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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애

수필가

보름날 아침은 함박눈이 소담하게 내리더니 저녁엔 달이 떴다. 한밤중 지인들에게서 보름달 사진과 함께 소원 성취하길 바란다는 덕담들이 날아들었다. 소원이라. 소원이란 어떤 일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인데. 문득 나의 소원은 무엇이었나 기억에 없다. 길을 잃은 듯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특별히 무엇을 간절하게 바라며 이루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어본 적이 없는 듯하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므로 여행길 사찰이나 성당에 들어가게 되면 최소한의 예의를 표하지만 무언가를 이루게 해달라는 개인적 소망을 말하지 않는다. 신자도 못되고 선업도 쌓은 게 없으니 무엇을 바라는 기도가 염치없이 느껴지기도 하여 그냥 오늘 하루 감사하다는 인사로 대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보름엔 친구들처럼 소원을 빌었다. 그저 나라가 평안하기를. 이 난국이 잘 수습되기를 기원한다.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는 어느 곳이나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사람들 속에는 사회가 만들어 낸 부조리를 양분 삼아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사람보다 내 이익이 먼저인 사람들이다. 내가 하는 일이 미칠 여파를 고민하지 않는 유투버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영상들을 앞다투어 올리고 그 영상에 미혹된 사람들은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 소모품이 되어 버렸다. 정치를 삶 속에서 체험하지 않은 채 조직 속에서 배운 정치인들은 목적에만 눈이 어두워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잊어버렸다. 개인의 소신은 담아 두고 내가 소속된 집단의 성격에 맞게 튀지 않고 녹아들어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모두 우리 시대가 낳은 불비(不備)들이다. 어떤 모습이든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보여지는 모두는 우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얼마 전 친구가 보낸 마지막 카톡 문자는 지금도 화인처럼 박혀있다.

'어떻게 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야 할지 길을 잃었어요'

이럴 때마다 유독 그리운 분들이 있다. 우리가 흔들릴 때 사회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낡은 관념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주시던 사회적 어른, 젊은 날 좌절하지 않고 꿈꿀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역사가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앞서 걸어가시던 그분들. 새삼 그분들에게 답을 듣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이미 고인이 되신 그리운 분들의 저서들을 읽으며 답답함을 달래보곤 한다. 평생 해직을 네 번이나 당하고 다섯 번이나 구속되는 고초를 겪으면서도 신념을 꺾지 않았던 분. 프랑스 르몽드지에서 특집을 낼 정도로 언론인으로 인정받았던 한 분의 글을 다시 대하면 머릿속이 명징해진다. 그 분이 목숨 바쳐 지키려 했던 가치, 애국도 국가도 아닌 '진실'이란 단어가 묵직하게 되살아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어간 길이 역사가 된다. 그리고 그 역사의 짐은 다음 세대가 또 짊어지고 가야 함을, 내가 사는 오늘의 선택이 다음 세대의 어깨에 얹혀질 무게라고 생각하면 한 걸음도 허투루 내디딜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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