙이 뭔가

"인간존엄성이다. 매너란 소통과 배려가 있는 인격적 만남이다. 커피를 마실 때도 커피잔을 들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수준이 최상급 눈맞춤 소통이다. 그러나 우리는 '눈 깔아!' 문화이고 갑을 관계를 확인하는 인사이다. 무릎이 아픈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지팡이를 짚던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를 빼곤, 아웅산수지도 김정은도 푸틴도 다 무릎을 꿇고 어린아이와 눈을 맞추며 대화한다. 어른을 공경하는 게 아니라 누구든 공경하는 것이 매너다. 한국정치인들만 안 그런다"

-박대통령에게 브로치 말고 태극기 배지를 달라고 주문했다. 국기 배지의 의미는

"미국은 대통령부터 시장까지 성조기 배지를 단다. 다민족국가 통합도구로서의 애국주의가 확실하다. 독일도 대통령은 공식행사에서 국기 배지를 단다. 모나코 국왕이 방한할 땐 항상 양국의 국기를 표시한 커플 배지를 단다. 많은 외국대사들도 마찬가지다. 외국 공항에서 양국기 커플배지를 해봐라. 수속이 부드러워질 것이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 거다"

-리더십과 이미지의 관계는

"이미지를 디자인할 줄 모르면 리더가 못 된다. 관록의 시대도 계몽의 시대도 끝났다. 정치도 예술이다. 화랑이 머리에 꽃을 꽂았듯, 고수는 예나 지금이나 이미지로 승부한다. 미국, 중국, 유럽 모두 최상층의 언어는 은유적 간접화법이다. 왜· 품격 있고 내용 있고 뒷감당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해석에 따라 '그런 거 아닌데요', 또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하면 그만이다. 특히 중국의 지도층은 고사를 인용하고, 부정적 단어를 안 써서 행간을 읽어야 한다. 마음이 중요하지 매너나 이미지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매너이고 이미지이다. 특히 최고지도자는 품격과 매너가 있어야 하는 얼굴마담이다"

-미국, 유럽, 중국 그리고 우리 전통 예절과 매너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공통점은 인간존엄성이다. 루벤스가 그린 옛 선비나, 헤이그 밀사였던 이준 열사는 우리 전통예절에 담긴 진정성을 인정받았다. 수백 개 나라의 에티켓을 겉핥기로 익히느니 차라리 우리 고유예절을 익히는 게 낫다.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국립묘지와 대통령기념관에 대한 제안이 흥미롭다.

"국립묘지에 장군과 사병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어느 선진국 국립묘지에 명당과 평수의 차별이 있나? 목숨 값이 같으니 순서대로 묻어야 하고, 서울의 국립묘지는 전사자묘역화해야 한다. 5년 임기의 대통령이 수없이 생겨날 텐데, 대통령 기념관도 합동으로 하는 게 맞다. 싫으면 자기 돈으로 하든가?"

-중국지도자는 고사나 시로 메시지를 던지곤 한다. (일본의)"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YS식 발언보다는, 역사를 인용한 준엄하고 품격 있는 메세지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대통령의 고품격 의전과 언어를 위해 어떤 참모들이 필요할까·

"역사와 문화, 글로벌 매너에 정통한 인물들이 청와대에 있어야 한다. 중국의 시진핑은 집권 후 집중적 재교육을 통해 풍모가 완전히 바뀌었다"

-역대 대통령, 경제인, 각계 리더 중에 글로벌 매너의 표본에 근접한 한국인이 있었다면

"과거 박동선이나 현재 세계은행 김용 총재 정도다. 찾기 어렵다"

-외국인과의 식사 등 매너의 디테일을 잘 모르는 보통 국민 입장에서 중요한 마음가짐은

"우리 양반조상이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라. 매너는 문화고 품격이고 감동이다. 법도와 절제를 통해 진심을 표현하면 된다"

-매너를 확대해서 스피치로 가보자. 오바마가 한 추도사 도중 보였던 51초 침묵을 칭찬했다. 품격 있는 스피치는 절제와 유머라고 보는데 어찌 생각하는가

"은유, 절제 등의 화법이 우리에겐 좀 어렵다. 어쨌든 적어도 원고 갖고 하는 TV토론은 모두 낙제점이다. 미국에선 사회자나 각본 없이도 하지 않나·. 맨 손으로 실력이 드러나게 붙어야 한다"

-오바마가 알카에다의 여객기 테러미수 사건 이후 "다 내 책임입니다"라고 한 반면,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우리 대통령이 위로도 사과도 제대로 못했다고 지적했는데

"즉각 사과하고 즉각 실무책임을 위임했어야 한다. 진심 어린 사과가 안 이루어졌다. 평생 사과 한 번 안 해 본 사람처럼 말이다. 일본 천황 부부도 국민적 비극의 현장을 가면 무릎 꿇고 이야기한다. 총리가 도망가는 등 전시행정으로 국민의 분노만 키웠다"

-이제 국가브랜드보다 국민브랜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매너가 자본인 시대가 왔다. 스위스는 신뢰를, 일본은 에티켓을 자원화했다. 우리가 동방예의지국이 맞나. 국제적으로 최악의 관광객으로 꼽힌다. 이런 식이면 한류도 한계에 부딪칠 거다. 병상에 눕기 전 이건희 회장의 마지막 메시지가 품격경영이지만, 아마 지금 삼성의 누구도 그 뜻이 뭔지 깊이 생각 않을 것이다. 예의범절과 품격이 있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깐깐하게 지도층의 품격과 자질을 따지며 다방면의 학습을 요구하는 저자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답이 명쾌하다. "공인의 의무다. 상위 1%, 아니 0.1%가 책임 있게 고생해서 국민들이 편한 것이 선진국이다" 보통보다 두 배 이상 두꺼운 책 상, 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통독하기 어렵다면, 서점에 서서 이 책에 실린 풍부한 사진과 해설만이라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새로운 시각이 열릴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건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특히 말이다.

◇ 저자 신성대는?

7년간 해외수출선박 1등기관사 근무했다. 700종의 전문서적을 펴낸 출판사(동문선)대표다. 40여 년간 십팔기를 익힌 무예연구가이며 글로벌매너교육 중심의 리더십아카데미 대표다. 인사동 지식인의 사랑방인 인사문화포럼 운영을 하고 있으며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경력과 독창적인 시각의 소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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