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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5.08 19:19:52
  • 최종수정2014.05.08 15:36:49

설원의 궁사

산기슭 아래

작게 펼쳐진 언덕

앙상한 가지는 하얗게 물들고

설원에 젖은 궁사는

시위를 당긴다.

소복소복 하이얀 눈밭을

휘~이~익

날아간 화살

딱! 하는 소리는

설원의 잠을 깨우고

눈 덮인 과녁은

스르륵 옷을 벗는다.

흰 눈 위에 불그레한 얼굴 내밀며

수줍어 미소 짓네

찾은 이 없는 좁은 오솔길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 수를 놓고

숨어버린 화살

눈 속에 곤히 잠 들었네

설원의 궁사는

동심의 아련함에 젖는데…….

의제 김광덕
ⓒ 사진=홍대기
청주시 가경동 국궁제작소에는 국궁(각궁)을 만들고, 활시위를 당기며, 국궁에 대한 시를 쓰는 김광덕 장인이 있다. 활의 제작 단계별로 장인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이 놓인 제작소에서 김 장인의 국궁이야기를 듣는다.

선사시대부터의 긴 역사를 가진 활은 길이에 따라(2m 기준) 장궁과 단궁으로 구별하고, 재료에 따라 환목궁과 복합궁으로 나뉜다.

ⓒ 사진=홍대기
한목궁은 하나의 목편(木片)이나 죽편(竹片)으로 만들어지며 주로 장궁이다. 복합궁은 목편과 죽편, 각편(角片), 건(腱 ; 동물, 특히 소의 힘줄) 등의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드는데 주로 단궁(短弓)이다.

전투 기능상 활은 연궁(軟弓)과 강궁(剛弓)으로 구분된다. 연궁은 가까운 거리에서 빨리 쏘는 데 편리해 기마병사가 주로 사용했고, 강궁은 멀리 쏘는 것이 가능해 보병이 주로 썼다. 우리나라의 활은 복합단궁으로 뿔로 만든 각궁(角弓)이다. 각궁은 흑각(黑角)으로 불리는 물소의 뿔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조선시대까지 사용되던 활은 전시용(戰時用), 수렵용(狩獵用), 연악용(宴樂用), 습사용(習射用) 등을 합하여 모두 7종류가 있었고 정량궁(正兩弓)·예궁(禮弓)·목궁(木弓)·철궁(鐵弓)·철태궁(鐵胎弓)·동개활·각궁을 들 수 있지만, 현재까지 전해오는 활은 습사(習射), 운동용(運動用)의 각궁이라고 한다.

김 장인은 진해 김봉원장인에게 국궁(각궁) 만드는 일을 처음 배웠다. 선생의 작고 후에는 혹시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예천 권영구장인을 찾아 배움을 이었다. 한해 150여개의 활을 만드는 김광덕장인의 활 만드는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공정을 마치면 활을 당겨 탄력과 압력을 가늠해 본다.

ⓒ 사진=홍대기
작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활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임을 짐작하게 한다. 땀방울이 맺힌 얼굴로 일하면서도 활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그치지 않는다.

"활 1개를 만드는데 약 1년 정도가 걸리는데 여름철에는 재료를 마련해 쓰임새에 맞게 잘 다듬지요. 찬바람이 부는 때부터 약 7개월 정도 본격적으로 만들어요. 민어부레를 끓인 풀(어교)을 붙여야 하는데 여름철에는 풀이 굳지 않아 어렵거든요. 재료는 지름 3㎝의 대나무와 굴참나무, 뽕나무, 소 힘줄, 물소 뿔, 민어부레풀 등이지요. 대나무를 삶아 휘고 노루발 삼각형 삼삼이를 끼우고 활의 형태가 되도록 한 후, 홈을 파는 거예요. 민어부레풀칠을 하고 물소 뿔을 붙이고 굴참나무 대림목을 붙이고, 다듬어 형태를 만들어 민어부레 풀칠을 다시하고 그 위에 소 힘줄을 붙여 탄력성과 견고함을 더하지요. 소 힘줄은 약 3천 가닥이 들어가는데 물에 불리면 하얗게 일어나요. 손잡이 주변에는 고운 색으로 물들인 명주실 등을 감아 활의 미적인 부분과 밀착력을 높여요. 활시위는 삼겹실(삼합사)로 5~6푼의 두께인데, 강·중·연궁에 따라 180·210·240회로 30회 간격의 차등을 두지요. 활은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태유지와 복원을 위해서 전구를 밝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별도로 제작한 함에 넣어 보관하고요."

ⓒ 사진=홍대기
작업을 지켜보며 장인의 말을 들으니, 우리 전통 활인 국궁에 담긴 과학적 원리와 조상의 지혜가 더 돋보였다. 집념이 강한 장인은 한해 150여개의 단궁을 만드는 외에도 문헌을 토대로 강궁, 동개활, 목궁, 정량궁, 철궁, 후궁, 반궁, 연궁, 예궁 등의 활을 복원하기도 했다.

활쏘기는 왕실에서도 궁술로 중시했고 심신단련과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기 위해 양반의 자제가 반드시 익혀야 할 무예[射藝]였다. 이러한 활쏘기를 제대로 알기위해 김광덕장인은 직접 만든 국궁(각궁)으로 전국궁도대회에서 수상을 하며 다년간의 선수생활도 했다. 또한 우리 조상의 얼과 슬기가 담긴 전통무예 궁도(弓道)를 널리 알리고 올바른 궁도문화 정착을 위해 궁도모임의 사두(궁사의 우두머리)를 맡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전통국궁을 사랑하며 명품 국궁제작을 위해 거칠어진 그의 손은 오늘도 쉬지 않을 것이다. 궁사의 마음으로 적었다는 김 장인의 자작시에서 그 마음을 본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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