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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12 17:50:51
  • 최종수정2015.07.12 17:50:49

김준환

충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의 2천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철학이라고 주장한다. 로마의 귀족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스로 전장의 선봉에 서서 용감하게 적과 싸웠기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존경 받았으며 그것이 탄탄한 통치의 기반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니발장군이 카르타고와 벌인 16년간의 제2차 포에니전쟁 중 최고지도자인 콘술(집정관)의 전사자 수만 해도 13명에 이를 정도였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로마의 귀족들은 사회공헌에도 일찍이 눈을 떠 공공시설의 복구나 건축을 위해 개인재산을 희사하는 것이 빈번했으며 빈곤 퇴치나 차세대육성을 위한 기부도 끊이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귀족층의 솔성수범과 희생은 로마가 세계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은 신흥국가인 미국으로 건너가 기부문화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정착했다. 미국에는 1900년에 시작 된 카네기의 거액기부 이후 록펠러, 포드 등이 이어서 부의 사회환원을 위해 재단을 설립했고,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테드 터너 등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어 현재는 5만 6천여 개의 자선재단이 활동 중에 있다. 부자들의 이러한 선행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이제 미국인들은 기부를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인의 기부비율이 80%를 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35% 수준인 한국에 불과하여 개인의 기부문화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모범적 기부가 늘어야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문화를 만들기 위해, 2007년 12월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설립했다. 2008년 6명의 회원을 시작으로 2015년 4월 기준 800호 회원이 가입했으며 약정금액 884억을 달성했다. 또 2013년 5월 가족이 함께 가입하는 패밀리아너스 클럽을 발족해 부부회원 45쌍과 온가족 아너 7가족 등 모두 61가족 128명이 패밀리 아너로 등록돼 있다.

충북도 희망적인 것은 연간 1억 원 이상 납부한 사람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 2010년 1명, 2011년 1명, 2012년 3명, 2013년 8명, 2014년 9명, 2015년 6월 현재 4명으로 회원 수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총 26명의 회원 중 부부회원이 3쌍이다.

우리 사회에 부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 공동체 유지가 어려워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화합과 균형, 나눔의 지혜가 절실하다. 오늘날 기부문화는 건강한 사회로의 변혁을 이끄는 커다란 힘으로 등장하고 있다. 자선적 기부는 국가의 손길이 채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부의 불평등문제를 바로 잡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한다. 나눔의 문화는 계층 간의 격차를 갈등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며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자 우리에게 필요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다. 오늘날 기부문화는 사회를 변혁시켜 나가는 커다란 힘으로 등장하고 있다. 범지구적 환경문제를 파고드는 그린피스와 같은 전세계적인 NGO 단체들의 뒤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기부금이 있다.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는 사회에서 거두어진 이익을 다시 사회를 위하여 기부함으로서 지속된다. 어릴 때부터 기부를 생활화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기부는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행동으로 가르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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