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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0.20 15:28:52
  • 최종수정2024.10.20 15:28:52

박명애

수필가

초승달이 떴다. 하늘 한편 아파트 공사장에는 높이 치솟은 타워크레인이 긴 팔을 늘이고 있다. 일을 쉬는 저녁이면 지브 끝에 매달린 갈고리로 구름도 낚고 별도 낚는다. 오늘은 초승달이 걸렸다. 눈썹 같은 달 허리를 물고기처럼 꿰고 있다. 마음으로 바람이 스민다. 도심은 천천히 불빛들로 채워지고 있다. 그 저녁 풍경이 아름답다.

내려다 보이는 길 가로등 아래로 벚나무 가로수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마다 목청 빛이 점점 짙어지는 걸 보니 이제 초록들과 이별할 시간이 다가오나보다. 이차선 도로가 큰 길과 합쳐지는 모서리에 새 상점이 문을 열었는지 알록달록한 단풍나무 화분을 서너 개 장식으로 늘어놓았다. 실제처럼 보이지만 규칙적인 색깔의 변화에서 모조품임을 알 수 있다. 요즘은 실내외 장식에 모조품을 많이 사용한다. 만들어내는 기술도 뛰어나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느새 싱그러운 초록에서 계절에 어울리는 빛깔로 상점의 거리는 하나씩 변화해 가는 것 같다.

복잡한 도시일수록 나무들이나 풀들이 설자리가 줄어든다. 요즘은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절대적인 자연 공간은 매우 부족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건물 밖으로 푸른 덩굴들을 늘어뜨려 변화를 주기도 하고 건조한 실내 공간에 놓아 마음에 여유를 선사하기도 한다. 모조품이지만 이파리의 무늬나 뒷면의 솜털까지 섬세하게 복제한 기술이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이따금 마음이 편치 않다.

녹색은 자연을 상징하는 색이다. 자연이란 말속에 유전자처럼 내재된 빛깔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화학 안료로 사용된 색이 녹색이다. 아름다운 색감을 얻기 위한 욕망은 자연스런 녹색 염료를 얻기 위해 비소를 주입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이로 인해 천을 염색하거나 장식물을 만들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염료가 녹색뿐이겠는가. 아름답거나 편리하기 위해 발명된 염료들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시력을 잃거나 피부 부작용으로 고통받아야 했다.

그러고 보면 인공 염료로 만들어진 색깔들은 안전할까 가끔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또 잃어버린 것들이 그리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느라 또 자연을 훼손한다. 이런 이중성으로부터 나 역시도 자유롭지 못하다. 빛 공해가 심각하다 말하면서도 도심의 야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니 말이다. 요즘은 자연조차 자연스럽지 못하다. 나무들은 황화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우리는 테마 축제 현장으로 계절의 즐거움을 찾아 방황한다.

아파트 공사장 옆으로 이어진 숲은 살짝 이내가 서려 푸르스르하다. 이제 달은 갈고리에서 벗어나 도시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다소 차가워졌다. 싸늘한 기운이 싫지 않다. 아직은 불타는 열정으로 세상을 물들일 단풍 숲, 가고 싶은 곳이 남아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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