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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곰은 떠올리지 마세요: 아이러니 처리 이론(Ironic Process Theory)

  • 웹출고시간2025.02.16 14:24:53
  • 최종수정2025.02.16 14:24:52

홍승표

원남초등학교 학교장 (교육학 박사)

하루, 일주일, 한 달,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자기의 주관적 경험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의식 상태(생각, 감각, 감정 및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와 변경된 의식 상태 사이를 오가면서 생활하게 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내 생각인데 왜 내 맘대로 통제되지 않는 거지?'

같은 생각을 반복할 때마다 더 괴로움에 빠지게 되고, 그런 자신을 자각하고 그 생각을 멈추고자 노력하지만, 내 마음대로 쉽게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간절히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나 소망, 혹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 상황이 나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특정 목표나 생각을 의식적으로 피하려고 할 때, 오히려 그 생각이 더 강하게 떠오르는 심리적 현상을 정신적 역설 효과(Mental Paradox Effect)라고 한다. 이 현상에 대한 재미있는 실험으로 '흰곰을 떠올리거나 생각하지 마세요'라는 지시를 받을 때 오히려 흰곰을 더 생각하게 되는 현상으로 '흰곰 효과' 내지 '아이러니 처리 이론(Ironic Process Theory)'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웨그너 교수는 '흰곰 효과'를 실험을 통해 증명하였다. A 집단에게는 '흰곰을 떠올리지 마세요'라고 미션을 주고, B 집단에게는 '흰곰을 떠올려도 괜찮아요'라고 하였다. 그리고 흰곰이 떠오를 때마다 벨을 울리라고 하였다.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흰곰을 떠올려도 괜찮은' 집단보다 '흰곰을 떠올리지 말아야 하는' 집단에서 더 빈번하게 벨 소리가 들렸다.

우리의 뇌는 특정 생각을 억제할수록 그 생각을 감지하고 모니터링하는 하는 과정에서 그 생각이 더 활성화된다고 한다. 즉, 생각이나 감정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은 것이다. '주의 집중의 역설'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불안, 스트레스 상황에서 문제를 다룰 때, 특히 두드려지며, 의식적으로 불안을 억누르려 하면 생각은 더 지속, 증폭되며 불안을 더 커질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고 그 불편함과 함께 공감하며 동행하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우리 자신의 감성을 수용하고 수용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 생각하기 싫은 생각이 자꾸 떠오르면 우리는 의식적으로 주의 전환(Distraction)을 할 필요가 있다. 그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생각과 거리 두기, 즉 탈 동일시 또한 필요하다. 생각에 대해 유연한 접근도 요구되어 진다.

최근 평소 하지 않던 아주 작은 '딴짓'을 시작했다. 단순한 행동이다. 바로 '걷기'이다. 학교 주변과 동네 걷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걷는 동안 여러 생각에 잠기기도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걷는 그 자체가 기분이 좋다. 누구나 떠올리기 싫은 '흰 곰'은 있을 것이다. 기분 나쁜 생각을 억누르기보다 기분 좋은 생각을 하거나 감명 깊은 독서, 신나는 운동처럼 긍정적인 행동이나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흰 곰은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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